지난 7월 29일 포털사이트에는 경기도가 고액 체납자의 출국을 금지시키겠다는 뉴스가 수십 건 올라왔습니다.
뉴스를 보면 경기도가 5천만 원 이상의 세금 체납자 중에서 부유한 생활을 하거나 해외 재산 은닉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 출국 금지를 시키겠다는 내용입니다.
<서울경제>의 ‘고액체납자 출국금지 칼 빼든 경기도’라는 제목의 뉴스만 보면, 경기도가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고액체납자의 출국금지를 새롭게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경기도의 고액체납자 출국금지는 이전에도 늘 해왔던 일이었습니다.
경기지역 고액·상습체납자 5084명.. 전국에서 가장 많아
▲ 2017년에 국세청이 발표한 고액 상습 체납자 현황. 주소지를 기준으로 할 때 경기도가 제일 많다. 매년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합니다. 국세청이 2017년 12월에 발표한 개인 명단 공개자의 주소지를 보면 경기도가 5,084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경기도의 고액·상습체납자 비율은 33.8%로 서울의 21.9%보다도 많았습니다.
행안부가 2017년 11월에 발표한 ’2017년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에서도 경기도는 체납자 3,082명, 체납액 1,690억 원으로 지방세 체납액이 전국 1위였습니다.
언론이 경기도의 고액·상습체납자 출국금지를 보도하면서 왜 체납액이 제일 많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는지 의아했습니다. 체납액이 전국에서 가장 많기에 출국금지 이외에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매년 2회에 걸쳐 해오던 고액·상습체납자 출국금지 요청을 연 4회로 확대했습니다. 서울시는 실시간 출입국 모니터링을 통해 상시 조사와 감사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고액·상습체납자 출국금지 요청은 도지사의 의무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이 공개됐거나 최근 1년 간 체납액이 5천만 원 (지방세 3천만 원)인 경우 시장이나 도지사는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해야 한다. 고액·상습체납자 출국금지 요청은 별도의 정책이 아니라 도지사의 일상 업무이자 의무입니다.
‘국세징수법시행령 제10조의5’를 보면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와 최근 1년 간 체납액이 5천만 원 이상이면 출국금지 대상자가 됩니다.
‘지방세징수법 제8조’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3천만 원 이상의 지방세를 체납한 자의 출국금지를 요청 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시행령 제2조’를 보면 군수나 구청장의 요청을 받아, 시장이나 도지사가 출국금지 요청을 법무부에 하게 되어 있습니다.
도지사가 출국금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것이고, 이는 도지사의 의무입니다.
경기도청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언론
▲경기도청의 고액체납자 출국금지 관련 보도자료(좌)와 이를 보도한 국민일보 기사(우) 기사와 보도자료는 거의 흡사할 정도로 비슷했다. 경기도 고액체납자의 출국금지를 보도한 뉴스 중에는 경기도청이 제공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쓴 경우도 있습니다.
좌측은 경기도청의 ‘도, 여권소지 고액체납자 2천여명 출국기록 조사 … 9월 출국금지 추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이고 우측은 <국민일보>의 ‘경기도, 고액체납자 출국금지 추진…체납세금 납부할 때까지’라는 기사입니다.
<국민일보>의 기사와 경기도청의 보도자료를 대조한 결과, 일부 조사 등을 제외하고는 복사했다고 볼 정도로 흡사했습니다. 차이가 있는 문장도 보도자료의 문장을 나눠 쓰거나 단락을 바꾼 정도였습니다.
보도자료는 언론사가 뉴스를 취재할 때 사용하는 참고 자료에 불과합니다. 기자라면 보도자료를 검증하고, 취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베껴 썼다는 것은 취재도 하지 않고 경기도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언론사가 같은 이슈를 다양한 시선과 각기 다른 자료와 취재를 통해 보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베껴 쓴 비슷한 뉴스가 수십 건 생산됐다면, 그 진위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읍이 약발이 떨어지긴 떨어지는구나. 깨시민들의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