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kynet.tistory.com/1585 스카이넷-헬로월드님글
저는 이번 사태로 민주주의가 8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 갔거나, 한국 역사가 퇴보하고 있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치적 민주화는 이루어졌지만 경제 민주화는 또다른 이야기라는 증거이고, 오히려 마땅히 가야할 길로 한걸음 더 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군사독재 내리치고 수평적 정권교체 한번 해 본 이상, 한국이 정치적으로 8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넜고, 그것을 되돌이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솔직히 80년대에는 운동할 때 솔직히 목숨 또는 인생 내놓고 했잖아요. 이제는 희망버스 타고 간 사람들, 경찰이 과잉 진압을 하니까 그걸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이것들이 감히... 하면서 열받아서 더 기세등등한 상태입니다. (물론 최루액은 괴롭죠. ㅠㅠ) 그러나 경제 민주화의 길은 제가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훨씬 더 은밀해서 그 주적이 잘 보이지 않아서 간단하지 않습니다. 군사정권 시대야 전두환, 노태우 나쁜 놈이라는 것 밝히기 위해 토론할 필요조차 없었지만요.
그러나 한진중공업 사태는 노동과 자본과 경쟁시장이 혼재해 있어서 피아 식별이 간단하지 않아요. 자본가 투자가 없으면 사업장이 없고 사업장이 없으면 노동자의 일터가 없는데 그 노동자의 일터가 없으면 소비시장도 없어지는 물고 물리는 관계에서 어느 누구를 나쁜 놈으로 제거해 버리면 시스템이 망가지기 때문이죠. 자본가가 모두 악하거나 어리석은 것은 아닙니다. 단지, 조남호는 너무 어리석은데다가 욕심까지 많아서 노동자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마저도 파멸시키고 따라서 우리 사회에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을 죽거나 비참하게 만들어야만 자신의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라면 우리 사회가 정의의 칼로 과감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하라고 상법체계와 각종 행정기구들을 만들어 놓고는 그것을 이용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기업과 자본의 뒤를 봐주어야 파이가 커져서 너희들도 밥이나 굶지 않고 먹을 있게 될거라는 망할노무 trickle-down theory 가 보수세력의 DNA에 너무 강력하게 들러붙어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게 아니라
자본가들끼리 피터지게 경쟁하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구애의 대상이 되어야지 경쟁의 대상이 되도록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언제든 대체가능한 노동자들 만으로도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그 사업에서 돈을 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개나 소나 다 그 사업에 뛰어들어 더 이상 돈벌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을 무형의 자산으로 만들 수 없는 자본이라면 그 자본은 멍청한 자본이라서 똑똑한 자본에게 잡아 먹혀야 합니다. 이걸 구별할 수 있으면 보수와 진보간 충분히 대화할 수 있어요. Please put the guns down and talk!!
노예제 문제는 남부 농업자본과 북부 공업자본의 격돌이었고, 북부의 승리는 20세기 들어서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원인이 되었습니다. 아니면 지금도 목화나 따고 있거나... 그런데도
남북전쟁 끝난지 언젠데 1955년도에 Rosa Parks가 흑백차별 버스 보이코트 운동 했어야 했고, 1960년대 freedom riders가 필요했네요. 우리 사회는 여전히 빠르게 진보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freedom riders의 행위는 미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허공에의 질주, 리버 피닉스, 그 리버 피닉스를 좋아했던 정은임 아나운서 생각나는군요. 아무튼
반인권적 노예제를 필요로 했던 남부식 자본주의는 망해야 했고, 해방노예를 노동자로 필요로 하는 북부가 이기는 것이 역사의 진보였습니다. 노동 운동도 마찬가지 의미에서 진보 운동입니다. 즉, 어느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이익과 발전에 부합하는 운동이라는 의미에서 진보라는 것입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년전까지만 해도 한국 최고의 초강경 노조였습니다. 이런 노조가 스스로 날개를 접은 이유는? 두말할 것없이 임금 많이 주고, 조업환경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죠. 임금은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2배 이상입니다. 산재처리 확실하고, 작업장 위험요소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이 어떻게 저렇게 작업환경 개선하면서도 많은 임금을 줄 수있을까요? 노동자에게 쓰는 돈은 훨씬더 많아졌는데도 세계적 경제위기라는 2010년도 현중 영업이익율이 20%가 넘습니다. 반면 저렇게 노동자 닥달하는 한진중공업은 12%에 불과하죠. 영업이익율이 2배 차이나니까 근로자 임금 2배씩 줘도, 조선업종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평균 원가비율 20%임을 감안하면 한진중공업보다 돈을 훨씬 더 많이 벌기 때문이입니다. (실제로 2010년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7300만원, 한진중공업은 4000만원 수준이었고 2011년도 1사분기동안 현중은 월평균 460만원, 한진중공업은 220만원입니다. 이것은 모든 퇴직금등 모든 베너핏을 포함해서 회사에서 지급된 총액이므로 세금과 각종 납입금을 제하면 근로자들의 실수령액은 더 적을 것입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과중하고 위험한 노동강도에 비해 너무 적은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한진중공업 평균 근속연수는 16년입니다. 이건 너무 적습니다. 아무튼 현중 노동자들은 2배 넘게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맨날 노사간 머리 터지게 싸우던 현중이 어떻게 저렇게 초일류 기업이 되었을까요? 현중 노동자들은 말이 통하는 집단이 아니었습니다. 사측 의견을 들어줄 의지는 전혀 없었죠. 대한민국 최강의 노조였죠. 작업의 내용이 너무도 고되고 위험하면 이판사판이 될 수 밖에요. 지금 현대차 노조 정도는 그저 애송이 수준? 너무도 막강한 노조 앞에 현중 경영진 입장에서는 딱 2가지 선택이 있었을 뿐입니다. 연구개발 극대화해서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사업하거나 아니면 폐업. 노동자 날품 팔아서 힘으로 깡으로 벌크선이나 만들던 회사가 정밀한 엔지니어링 설계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초현대식 설비를 갖추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선, FPSO, 드릴쉽등 초고가 선박을 만드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중국의 회사는 만들지 못하거나, 만들고 싶어도 맡기는 선주가 없어서 수주할 수 없는 선박들이죠.
인간다운 처우를 원하는 것에서 시작했던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은 조금더 받고 싶은 당연한 이기심에 어울려 극렬투쟁을 낳게 되었지만, 배 만들어서 팔고 남은 이익을 노동자와 아귀다툼하면서 조금 더 가져가려다가 온갖 못볼 꼴을 다보는 식의 노사갈등에 학을 뗀 경영진이 다른 대안을 선택하게 만들었습니다. 즉, 초일류 경영을 통해 2배나 더 많이 떼어주고도 금융위기 와중에도 20%대의 놀라운 영업이익율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노동운동이 진보운동인 이유입니다. 현중 대주주/경영진은 노동자와의 다툼 대신 세계 기업들과의 경쟁을 하는 것을 택하였고, 결국은 승리하였습니다. 이제는 서로 싸울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만일 아직도 기술개발 대신 노동자 억압하는 후진적 경영전략을 구사하였더라면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버티기야 했겠지만, 대신 저렴한 인건비로 무장한 중국의 조선산업에 밀려 지금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겠죠. 현대중 경영진들에게 당시 새로운 선택을 강요했던, 지금은 사라진 현대중공업의 노조에게 주주들은 이제 감사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아니, 감사까지는 어렵더라도 노동운동의 가치 정도는 인정할 수 있지 않겠어요? 노조가 퇴로를 막지 않았더라면 누가 감히 그렇게 어려운 선택을 스스로 하려고 했을까요? 인간의 본성이 그러한 어려운 선택을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를 않아요!!
반면, 한진중공업은 그런 선박 만들 기술개발과 투자 해놓은 것 없으니 중국의 조선소와 저가 선박 수주 경쟁을 해야하고, 그것은 불가능 한 일이다보니 결국 중국 인건비보다 못한 필리핀으로 간 것입니다. 참 찌질한 결정 되겠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절대 필리핀으로 안갑니다. 첫 번째 이유는 노동생산성입니다. 1/3의 생산성의 의미는, 조업인력 3배 증진하면 같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필리핀 노동자 30배 투입해도 만들수 없는 선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중공업은 평균근속연수 20년정도의 숙련도가 없으면 만들 수 없는 선박을 만듭니다. 두번째 이유는 한진이 저가 수주 경쟁을 견딜수 없어서 결국 필리핀 조선소를 만들었지만 이것이 지속가능한 경영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에 언제까지 노동운동을 억압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언제까지 임금이 한국의 1/10로 머물러 있을 것 같은가요? 기껏해야 10년정도? 결국 필리핀 노동자들도 똑같이 됩니다. 눈 앞의 어려움을 임시방편으로 회피해 보았자 위기는 다시 옵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와 싸우는 대신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구축해서 노사가 모두 승리를 한 것이고, 한진중공업은 노조 때려잡고 연구개발 필요없는 저가 선박을 노동자의 피땀으로 만들어서 쥐꼬리만큼 떼어준 후 나머지를 대주주 혼자 먹고 살겠다고 필리핀으로 튀었지만 그래봤자 10년후에는 또 위기가 닥치는 사업모델을 밀고 나가는 것이죠. 노조 때려잡으면 이익내고 못때려 잡으면 손실내는 경영 방식... 한국 산업 평균 수준의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경제가 발전하면 노동자들이 더 많은 분배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당연한 역사의 흐름을 인식하고 어렵지만 생산성 향상의 역사의 방향과 일치하는 옳은 길을 택했던 현대중공업은 역사의 흐름을 타고 세계 1위 조선소에서 지금은 해양구조물, 엔진기계, 발전시스템, 태양광, 풍력등 그린 에너지 등의 사업분야로 계속 뻗어나가고 있고, 그동안 처먹던대로 처먹고 살지 왜 더달라고 하냐고 노동자들에게 가야할 코묻은 돈을 놓고 싸우던 한진중공업은 이모양 이꼴로 80년대식 싸움이나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무식한 대주주에 10년도 앞을 못보는 한심한 경영이죠.
진보할 수 없는 기업은 노동자와 사회 모두에게 짐이 됩니다. 이런 기업 망해야죠. 물론 망한다는 것은 대주주가 경영권을 잃도록 한다는 뜻일 뿐 회사 자체를 청산할 필요는 없습니다. M&A는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것입니다. 멍청한 대주주의 경영권을 뭐하러 보장해 줍니까? 대주주 자본가들끼리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시스템만 만들어 놓으면 세상 편할텐데.... 피터지게 싸워 이겨서 스포츠카와 요트 타고 그랑크뤼 와인 마시는 수퍼리치의 삶을 살고 싶으면 그런 삶을 선택하면 되고, 적게 벌더라도 가족들과 오순도순 삼겹살 구워서 소주 마시는 소소한 삶을 원하면 노동자의 삶을 선택하는 그런 사회. 그럼 우리 김진숙 지도위원이 눈물 흘리면서 "나는 자본주의가 정말 싫습니다...." 이런 말 안하셔도 되는데... 평생 노동만 해온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노동할 수 있게만 해달라는데 그정도 소원도 못들어줍니까? 지난 일요일에 예배대신 2003년도 고 김주익씨의 장례식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추도사를 2번 들으면서 이땅에 하나님의 공의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헌금은 한진가족대책위원회 변은경 총무에게 보냈습니다. 당분간 한국 교회는 내 헌금에 눈독들이지 마세요. 전원 복직될때까지 매주 한진가족들과 함께 할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