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기름으로 튀기는 中 ‘짝퉁’ 라면
악취 나는 기름 재활용 공공연한 비밀…상한 채소, 씻는 물로 시커매
실정 모르는 중국 농민들 아이들 간식용으로 라면 박스째 구입
미디어다음 / 온기홍 프리랜서 기자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는 일부 라면이 썩은 기름과 채소, 상한 돼지고기 따위를 재료로 사용해 제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불량 라면’이 도시와 농촌에서 버젓이 유통되면서 잇따라 소비자들의 피해를 낳고 있다.
비위생적으로 라면을 제조하고 있는 중국 소규모 공장들을 고발하는 신민저우칸.
▲ 파리 떼 들끓는 소규모 라면 공장들= 28일(현지시간) 중국의 신민저우칸(新民周刊)을 비롯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허베이성 싱타이시의 둥팡식품성에 있는 한 라면 제조공장(이하 A공장)이 저질 라면을 제조하다가 현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에 붙잡힌 A공장의 공장장은 라면 제조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면서 라면 제조업계의 생생한 흑막을 경찰과 언론에 털어놓았다.
이번에 적발된 라면 공장이 들어서 있는 둥팡식품성은 중국 내 유명 라면 브랜드인 ‘화룽’, ‘산타이즈’의 생산기지다.
2000년 화룽라면 공장 부근에는 7~8개의 소규모 라면 제조공장이 속속 들어섰다. 화룽라면 제조공장은 수백 개의 제조라인을 갖춘 반면, 소규모 라면 공장들은 1~2개의 제조라인만 보유해 영세한 편이다.
라면 제조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던 A공장의 공장장은 화룽라면 출신의 기술자에게 생산라인을 맡기고, 자신은 돈 관리만 했다. 인근의 다른 소규모 라면 공장들도 이런 방법을 이용, 화룽·산타이즈·캉스푸 등 중국 내 유명 라면의 ‘짝퉁’ 라면을 만들어냈다.
A공장의 공장장은 “소규모 라면 제조공장에는 화학실험실이 없기 때문에, 라면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라면의 색상에 이상이 있을 경우, 화룽이나 산타이즈 소속 직원들에게 검사를 임시로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의 라면 제조 여건도 매우 열악하다. A공장의 경우 찜통을 방불케 하는 생산라인에서 20여명의 종업원들이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맨손으로 작업을 해 왔다. 더군다나 종업원들은 건강검진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생 상태가 열악하다 보니 생산라인에는 파리 떼가 들끓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파리 한 마리를 잡으면 1위안(130원)을 주는 장려정책을 쓸 정도다.
악취 나는 썩은 기름을 재활용해 라면을 튀겨내는 중국 라면 공장을 고발하는 신민저우칸.
▲ “썩은 기름으로 라면 튀기고, 상한 채소로 수프 만들어”= 중국 라면업체들은 라면을 튀기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종려나무 기름을 쓰고 있는데,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기름을 오랜 기간 바꾸지 않고 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교적 큰 규모의 라면 공장은 매년 600~700톤, 작은 규모의 공장은 300여 톤의 종려나무 기름을 쓰고 있다.
라면공장들은 오랜 기간 사용한 종려나무 기름을 땅을 파고 저장하고 있다. 명목은 비누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 하지만 이런 기름은 썩어서 악취가 풍길 정도다.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A공장 공장장은 “소규모 라면공장들은 땅속에 저장해 둔 기름을 회수해 다시 쓰거나 튀김·떡을 만드는 곳에 팔고 있다”며 “이는 라면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고 말했다.
땅속에 버린 저질 기름을 다시 사용하는 이유는 라면 제조원가를 최대한 낮추려는 업체들의 욕심 때문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라면 한 봉지의 마진은 1~2펀(약 2원) 정도.
라면 수프도 품질이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다. 큰 공장의 경우 라면 수프 제조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작은 규모의 공장에는 없다. 때문에 소규모 업체들은 허난성 수프공장에 수프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허난성의 수프공장들은 시골 집 마당의 ‘개인제작소’ 수준이다.
이곳에서 라면 수프 재료로 쓰이는 고추와 생강은 썩은 것이 대부분이다. 채소를 씻은 물은 시커멓다. 채소를 씻는 것도 겨우 물에 넣었다 꺼내는 정도다. 하지만 채소를 기름에 튀기면 썩은 것을 분별할 수 없다.
▲ “상한 돼지고기를 끓여 라면 수프 만들어”=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공장을 비롯한 소규모 라면 공장에서는 라면 수프를 만드는데 심지어 상한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A공장 공장장은 “소고기탕·돼지갈비탕 라면의 경우 실제 쇠고기나 돼지갈비로 만든 것은 하나도 없고, 라면 수프를 만든 다음 그 위에 쇠고기 부스러기와 조미료를 조금 뿌리거나, 상한 돼지고기를 끓여서 라면 수프를 만든다”고 털어놓았다.
더욱이 이런 소규모 공장에서는 버려진 라면을 회수해 다시 가공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반죽이 잘못돼 버려야 할 라면들을 다시 새로운 반죽에 섞어 사용하고 있는 것.
아울러 경찰 조사 결과, 소규모 라면 공장에서 사용하는 밀가루도 질이 매우 안 좋거나 출처 불명으로 밝혀졌다. 또 라면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대량의 방부제와 인공색소 따위의 유해물질이 첨가되고 있다.
또한 이런 공장에는 냉동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제조과정에서 라면이 변질되거나 유통기한을 넘겨 상하기 일쑤다.
이러한 실정을 훤히 아는 라면 제조공장 직원들과 현지 주민들은 이 같은 ‘불량 라면’을 먹지 않고 있다고 신민저우칸은 보도했다.
▲ 불량 라면 아이들 간식용과 선물용으로 팔려=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에서는 전년보다 26% 늘어난 480억 봉지의 라면을 제조했다. 1인당 평균 40봉지를 소비한 셈이다.
신민저우칸은 10년 이상 중국 유명 라면제조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천모 씨의 말을 인용, 허난성에는 현재 300여 군데의 라면 제조 라인이 있으며, 매년 80억 봉지를 제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중국 내 최대 라면 제조지인 허난성에서 만들어진 라면은 대부분 농촌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한 봉지에 5지아오(70원)인 라면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농민들은 아이들의 간식용이나 선물용으로 이 같은 값싼 라면을 박스째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천 씨는 “기름에 튀긴 라면은 쓰레기식품에 속한다”며 “중·저급 라면은 주로 농촌에서 제조되고 있으나 농민들은 그 위해성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름에 튀기지 않은 라면은 도시에서 주종을 이루고 있는 반면, 기름에 튀긴 라면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아니라 농촌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면서 “라면 제조에 대한 감독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