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쓴 글입니다, 당시 님들과 다르지 않은 그들의 면모를 보고
인터넷 훌리건이라 불렀던 생각이 납니다, 당분간 이곳에 들어오지 않겠습니다,
그럴만한 가치도 그다지 크다 보지 않구요, )
궁물과 깍두기.
- 말이란 부메랑과 같아 자신에게 등가의 답이 되어 돌아 온다
궁물과 깍두기.
평소에 밥을 많이 먹지않는 나이지만 오늘 아침 식사만은 다식을 한 것 같다. 아마 콩나물을 넣은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김치국 궁물 때문이였던 것 같다.
이때문인지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도 밥상위에 올라온 궁물에 먼저 눈이 갔다. 다진 파가 얹어진 찐한 우유빛 궁물이였다. 주인집 아줌마에게 무슨 궁물이냐고 물었더니 소꼬리 곰탕이란다. 소꼬리는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전에 먹어 보았던 설렁탕 보다는 더 구수하고 찐한 맛이 있어 이것이 꼬리곰탕이려니 하고 맛있게 먹었다.
우리 동료중에 유난히 궁물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궁물이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한다. 식당에서 한그릇을 주면 반드시 다른 한 그릇을 더 청하여 가져 오는 친구다. 이 친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물이 없는 식사는 좋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궁물! 국 뿐만 아니라 찌개에도 궁물이 없으면 마른 볏짚 씹는 것 처럼 뻑뻑한 식사가 될 것이다.
궁물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오묘하다. 원재료에 따라 다른 궁물이 되지만 그에 첨가되는 양념 하나하나에 그 맛의 차이는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궁물맛을 두고 주재료의 맛이라고 할 수는 없고 양념의 맛이라고도 할 수 없다. 주 재료와 양념 하나하나가 총합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낸, 궁물맛이란 새로운 맛인 것이다.
궁물! '찐한 궁물'이란 말이 회자되듯이 사람들은 찐한 궁물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런데 찐한 것도 맛이라 하기로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할 수 있다면 이렇지 않을까? 곰탕같은 담백한 찐한 맛, 김치국 궁물처럼 개운한 찐한 맛, 북어국 궁물처럼 구수한 찐한 맛 등등. 여기서 찐한 맛이란 제대로 우러나온 진국인 개개의 맛을 일컫는 것이 될 것이다.
궁물! 찐한 궁물 ! 제대로 우러나온 그 진국을 다른 사람처럼 나 또한 선호하는 편이다.
갑자기 웬 궁물타령인가 하고 궁금하셨을 것이다.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열린우리당에는 궁물 타령을 늘 입에 달고 다니시는 일단의 당원분들이 계신다. 당게를 포함하여 타 게시판에서도 보여주는 그 분들의 면면을 보면 특정정파의 분들이신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이분들의 궁물타령도 위와 같은 진국의 궁물예찬이 아닌 타 정파를 비하코자 하는 딱지 붙이기 성격이 강하다.
열린우리당의 지난 전당대회이후로 몇몇의 게시판에서 극성스러운 이들의 궁물타령을 지켜 보와왔던 나는 그에 대해 전혀 이해도 공감도 하지 못한다. 그 대신 그들의 정도에서 벗어난 행태들을 보면서 과거보다 더 질낮은 천박한 골목 패거리 정치의 단면을 느끼곤 했다.
어제 들어가 본 당게에서도 그들의 궁물 타령, 인신공격은 빠지지 않고 벌어졌다. 이 사람들이 대체 왜이럴까? 정말 당원들이 맞는 것일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지난 번에 올린 글에서 내가 한 다음과 같은 말이 생각났다. "정치에 있어서 말이란 마치 부메랑과 같아 자신이 쏘아 올린 말이 자신에게 등가의 답이 되어 돌아 온다." 그러나 내가 보는 그들은 그 의미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 찐하게 개운한 맛의 콩나물김치국 궁물을 먹으면서 그들을 생각해 보니 웃음이 나왔다. 부메랑 생각과 함께 그들의 모습, 행태들이 깍두기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깍두기의 사전적 의미는 '무를 작은 밤알 크기로 모나게 썰어서 담근 김치'이다. 그런데 속언에는 짧고 각지게 깍은 건달 머리형에 비유하여 건달을 뜻하는 깍두기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자잘하고(속이 좁고), 조잡(粗雜)스럽고, 잔챙이 같은 사람을 가리켜 깍두기 같다는 말도 한다. 깍두기는 잘 숙성시키면 나름의 맛은 있지만 때론 미끈거려, 놓치면 옷을 버리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오래전에 그런자들을 나는 인터넷 훌리건이라 부른 적이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떼로 패악질을 하는 그들은 영낙없는 인터넷 건달, 깍두기였다. 속이 좁고, 조잡스러운 마타도어나 뿌려댈 줄 아는 그들은 잔챙이 깍두기 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연상속에서 나오는 나의 웃음은 결코 밖으로 드러낼수 없는 웃음이였다. 마음 한 자리를 베어내는 쓰디쓴 웃음이였다. 그것은 열린우리당이란 정당을 생각했고 그 바탕에는 국민에 대한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였다.
오늘 집에 돌아와 당게를 잠시 들여다 보니 벌써 새해 덕담을 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그러나 전에 타게시판에서 보았고 겪은 일들을 당게에서 몇일 경험한 나로서는 그러하기에는 마음이 무겁다.
새해에는 궁물타령, 패악질이나 하는 조잡스러운 깍두기가 아닌 진국을 그분들로 부터 맛보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 본다.
열린우리당을 위하여 새해가 활짝 열리기를 희망하면서 이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