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체제 대법원의 범죄 행위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양승태가 쓰던 PC의 하드디스크가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다는 발표를 함으로서 더욱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대법원을 수술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양승태는 대법원장에서 퇴임했고, 그와 함께 대법원에 있었던 다른 대법관들을 쫓아낼 방법도 마땅치 않은데다 이들을 검찰이 기소한다고 해도 결국 이것이 심판을 받게 될 곳이 대법원이기에, 범죄 혐의자들이 자기 범죄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꼴이 되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검사도 판사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법원에 가면 판사를 설득해 범죄자에 대한 구형의 이유를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하는데, 이 판사들에게 잘못 보이는 건 검사에게도 어려운 일이라, 검찰의 이 사건에 대한 태도도 적극적으로 보이진 않을 때가 왕왕 있지요.
그런데 어제 벗님과 통화를 했는데, 이런 말씀을 해 주시더군요. 이 적폐를 그대로 들어낼 방법이 있다고. 그것은 대법관을 탄핵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법관, 즉 판사에 대한 탄핵은 훨씬 쉬운 과정입니다. 의회가 탄핵 소추를 결의하면 이것도 지난번 박근혜가 탄핵됐던 과정처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 요건이 쉽다는 것은, 탄핵의 발의는 재적 의원 1/3, 가결이 재적 과반수의 찬성 과반수로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한가지 특기할 만한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헌재와 대법원 사이에 묘한 경쟁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최고 권위를 가지는 것이 마땅한 대법원에서는 평소에 헌법재판소를 만만하게 봤지만, 실제로 헌재는 박근혜 탄핵으로 자기들의 존재감을 보여준 바 있지요. 대법관에 대한 탄핵 요구가 있을 경우 헌재가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시키려면 결국 촛불을 들었던 때만큼의 결집된 국민의 요구가 필요할겁니다. 정치는 결국 시민들의 요구가 강할 때 움직일 동력을 얻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겪었지요.
이 사건은 분명히 헌정을 유린한 사건입니다. 법원이 자기들의 이권 확보, 즉 상고법원을 만들어보기 위해 행정부에 사건을 가지고 거래한, 사법부 스스로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한 것입니다. 이 사건을 민주주의의 유린으로 보는 이유는 여기 있는 거지요.
자기들의 상고법원 신설 목적을 위해, 말 안 듣는 판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판사 하나 하나를 관리하려 했다는 것은 사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말살해 버리는 짓이나 다름없는거구요.
사실 어떻게 보면, 그 뿌리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에도 있을 겁니다. 특정 대학의 특정 학과를 나와서 - 서울대 법대- 정해진 코스를 걷기만 하면 되는 지금의 제도가 낳은 판사들이 과연 얼마나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권력에 대해 꺾이지 않고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근본적인 것들을 모두 개혁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일단 사법부 개혁을 하려면 그것 역시 국민의 손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우리가 촛불 혁명이 아직 진행중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모든 것들에 시민들의 압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 원조 적폐세력들에 기생해 자기들의 잇속을 채우려 했던 또다른 적폐 세력들, 결국 우리 손으로 치워 버려야 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