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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우 딱딱합니다. 주의해주세요.
또한 의도치 않게 광고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 게시글은 광고 및 홍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거주하는, 21년 인생에 단 한번도 없었던 학생입니다.
요 전번에 여성시대에 올라온 국궁에 관한 글이 오유에도 올라와 베오베에 갔었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저도 관련 글을 하나 올려봅니다.
오유의 많은 젊은 분들이 제 글을 보고 국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배우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담으로, 국궁은 개인 운동이기 때문에 안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오유인에게 아주 적합한 운동이죠.
서울 내에는 약 9개의 활터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도심지에 위치한 활터는 2개 정도로 축약할 수 있지요.
바로 사직단 공원에 위치한 황학정과, 남산 공원에 위치한 석호정이 그것입니다.
이 중에, 저는 석호정을 중심으로 글을 적으려 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서울의 중심인 남산에 위치하여 접근이 매우 용이하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동대입구역에서 하차 후, 남산 순환 버스를 타시면 금방입니다.
2. 시에서 직접 운영하여 비용이 적게 든다.
타정에 들어가 활을 배우게 되면 입회비를 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입회비는 정확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 정마다 다르며, 보통 20만원 전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히 정의 소속이 되기 위해서 내는 돈이지요. 물론 이 입회비는 회식이나 기자재 구입에 쓰입니다만, 글에서 목표하고 있는 젊은 층들이 내기에는 부담되는 금액이기도 합니다. 반면 석호정은 시에서 공원 개념으로 운영하므로 이용료만 지불하면 됩니다. 한 달 이용료는 4만원입니다.
3. 내가 석호정 소속이다.
예, 저는 석호정에서 처음으로 활을 배웠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저는 석호정에 언제나 상주하고 있으니 오셔서 오유에서 왔다고 말씀하시면 친절하게 설명해드립니다. 남성분들은 여성분들보다 더 친절하게 대해드립니다. 제가 누군지 어떻게 아냐고요? 보시면 압니다. 저는 정말 오유인처럼 생겼습니다.
이상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국궁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활을 내는 모습 - 각궁 및 죽시 사용>
현재 국궁계는 대한궁도협회에 의하여 스포츠화(化) 되어있습니다. 각궁 및 죽시, 또는 개량궁 및 개량시를 사용, 국궁 사법으로 규정된 거리에 놓인 과녁을 맞추는 운동. 이것이 제가 정의하는 국궁입니다. 석호정은 물론, 전국의 모든 정의 사대와 과녁까지의 거리는 동일하며 습사 및 편사의 규정 역시 동일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궁과 양궁을 헷갈려 하시고, 국궁을 양궁으로 착각하시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국궁과 양궁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1. 과녁의 차이
<국궁 과녁>
가장 쉽게 구분이 가능한 과녁입니다. 양궁의 경우에는 종목이 다양하고 과녁까지의 거리도 다양합니다. 참고로 2012년 하계 올림픽의 규정 거리는 70m였습니다. 반면 국궁의 경우에는 사거리가 145m로 정해져 있습니다. 또한 사용하는 과녁의 모습과 형태, 그리고 목적도 다릅니다. 양궁은 부위별 점수제를 채택한 과녁을 사용하여 중심을 맞추려고 하지만, 국궁은 과녁에 명중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2. 장비의 차이
<각궁 - 부린 모습>
양궁은 리커브 보우를 사용합니다. 물론 국궁도 리커브 보우입니다. 핸들의 중심에 화살을 걸고 쏘아 화살이 가운데로 나가며 조준기 및 여러 장비를 사용하는, 명중률을 중시하는 그야말로 첨단 과학의 집합체라는 느낌입니다. 반면 국궁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재료로 만든 각궁을 사용하거나, 카본 및 현대 재료를 사용하여 각궁의 모양을 흉내낸 개량궁을 사용합니다. 조준기요? 그런거 없습니다. 오로지 궁사의 감과 실력으로 쏘게 됩니다. 또한 깍지라 불리는 장비를 엄지 손가락에 끼워 시위를 당기는데, 이는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3. 사법의 차이
<숫깍지를 사용하는 모습>
사법이란 시위를 당기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양궁계에서 공인하는 사법은 지중해식 사법입니다. 이는 쓰리 핑거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시위를 세 손가락으로 당기는 방식입니다. 주로 유럽에서 쓰이는 사법이지요. 반면 국궁에서 공인하는 사법은 몽골리안 사법입니다. 주로 아시아 기마 민족이 사용한 사법으로, 터키 및 몽골 그리고 한반도 지역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지중해식 사법과는 달리 몽골리안 사법은 엄지 손가락으로 시위를 당깁니다. 이 경우에는 엄지 손가락이 아프기 때문에 깍지라고 불리는 장비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국궁과 양궁의 차이점을 포함해서 어느 정도 국궁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정에 들어가서 국궁을 배우게 된다면 어떠한 절차를 밟게 될까요. 각 정마다 다르겠지만, 석호정은 국궁을 처음 배우러 온 사람이 사대에 서서 정식으로 활을 내기까지 기간을 3개월로 잡습니다. 이제 이 3개월 동안 어떤 방식으로 배우게 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1. 이론 교육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국궁은 이론부터 시작합니다. 활을 부리는 법과 얹는 법, 궁대를 매는 법 그리고 궁도구계훈과 집궁제원칙까지. 이러한 교육이 선행되지 않고 무작정 활부터 당기고 보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잘못하며 크게 다치기 때문에 이론 교육은 필수입니다. 이론 교육은 길어야 3시간 정도면 끝나게 됩니다.
2. 빈 활 당기기
이론 교육이 끝나면 이제 자세를 잡으며 활을 견디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성인 남녀를 기준으로 처음 활을 잡으시는 분에게는 20# 정도의 활이 적당합니다. 활을 밀고 당기며 자세를 잡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고정시키는 연습을 합니다. 이 과정이 제일 지루한 과정입니다. 정에 와서 그냥 활만 당기고 놓고의 연속이거든요. 이렇게 20# 활로 연습을 하고, 자세가 안정되어 활을 제어할 수 있으면 더 높은 파운드의 활로 다시 연습을 합니다. 보통 남성분들은 최소 40# 활까지, 여성분들은 최소 35# 활까지 연습을 합니다. 물론 개인에 따른 차이는 있습니다.
3. 주살 연습
빈 활을 당겨서 어느 정도 궁체가 안정되고 궁력이 길러지면 이제 주살을 당기는 단계로 들어갑니다. 주살이란 화살의 촉에 구멍을 뚫어 줄을 매달아 고정시킨 것으로, 쏘아도 나아가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는 화살입니다. 이 주살 연습은 흔히 군대에서 말하는 P.R.I. 훈련에 해당합니다. 일종의 트리거 연습인 셈이지요. 사대에 오르기 전에 활을 내는 연습을 하는 것 입니다. 주살을 많이 당긴 사람일수록 사대에서 안정적으로 화살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 단계가 끝나면 이제 개인 장비를 구입하여 정식으로 사대에 오르게 됩니다.
위에서 국궁과 양궁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며 장비에 대해서 잠깐 말했습니다만, 이제 제대로 장비 및 가격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1. 활
예, 먼저 활이 필요합니다.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요. 국궁에서 쓰이는 활은 보통 각궁과 개량궁으로 나뉩니다. 각궁은 천연 재료를 사용하여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활로, '살아있는' 활입니다. 스스로 숨을 쉬며 활을 쏘았을 때의 충격도 모두 흡수합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기후의 영향을 받으며, 결정적으로 초보자가 다루기에는 힘듭니다. 이를 보완한 것이 바로 개량궁으로, 카본 같은 현대적인 재료를 사용한 활입니다. 각궁의 단점을 전부 보완하였으나 유연성 같은 측면에서는 각궁보다 떨어집니다. 활을 처음 배우시는 분들은 개량궁을 구입하시고, 후에 각궁을 구입하세요. 각궁은 60만원, 개량궁은 23만원입니다.
2. 화살
활이 있으면 화살도 있어야죠. 화살도 활처럼 죽시와 개량시로 나뉩니다. 죽시는 대나무와 천연 깃으로 만든 화살이며 각궁과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관리가 가격이 비싸죠. 역시 이를 보완하여 나온 것이 개량시로, 카본과 고무 깃을 사용합니다. 관리가 쉽고 가격도 쌉니다. 초보자는 개량시 구입을 권장합니다. 가격은 죽시가 2만 3천원, 개량시가 1만원입니다.
<여러 깍지들>
3. 깍지
아까 말씀드린 깍지입니다. 깍지는 암깍지와 숫깍지가 있습니다. 암깍지는 엄지 손가락의 지문 부분을 감싸는 형태로, 몽골에서 쓰던 것을 조선이 들여와 쓴 물건입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깍지이기도 하구요. 다루기가 쉽지만 강궁을 당길 때는 좀 힘듭니다. 반면 숫깍지는 조선에서 사용한 깍지로 엄지 손가락에 끼운 뒤 혀를 이용하여 당기는 방식입니다. 형태를 보면 아시겠지만 다루기가 좀 힘듭니다. 그러나 강궁을 당길 때 적합합니다. 석호정에서 배우시는 분들은 보통 암깍지를 사용하십니다만, 숫깍지를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암깍지를 쓰다가 최근에 숫깍지를 사용합니다. 가격은 암깍지가 2만원, 숫깍지가 3만원입니다.
4. 궁대
허리띠입니다. 활을 낼 때 화살을 보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활을 사면 같이 들어오는 물건이므로 따로 구입하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궁대에는 소속 정의 이름과 본인 이름 그리고 단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재질은 다양하며, 좋은 물건은 당연히 사비로 사야하지요. 정에 들어가면 단체로 맞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5. 기타
가방은 활을 살 때 기본으로 줍니다. 시위도 예비용으로 하나 줍니다. 밀랍은 좀 필요하고, 그 외에 라이터나 커터도 좀 필요합니다. 순간 접착체는 물론 돼지 본드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정에 공용으로 쓰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저처럼 전부 사서 혼자 쓰셔도 좋구요.
이제 석호정 가는 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도 - 붉은 원이 석호정 위치>
1. 붉은 원이 석호정이고, 파란 원이 버스 정류장입니다.
2. 먼저 동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옵니다.
3. 역 앞의 파출소를 지나 남산 순환버스 정류장으로 갑니다.
4. 모든 버스를 타도 괜찮습니다. 주로 2번 버스를 탑니다.
5. 남산 북측 순환로 정거장에서 하차합니다.
6. 차량 진입 금지된 순환로를 따라서 쭉 걷습니다.
7. 석호정 도착!
글이 참 부실하지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어쩐지 광고하는 느낌도 들고... 몇 분이 이 글을 정독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국궁은 대단히 재미있는 운동입니다. 단순히 어르신들만 활을 쏘는, 고지식하고 답답한 분위기의 운동이 아닙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허공을 재빠르게 가르며 과녁에 텅, 하고 관중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운동입니다. 또한 단순히 과녁에 화살을 명중시키는 것만이 아닌, 몸을 바르게 하고 예를 익히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부디 젊으신 분들이 국궁을 배워 우리 조상의 정신을 이어 국궁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국궁 배우면 더 안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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