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썰임.
나님에게는 사랑스러운 동생이 하나 있었음.
다섯 살 즈음, 미미인형보다 여동생이 갖고 싶었던 내가 엄빠를 졸라서 만들어낸!!!!!
고귀한 여동생느님이었음.
어른들이 다 (심지어 엄빠도) 호박 쭈글이처럼 생겼다고 뭐라 했지만, 내 눈엔 장미꽃보다 이쁜 여동생이었음.
못생긴 아기 커서 이쁘게 자란다고, 내가 어릴 적 불러주었던 애칭 장미꽃처럼 내 여동생은 아름답게 자라났음.
올해로 방년 십팔쎄!!!!! 한창 반항하고 집에 늦게 들어 올 나이의 여동생은, 건전하게 잘 자라주었음.
오냐오냐한 탓인지 건전하다 못해 대가 세게 자란 여동생은, 곧잘 학교 선생님들과 싸우고(!) 이기고(!) 다녔음.
그런 동생이 자기가 가진 끼를 감추지 못하고 방과후에 연극반에 들어갔음.
사건은 여기서 시작됨.
여동생이 연극반을 하면서 즐거워 하는 듯 보였으나, 그건 잠시였음.
어느 날부터 나에게 동생은 "연극부 선생님은 입이 너무 험하다"라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함.
본인 문창과.
예술가는 또라이가 많다는 말이 왜 나오는 것인지 많이 경험해본 사람.
대학을 나오면서 수많은 딥다크한 사건들로 인해 인간 이해의 폭이 넓어져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함.
내가 그때 "뭐가 얼마나 심각한데?"라고 물어봤떠라면!! 상황은 조금 달라졌을까...?
연극부 선생님이 이상하다고 허던 여동생은 어느날 부터인가 연극부에 나가지 않게 됨.
대신 교회 찬양대 리드싱어가 되었으므로 난 단순히 교회에서 노래부르는 것이 좋아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음.
그러던 어느날, 인원이 딸려 어쩔 수 없이 대회에 나가는 연극부를 돕던 여동생.
늦은 밤, 연습을 마치고 툴툴댔음.
"연극부 선생 진짜 미친 거 같아."
"왜?"
"아니... 하... (빡쳐 미쳐 돌아가겠는데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언니가 과보호 할 수도 있는데. 근데 이건 좀 심각한 사안이긴 한데. 이거 뭐 어쩌지)"
"아니 왜애~!!"
"내가 이거 말하면..언니...화 안내고 뭐라고 안한다고 약속해."
"아니 뭔지 알아야 내가 화를 내든 말든 하지."
네. 본인은 그토록 갈망하던 여동생이 너무 좋아서 다섯살 이후로 쭉 과보호를 해오고 있는 여동생 덕후였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여동생 만세!!!
"아니..그게..."
어렵게 입을 뗀 동생에게서 나온 말은 날 딥빡치게 하기에 충분했더랬습니다.
이하 동생 입에서 나온 말 구어체.
아니, 내 친구 00이라고 언니 알지? 걔가 연극부 에이스잖아. 근데 걔가 대회 전날이라 그런지 긴장을 좀 해서 대사를 틀렸더라고.. 근데 글쎄... 애들이 다 보는 앞에서 선생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아.. 입에 담기도 그래. 걔보고 글쎄,
넌 피임약 먹는 거 까먹어서 임신할 년이라고 했데. 그래서 걔 오늘 내 앞에서 엉엉 울더라. 내가 다 속상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진짜로 머릿속이 하얘졌음.
나, 평소 평등주의자라고 생각해서 성차별적인 발언(남녀 모두와 관련된) 장애인 비하발언 등 못 참는 사람임.
게다가, 엄빠보다 동생 교육문제에 훨 민감한 여동생 덕후로서, 그동안 여동생이 했던 "연극부 선생님 입이 좀 험하다"는 소리를 흘려들은 것이 후회됨.
나 캐물음.
"혹시 평소에도 그랬냐?"
"그정도까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퍽하면 애들 상대로 쌍욕하고, 자기 분노 조절 못해서 애들 보는 앞에서 물건을 부시곤 한다. 오늘도 선풍기 부수고 자기 앞으로 달아놓으라고 하고 갔다. 평소 애들이 마음에 안들면 쌍욕은 기본이다."
여기까지. 난 더 이상 듣지 않음. 바로 그 선생 이름을 접수하고, 일단 동생 재움.
다음날 아침, 난 내 모교이자 동생의 학교 교장실로 전화를 검.
그러나 방학.
교장 출근 안함.
대신 왠 선생님이 전화받음.
난 전화받은 선생님에게 요목조목 따져 물음.
도대체 시간제 강사 채용 기준이 뭐냐. 인성검사같은거 안하냐. 어제 동생에게 이러쿵 저러쿵 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이정도면 애들 입에서 충분히 이야기 나왔을텐데 학교 측에선 어떻게 아직도 이런 사람을 선생으로 쓰고 있냐. 교육청에 신고하려다가 지금 일단 학교도 알아야 할 것 같아 전화한다. 연극부 담당 선생님 번호를 대라.
그리고 바로 담당선생에게 전화를 함
나 누구누구 언니다. 누구누구가 어제 나에게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상황을 알고 있었나? 이런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든지, 교육청에서 보든지.
내가 전화 한 날은 대회 당일이었기에 바로 자를 수는 없었고, 대회가 끝나고 그 선생은 바로 짤렸다고 함.
그러나 사람 짤라놓고 마음 약한 나는 한 아이의 아버지, 한 가정의 가장을 한순간의 실수로 영영 기회를 박탈시켜버린 것이 못내 죄송했음.
그러나 그 한참 후에 여동생이 해준 말을 듣고, 난 그 마음을 싹 접음.
대망의 대회날, 내 모교 동생 학교는 꽤 좋은 성적을 거뒀음.
그 개차반(이쯤되니 상당히 빡이 침.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 개작자 멱살 잡고 싶음)이 내 동생 엉덩이를 느끼하게 토닥이며 잘했다고 칭찬했다함.
거기 다른 여학생도 많고, 버릇이면 남학생도 토닥였을 거 아님???
마침 그 현장을 담당 선생님이 목격하였고, 내 신고와 더불어서 그 작자를 자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한다고 한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내 그놈을 찾아가 멱살을 쥐어잡고 싶으나... 이미 그 작자를 잘라버렸으므로 후회하지 않기로 하는걸로 퉁침.
p.s- 그 강사에게. 아니, 마누라 있고 자식 있다는 양반이 시발 남의 집 자식한테 그러고 싶나???
니새끼나 그렇게 키우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