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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올리는 글들은 스크롤의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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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1
“응, 엄마. 응.... 아, 여기 지금 밖이야. 아니 학교는 아까 마쳤구... 걱정마,
이제 열시밖에 안됐는데 뭐... 알았어! 그게 다 괜한 걱정이라는 거야. 그래,
괜찮아. 응... 응? 방? 아, 좋아, 그때 같이 골라 놓구선... 학교에서
가깝구 좋아. 응, 걸어서 10분정도, 아니 할인 마트도 가까워, 알았어, 그럼 조만간
시간 나는 데로 내려가도록 할께, 응, 진석이 하고 아빠한테도 안부
전해주고, 그래, 엄마도 건강하구. 그럼 끊어”
새로운 출발과 새로운 마음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즐거운
생활들, 이 모든 걸 경험할 준비가 되어있는 나는 이제 막 연일대의
신입생이 된 초짜 대학생 박 미진이다.
불과 몇 일전 까지만 해도 시골집인 선산에서 어떻게 서울 생활을
해낼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선산이든 서울이든
다를 게 하나 없는 검은머리의 대한민국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처음 만남의 서먹함으로 너나 할 거 없이 친구란 틀 속의 다정함을
찾으려는 과 친구들도 그렇고 나만의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인
내 방도 이곳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오히려 방만 놓고 따지자면 예전 좁고 캐캐묵은
시골스타일의 방 보다는 지금의 방이 백배는 더 사랑스럽다고 할 수 있다.
아늑하고 쾌적한, 거기다가 전망까지 좋은 나만의 공간. 부동산 업자의
말을 빌자면 서울에서 이런 원룸에 이런 가격은 흔치않다고 한다. 물론
나도 그 업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뭐,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4층에 위치하고 있어 지금
이렇게 계단을 오를 때마다 조금씩 종아리에 무리를 주긴 하지만, 나름대로
이것도 다이어트 코스라고 생각해 버리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의
집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우, 배불러 너무 많이 만들었나?”
집에 들어서자마자 난 간단한 샤워를 끝낸 후 비틀즈의
쫙쫙 붙는 발음이 매력적인‘헤이 주드’를 들으며 떡볶이를 만들어 버렸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는 했지만 느끼한 피자집을 찾아서 일까? 그때부터
계속해서 떠오른 미각속의 매콤함 때문에 결국에는 이렇게 밤 12시에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다 먹은 그릇을 치운 후 방 중앙에 이불을 깔고
비스듬히 누워 적당한 재미의 케이블 채널을 찾기 위해 리모콘을 만지작거렸다.
‘아, 좋다. 정말이지 이런 게 자유라는 거구나, 예전 집에 있을 땐 항상 진석이
때문에 채널을 두고 싸워야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도 끝이구 진짜 편하다.
어디보자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간만에 하루종일 만화책이나 빌려볼까? 그래,
그게 좋겠다. 이불 옆에 나오키 만화책이나 잔뜩 쌓아놓구 프링글스랑 콜라
먹으면서 신나게 읽어야지.’하고 나는 12평 남짓한 나만의 공간에서 홀로된 자유의
강한 포만감을 느끼며 행복한 주말 계획을 세워나갔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케이블에서 칠탕째 해주는 영화의 뒷장면 맞추기를
끊임없이 반복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눈꺼풀은 나에게 천근만근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었고
온몸 또한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나른함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려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어제는 짐 정리를 하느라 거의 아침까지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를 갔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이틀 치의 수면양이 한꺼번에
쏟아진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곧 깊은 잠자리를 위해 TV를 끄고 힘겹게 일어나
베란다 창문의 잠김, 가스밸브의 잠김, 현관 자물쇠의 잠김, 그리고
수도꼭지의 잠김 등 안전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바로
형광등을 끄고 쓰러지듯 베개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캄캄함 속의 고요함,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기 전 나는 생각했다. 정말이지 이제 이곳은
나 혼자만을 위한 공간이구나 하고 말이다.
어떤 소음과 어떤 빛도 베란다 창을 통에 침입해오지 않았다. 그저 이
칠흑 같은 어둠속에 나지막이 반복되는 시계초침, 그 ‘째깍’ 대는 소리만이
나의 몽롱함을 부채질 하고 있을 뿐이었다. 점점 고요하다 못해
오히려 적막한 느낌까지 드는 나만의 방. 그렇게 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흐트려 가며 깊은 꿈의 세계로 빠져들어 갔다.
“슥........... 스윽......... ”
‘?!....’
“슥................... 스윽.....”
‘뭐... 뭐지? 이게 무슨 소리지?’
몇 분을 잠든 걸까? 아님 몇 시간이 지났을까? 귀속을 파고드는
기분 나쁜 소리에 나는 조금씩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슥........... 스으윽.......”
필요가 없었다. 정신을 집중할 필요도 없이 내가 잠에서 깨자
그 소리는 더욱더 명확히 나의 귀에 들어왔다. 지금 이 순간 분명하지만
알 수 없는 괴 소리가 나의 귀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자
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이내 그 두려움은 엄청난
공포로 뒤 바껴 나에게 눈을 뜨지 말라며 강요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지? 도둑인가? 분명 문을 다 잠갔는데... 어떡하지?....’ 하고
나는 혹시라도 눈을 뜬 채 예상치 못한 화를 당할까 두려워
더욱더 눈을 찔끔 감으며 생각했다. 그리고는 슬쩍 몸부림치듯
옆으로 돌아누우며 이불로 온몸을 덮어 버렸다.
그 후 가능한 작은 상황변화라도 만들기 위해 그 공포의
소리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관?... 지금 현관 쪽에 있는 건가?... 뭐... 뭐지? 근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나는 계속해서 식은땀과 긴장 열로 범벅이 된 이불속에서
그 괴 소리의 방향을 추측해 갔다. 그러자 곧 그 공포는 내 발아래서
들려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관찰 적 여유도 잠시뿐, 갑자기 소리는 나의 생각을 막는 듯
뚝 하니 끊겨져 버렸고 이내 방 안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정적으로 휩싸여 버렸다. 더욱더 청각에 애를 쓰며 온 정신을
집중해 봤지만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한층 더 무거워진 공포와 두려움에 파르르 입술을 떨며 혹시라도
내가 깬 걸 눈치 챈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를 감싸주던 이불이 스르륵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이 공포로부터 나를 감싸주던 이불, 그 이불이 마저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깨어나길 바라지 않는다는 듯, 아님
지금 내가 깨어있다는 걸 알고서 움츠린 나에게 공포감을
주입 시키려는 듯, 이유야 어쨌든 그렇게 이불은 서서히 나의 몸에서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나의 이마... 나의 눈... 나의 코... 나의 입술... 순간 나는 이불을 부여잡고
크게 비명이라도 질러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반항자의 고통이 더욱더
두려웠기에, 지금 이 순간 어떡하든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그렇기에
나는 그냥 그저 바보처럼 이불을 부여 쥔 손가락에 힘을 풀며 곤히 자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렇게 이불은 종아리와 발목을 타고 내려가 이내
덩그러니 나를 두려움에 노출시켜 버렸다.
‘자, 봤잖아... 이제 봤으니까 어서 가버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난 관심도
없어... 난 지금 이렇게 자고 있잖아! 경찰에 신고할 마음도 없고, 소리칠
마음도 없다구! 얼굴도 안 봤잖아! 그러니까 어서가! 뭐든 갖고 싶은 거 있음
지금 당장 가지고 가버리라구!’ 하고 나는 옆으로 누워 곤히 자는 연출과
함께 마음속으로는 거의 울먹일 듯 소리쳤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나에게 돌아온 대답이라곤 온몸이 솟구치는 소름뿐이었다.
나의 발목에서부터 툭하니 닿는 느낌, 그리고는 서서히 나의 살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
이건 분명 누군가의 손길이었다.
나는 미칠 것 같은 두려움에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차가운, 너무나도 차가운 손길.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싸늘한 손이 나의 살을 타고
조금씩 올라 올 때마다 피부 조직들은 마치 지독한 공포감에 의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이제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 더 이상은 이 공포와 두려움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기에 나는 눈물을 머금고 크게 소리치며 온몸으로 저항할 것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또다시 새로운 공포에 직면하며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굳은 결심과 함께 지금껏 질끈 감고 있던 눈을 크게 떠버리는 순간, 그 순간
나의 코앞으로 낯선 이의 발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어둠 속이지만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어떤 이의 발이 내 시야를 보란 듯이 지나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싸늘한
손길은 나의 몸을 잠식해가고 있었고 거기다 또 다른 이의 움직임이라니...
나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뼛속까지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하... 한명... 한명이 아니야!... 두... 두명이야!.... 어떡하지.... 난 이제 어떡하지... 근데...
근데 왜 맨발이지?.... 발목에 저 피는 뭐지?!... 잘못 본건가? 내가 잘못 본건가?....
내가 착각 한건가?.....’
나는 미칠 듯한 혼란 속에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될지 더욱더 막막해졌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무언가가 내 머리위로 툭하니 떨어지듯 닿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동공을 높이 치켜 올려 그 형태를 살폈고, 그러자 또 한번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피가 묻은 누군가의 손이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머리칼을 쓸어내더니 그 후 이마와 눈꺼풀을 더듬으며 타 내려 오는 손,
나는 어떡하든 저항하며 몸부림치려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조차 없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거짓말처럼 손끝하나 까딱 할 수 없는 강한 마비가 나의 몸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
그런데 그때 알 수 없는 듯한 또 다른 공포의 소리가 나의 등 뒤에서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 마치 미세한 입김마저 느껴질 정도의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였다.
“너..... 너의........ 다리............”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듯한 갈라진 여자의 목소리, 말을 내뱉기가 무척 버거운 듯
간신히 그것도 아주 간신히 단어들을 목구멍으로 토해내는 그런 식의 목소리였다.
“너................. 너의.........다리................”
“슥.......... 스으윽........”
계속해서 나의 몸과 정신을 갉아먹는 공포와 두려움의 소리들.
나는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그 소리들을 헤쳐 보려 미친 듯 소리쳤다. 손가락하나 까딱할 수 없고
가는 쇳소리조차 입 밖으로 내 뱉을 수 없었지만 오직 살고 싶다는
생각과 이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에 그렇게 난
겁에 질린 동공을 연신 흔들어대며 무언의 비명을 질러댔다.
“헉~”
몇 십번의 비명을 질렀을까? 몇 십번의 몸부림을 쳤을까? 어느 순간 나는 강한
비명과 함께 눈을 번쩍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잠들 기전 고요한 나만의 방에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꿈... 꿈이었나? 아니, 꿈이라고 하기엔 나의 의식은 너무나도 또렷했다.
분명 나는 깨어있는 상태였다.
“그럼 이게 가위라는 건가?” 하고 나는 반쯤 실성한 사람마냥 중얼거렸다.
지금껏 태어나서 단 한번도 가위란 걸 눌려 본적이 없었지만 이런 의아한 경험을
그런 현상 말고는 달리 단정 지을만한 단어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누구나 한번쯤 겪는 가위일 거라 생각하며 혼자만의
닫혀진 공간에서 애써 위안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생했던 지독한 공포감이 조금이나마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또 한번 소스라치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것이었다.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켜고 시계부터 살폈고 시간은
이제 막 네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시간에 누구지?’ 하고 생각하며 나는 조심스레 현관으로 걸어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바깥의 누군가는 나의 걸음을 재촉하려는 듯 쉴 틈 없이
초인종을 눌러대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현관 앞에 다다른 난 차가운 철문에 귀를 대고 건너편의 대답을 살피기
위해 소리쳤다.하지만 내게 돌아온 대답이라곤 싸늘한 침묵뿐이었다.
계속...
어둠을 두려워 하지 말라.. 다만 어둠속의 그 무언가를 두려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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