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 사람 : 박 성현
보낸 시간 : 2009-08-06
받는 사람 : 박 성현
여러분, 이 메일은 스팸 메일이 아닙니다.
부디 끝까지 읽어주세요. 한 분이라도 더 읽어주십시오.
저는 '타임 레지스탕스'라는 조직의 일원으로, 미래에서 왔습니다. 허무 맹랑한 소리가 아닙니다.
사기치려는 것도 아니고, 그 어떤 해도 가하지 않습니다. 제발 끝까지 읽어주세요.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의 대 예언을 기억하시는 분이 몇이나 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 라는 내용의 예언이었지요.
당시 사람들은 그것이 지구 종말의 뜻으로 받아들였지만, 1999년에는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지요..
적어도 그 때에는요.
우리들도 그 예언을 이해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1999년에 내려온다는 공포의 대왕은 어떤 아이였습니다.
그 날 태어난 아이는 세계를 멸망으로 몰아넣는 두려운 존재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2011년, 미국의 국방부 보안시스템이 해킹당합니다.
세계가 들썩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사건은 1년도 못가서 잠잠해집니다.
그저 해킹만 당했을 뿐이고, 해킹 당한 직후에 바로 보안망이 복구되었기때문에 별 문제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2012년에 발생합니다.
국방부 컴퓨터에 '페스트' 라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 모든 프로그램이 마비되며 세계는 대 혼란에 빠집니다.
당시 미국의 국방부 장관은 '전혀 걱정할 것 없다' 라고 말하며 국민들을 안심시킵니다.
하지만 1주일도 채 안되서...
미국의 미사일들이 차례로 자폭합니다.
지하에 숨어있던 핵 미사일들까지, 한꺼번에 자폭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충격을 공격으로 인식한 각 국의 방어체계시스템이, 자동적으로 미사일을 뿌려대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단 1주일도 안되는 시간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엄청난 핵겨울이 찾아오고, 전 세계는 절망에 빠지게 되었죠.
그러나 이 엄청난 전쟁에서 그나마 무사한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어 시스템이 작동할 것도 없었고, 중국까지 뒤덮은 먼지구름이 아슬아슬하게 대한민국을 걸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디나 절망적인 현실이었지만, 그나마 덜 절망적이었던 대한민국.
얼마 남아있지 않던 생존인구들은 대한민국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들을 견디기 위해, 대한민국에 지하도시를 건설하게 되지요.
지하 도시를 건설하는데 사용된 시간은 대략 10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얼마 안남은 생존자들은
모두 지하도시에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남은 생존자들의 모든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사건이 발생합니다.
한 청년이 자살하게 되는데, 딱 몇 줄을 남겨놓고 죽습니다.
[내가 당시 국방부 컴퓨터의 해킹범이다. 당시 나는 재미삼아 바이러스를 심었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당시 13살이었지라 내가 철이 없었다. 모든 인류에게 미안하다]
모든 사람들이 격분하여 청년의 시체를 곤죽이 될 때까지 두들겨팼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또 하나의 반전을 낳게 됩니다...
2025년, 전 세계의 마지막 희망을 담은 기술, 타임머신이 개발됩니다. 그러나 제작자들이 타임머신에 철저한 보안을 걸어놓고, 안전성을 이유로 사용을 불허합니다.
지하도시의 대부분의 인류들은 이에 분노했고, 그중 몇은 '이제 그만 지상에 나가서 살자' 라고 하며 지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연락은 두절되었습니다. 그 후에 탐색대가 조직되었지만... 탐색대들조차 연락이 끊깁니다.
저를 비롯한 몇몇이 바깥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지상으로 나왔을 때, 우리가 본 것은......
각종 괴생물체들이었습니다.
더이상 이곳에서 버틸 수 없었던 우리들은 조직을 결성하고, 과거를 바꾸자는 목적을 가진 저항대를 조직하는데, 그것이 바로 '타임레지스탕스'입니다.
몇 달동안의 전투끝에, 우리는 타임머신을 탈취할 수 있었고, 조직원들은 각자 그것들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등에 매는 가방형식의 타임머신은, 입체 공간이 필요한 기구였기때문에 바다에서 사용해야만 했죠.
그렇기에, 1000명 가까이 되는 타임레지스탕스는 바다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하늘을 나는 거대한 도마뱀, 다리가 여덟개나 달린 굉장한 크기의 거미 등, 우리는 그런 각종의 방사능오염 괴생물체들과 싸우고, 때론 피하며 바다에 도착했습니다.
생존자는 저를 포함해서... 단 100명 남짓. 우리는 모두 다이얼을 1999년으로 돌려놓고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제 주변의 시공간의 푸른 빛으로 일그러지는 동안, 저는 또다른 괴물을 보았습니다.
'리바이어던'. 딱히 이것 말고는 부를 명칭이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상어를...
항공모함도 한입에 삼켜버릴 듯한 크기의 그녀석이 시공간이탈을 시도중인 제 동료들을 한꺼번에 집어삼키는 그 장면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일 절망적인 것이 뭔지 아십니까?
다이얼을 잘못 돌려 2009년으로 와버린 것도 아니고, 자살해버린, 지금은 9살이 되어있을 천재 해킹범의 신상을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짜피 무시할 것이 뻔하디 뻔한 메일로 이 사실을 알리는 것.
지구 종말을 다시 바라봐야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제가 제일 절망적인 점입니다.
부탁드립니다. 한번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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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개소리는?"
성현는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며 메일을 삭제했다.
자신과 똑같은 이름으로 왔고, 재밌길래 읽어봤는데, 결국 헛소리만이 가득한 메일.
그는 나머지 컴퓨터 게임을 마저 하기로 마음먹고, 신나게 자판을 두들겼다.
그 때, 그의 동생인 재현이 들어왔다.
"형, 컴퓨터 언제 끝나?"
"잠깐이면 끝나. 조금만 기다려"
그러자 재현은 형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컴퓨터를 구경했다.
잠시동안 형이 하던 게임을 바라보던 재현이 흥미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형, 그거 알아? 이런 게임 회사는 해킹하기 되게 쉽다?"
재현, 당시 그의 나이는 9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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