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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715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7
    조회수 : 2205
    IP : 121.170.***.116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1/01/16 20:28:42
    http://todayhumor.com/?panic_10715 모바일
    고전펌,브금주의]천국의 역사




    제1장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유리방.
    사방이 유리로 막혀있는 방에 갇혀있다.
    그리고 남자를 감시하는 거대한 눈동자들.
    남자는 추위와 배고품과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아니야 뭔가 잘못되었어.
    분명히 나는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리고 지옥을 탈출했다.
    살아남았다.
    그런데 왜?
    남자는 악마를 만났던 그때를 떠올렸다.
    뭐가 잘못된거지?
    남자는 다시 처음부터 기억을 더듬었다.

    제2장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남자를 포함하여 열한명의 사람들.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지?
    왜?
    누가?
    우리를 여기로 데리고 온것일까?
    조용한 산속의 마을.
    열한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텅빈 마을의 고요함.
    여자가 날카롭게 외친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누가 우리들을 납치해서 이리로 끌고 온거지?
    모두들 한마디씩 떠든다.
    결론은 없다.
    아무도 납치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
    예상가능한 삶을 일상이라 부른다.
    단조롭고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맘에 사람들은 여행을 즐긴다.
    하지만 호텔을 예약하고 명소를 구경하고 맛있는 식사를 한다.
    예상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모험따위는 없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이것은 모험이라고.
    일상을 벗어나 모험을 즐기고 있다는 자기만족.
    안락한 비행기 좌석에 몸을 기댄채 일상을 벗어났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다르다.
    납치당했다.
    이유도 모른다.
    여행가이드 따위는 없다.
    전화도 온천도 없다.
    사건이 터졌을때 신용카드로 해결할수 없는 여행.
    그것이 그들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
    서로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
    공통점은 없다.
    오직한명 구석에 앉아있는 흰양복의 사내만이 말이없다.
    흰 양복,흰 양말,하얀 구두.
    이름없는 트로트가수인가?
    사람들은 흰양복을 무시한다.
    마을을 조사해보았지만 아무도없다.
    마을을 나가는 길도 없다.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마을.
    사람들은 다시 창고로 모였다.
    남자가 작은 노트를 꺼내든다.
    이것을 발견했는데 여러분께 읽어드릴께요.
    남자는 낡은 일기장을 조심스레 펼쳤다.

    제3장

    납치당했다.
    이유도 모른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다.
    다행히 우리보다 먼저 납치당해 이곳에 끌려온 일행을 만났다.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일행이 악마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마을에 온지 사흘이 지났다고 말했다.
    그들은 조급해 했다.
    그들은 두 개의 방을 찾고 있었다.
    두 개의 방을 찾으면 이곳을 빠져나갈수 있다고 했다.
    두 개의 방을 찾기위해서는 먼저 달마시안을 죽여야한다고 한다.
    하지만 삼일안에 두 개의 방을 찾지못하면 죽는다고 했다.
    이해할수없는 말들을 지껄이는 사람들.
    개미새끼한마리 보이지않는 마을.
    달마시안같은 비싼 사냥개를 이런 시골마을에서 기를리없다.
    그들은 다음날 모두 죽었다.
    심장마비.
    돌연사.
    삼일안에 두 개의 방을 찾지못하면 죽는다던 그들의 말은 진짜였다.
    우리들은 달마시안을 찾기위해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보았다.
    만났다.
    악마를.
    악마는 닥치는대로 죽였다.
    아마도 우리들을 이곳으로 데리고온 납치범 혹은 공범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누군가가 이일기장을 발견했다면 나는 아마도 죽어있을것이다.
    악마를 조심해라.
    삼일안에 두 개의 방을 찾기를.
    우리가 만난 악마는 하얀 옷을 입고 있다.
    당신이 만난 악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제4장

    남자는 일기장을 내려놓고 구석으로 눈길을 돌렸다.
    모두가 한명을 쳐다보았다.
    하얀 양복의 사내도 모두의 눈길을 의식하는듯했다.
    흰옷의 사내가 몸을 일으켰을때 손에는 칼이 들려있었다.
    십대일.
    여자를 제외하더라도 건장한 남자가 다섯이나 있다.
    사람들은 주위에서 무기가 될만한것들을 집어들고 흰옷의 사내를 둘러쌌다.
    흰옷의 사내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도망가.살고싶다면.

    제5장

    남자.
    빈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바닥에 누웠다.
    남자는 잠을 청해보지만 눈을 감는순간 악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낮에 있었던 창고에서의 싸움.
    그것은 싸움이 아니라 학살이었다.
    흰옷의 사내는 악마다.
    하얀 악마.
    한손으로 건장한 체구의 남자 척추뼈를 가볍게 잡아뜯었다.
    흰옷에 흩뿌려진 기하학적인 모양의 핏방울들.
    남자는 몇 번이고 잠을 청했다.
    살아남을꺼야.
    남자는 다짐했다.

    이틀째 아침.
    남자는 몸을 낮추고 창밖을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다.
    이마을에는 홀로 있다.
    그리고 흰옷의 사내도 있다.
    모두 죽었다.
    살해당했다.
    매미소리.
    한적한 시골마을의 나른한 오후.
    평온함 뒤에 몸을 숨긴 죽음이 그를 향해 손짓한다.
    남자는 문득 지난달에 해약한 생명보험이 떠올랐다.
    아직 새로운 보험에 가입을 안했는데.
    이런상황에서 사망보험금이 떠오르다니.
    나란 인간은 대체.
    지구의 공전은 계절을 바꾼다.
    지구의 자전은 밤낮을 바꾼다.
    오늘도 어김없이 어둠이 찾아왔다.

    사흘째 아침.
    남자는 집밖을 나갈 엄두가 나지않는다.
    남자는 거실에 앉아있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거실을 둘러보았다.
    책장위에 놓여있는 장신구들.
    제주도의 돌하루방.
    태엽을 감으면 발레리나가 춤을치는 시계.
    도자기로 만든 강아지 저금통.
    검은 얼룩점이 있는 하얀 강아지 저금통.
    남자는 벌떡 일어났다.
    달마시안!
    남자는 저금통을 들고 흔들어 보았다.
    동전이 조금 들어있다.
    남자는 저금통을 바닥에 내던졌다.
    머리가 깨진 달마시안 저금통.
    쏟아진 동전들.
    동전들 사이에 섞여있는 접혀진 종이한장.
    남자는 종이를 펼쳐든다.
    마을이장의 집.두개의 방.열쇠는 단테.
    남자는 잠시 생각했다.
    마을이장의 집?
    아무도 없는 마을.
    처음와본 마을이다.
    마을이장의 집을 알턱이없다.
    게다가 마을 어딘가에 하얀악마가 그를 기다리고있다.
    마을이장?
    시골마을!
    남자는 창밖을 보았다.
    그렇지 저기구나.
    남자는 주위를 둘러본후 지붕에 커다란 확성기가 붙어있는 집을 향해 달렸다.
    악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남자는 약간 흥분하며 이장집 현관문을 열었다.
    남자는 그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이장집 거실에 앉아있는 흰양복의 사내.
    이틀전 묻은 핏자국은 붉다기보다는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색으로 변해있다.
    남자의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남자의 뇌는 공포를 이겨내라고 몸에 신호를 보낸다.
    뇌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쁨의 물질 엔돌핀.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분 이분 시간이 흐른다.
    흰옷의 사내는 움직이지 않는다.
    남자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남자는 흰옷의 사내앞을 지나 이층으로 올라갔다.
    남자는 서둘러 방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구석방.
    방문을 열었다.
    두 개의 문.
    방안쪽 벽면에 두 개의 문이 있다.
    양쪽다 각각 자물쇠가 채워져있다.
    번호키.
    남자가 두 개의 방 사이 섰다.
    일층에서 들리는 소리.
    악마가 움직인다.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
    시간이 없다.
    열쇠는 단테.
    남자는 석달전쯤 책을 읽었다.
    단테의 신곡.
    단테라는 사람이 지옥,연옥,천국을 순서대로 여행한다는 상당히 재미없는 내용이었다.
    9개의 지옥.
    7개의 연옥.
    10개의 천국.
    발자국소리가 가깝다.
    남자는 왼쪽방을 선택했다.
    자물쇠를 붙잡고 번호를 누른다.
    9710.
    열렸다.
    흰옷의 사내가 칼을 휘두르며 남자를 덥쳤다.
    남자는 서둘러 왼쪽방으로 들어갔다.

    제6장

    방안은 어두웠다.
    고요했다.
    따뜻했다.
    방가운데 있는 탁자.
    간단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남자는 탁자에 앉았다.
    편지한장.
    펴본다.
    xx.
    엑스가 두 개.
    남자는 식사를 마치고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났다.
    탁자엔 새로운 식사가 준비되어있다.
    남자가 들어온 문은 열리지않는다.
    남자는 그렇게 어두운 방안에서 아홉달동안 갇혀있었다.
    아홉달이 지난 어느날 남자가 잠에서 깨어났을때 문이 열려있었다.
    남자는 조심스레 문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제7장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유리방.
    사방이 유리로 막혀있는 방에 갇혀있다.
    그리고 남자를 감시하는 거대한 눈동자들.
    남자는 추위와 배고품과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아니야 뭔가 잘못되었어.
    분명히 나는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리고 지옥을 탈출했다.
    살아남았다.
    그런데 왜?

    간호사가 남자를 번쩍 안아올렸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마구 울부짖었다.
    응애,응애.
    간호사가 산모에게 아기를 넘겼다.
    예쁜 공주님이네요.
    산모는 아기를 껴안았다.
    지옥을 빠져나온 남자.
    아니 여자 갓난아기는 배고픔에 마구 울어댔다.


















    파옥초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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