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사의 FC-80모델(그린모니터)과 테잎 레코더로 시작된 PC와의 만남이 아마도 초등학교 때..

게임위주였지만 즐거웠던 시절을 지나서 MSX를 갖게되었고 BASIC을 배웠습니다. 

학원에서 애들을 끌어모으는 방법중의 하나가 식빵크기에 가격이 ㅎㄷㄷ했던 3.5인치 

외장형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버를 가진 애들이 손쉽게 선생님들로부터 게임을 복사해달라

졸라댈 수 있었던 시절인만큼.. 참 어리숙하고 희한한 시절이었죠. 

동네에 있는 컴퓨터 관련 가게에서 장당 얼마 씩 받고 복사해주는.. 그런걸 업으로 삼았던 

사람들도 당시엔 존재했습니다.  나중엔 CD로 구워주는걸로 돈 벌이를 하는 사람도 생겼죠.

엔터를 (리턴키) 칠 때 마다 10, 20, 30으로 늘어나는 BASIC 인터프리터에 5단위, 1단위로 

라인 넘버를 증가시키는 법이 있다든가.. GOSUB로 호출해서 함수 호출하듯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던가.. 기껏 만들어봐야 눈사람 그리고 눈 반짝거리게 만들고.. 

그러다가 움직이게 만들고, 3.5인치 디스크에 쓰고 읽고 해서 프로그래마틱하게 데이터를

저장한다거나.. 그러던게 중학교 2학년.. 그리고 중3으로 올라가는 방학동안 C를 배웠고... 

포인터 무진장 헷갈리면서 이해했고... 

그렇게 해서 자연스레 대학에서도 컴퓨터를 전공했습니다. 

어렸을적 꿈은 과학자였으나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면서도 과학자가 되는 길일 수도 있다는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언젠가 과 이름을 교재앞에 영문으로 써 놓은 친구의 책을 보니

Computer Science & Engineering 이라고 써 있더군요.. 아.. 그래서 우리학과 홈페이지가 

cse.ca.... 음.. 암튼.. 그렇구나.. 했죠. 

그렇다면 나도 과학자인건가.. 과학게시판이 생기니 공돌이들이 몰려드는 이 상황이 맞는건가

생각을 하다보니 나는 학교에서 과학은 책을 통해서.. 공학을 위한 기초로 배운 것일 뿐이며

공학사 학위와 공학석사 학위를 받고 졸업하였으나 사회에서는 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개발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겁니다.  아들아이가 나에게 아빠는 과학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기업부설 연구소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하고는 있지만 연구는 아니고 개발입니다. 

전산/컴퓨터공학, 전자분야가 그렇습니다. 다른 분야는 모르기 때문에 말씀을 못드리겠구요.

그나마 학교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사용 언어에 제약을 두지 않고 과제를 받았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군요. 각각 지정된 툴이나 주제가 있었으니.. 생각해보면 

언어가 모두 제각각이었던 텀 프로젝트는 거의 드물었네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과학을 하는 사람, 공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개발을 하는 사람이다보니 

경력이 쌓여도 빠릿빠릿 돌아가는 머리로 하루에 십 수 킬로바이트씩 코드를 쏟아낼 수 없는 

머리가 되면 자연스레 퇴출되는게 요즘의 공돌이들.. 특히 프로그래머들이죠. 

그나마 요즘은 일꾼 구하는 자체가 큰 일이 되어버려서 어지간해선 40 즈음에 짤리거나 하진 

않겠다고 생각은 들지만.. 45라는 숫자를 생각하면 뭐 마찬가집니다. 

과학게시판을 보고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뭘로 채워질까 기대도 되지만 푸념글이 잔뜩 올라올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질답게시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땅의 개발자 여러분의 앞날에 희망이 함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