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항상 오유 눈팅만 하다가 처음 글을 올립니다.
평소 쌓인 울분과 설움으로 격한 표현이 다소 나옵니다. 욕... 욕도 있습니다 ㅜㅜ
제 방에는 토끼 두 마리와 도마뱀 세 마리, 인간 하나가 서식중입니다.
어찌되었건 토끼랑 동거하는 입장으로서, 토끼에 관한 만화나 글을 종종 봅니다.
...... 나니!??????????????????????????
저집네 토끼는 대체 어느 별에서 온 토끼!?
1. 토끼는 착하다
저희집 토끼년은 그닥 온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종종 매를 벌지요.
뽀뽀(토끼년이 질색하기 때문에 벌입니다) 라던가, 껴안기(역시나 질색하기 때문에 벌입니다)라던가..
다음날 아침엔 어김없이 침대 밑은 지뢰밭입니다.
....... 똥지뢰밭이요.
평소에는 화장실을 잘만 가리면서 그 날만 침대 아래에 똥을 지리는 겁니다.
무방비로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똥 밟고,
바닥은 카펫바닥이라서 바스라진 토끼똥은 진공청소기를 돌려야만 제거가 가능합니다.
빡칩니다.
2. 토끼는 귀엽다
귀엽죠. 귀여운데... 어........
토끼가 항상 귀여운 건 아니예요.
3. 토끼는 멍청하다
한가지 일화를 알려드릴게요.
어느날 저희집 토끼년은 제 가방을 뒤져서 먹다 남은 크로와상을 발견했습니다.
당연히 햄볶하게 그 자리에서 와구와구 처먹었죠.
화장실 갔다가 방으로 돌아온 저는 당장에 토끼냔 입에 물린 크로와상을 빼들고,
토끼년은 궁댕이 5대형에 쳐해진 뒤 풀려납니다.
그 다음날, 토끼년은 또다시 제 가방을 뒤져서 먹다 남은 브라우니를 발견했습니다.
이번에는 바로 먹지 않고 봉지째로 끌어다가 제 미닫이식 옷장에 숨겨놓습니다.
왜인지 오늘따라 토끼년이 옷장에 뺀질나게 드나들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언니가 옷장 안에서 처참하게 뜯겨진 브라우니를 발견합니다.
제가 브라우니 봉지를 집어들자마자 토끼년은 방 밖으로 도망갑니다.
그 날 이후 제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토끼년은 제 가방을 뒤집니다.
저랑 눈이 마주치면 바로 줄행랑을 칩니다.
........... 이제는 이년이 토끼인지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4. 토끼는 주인을 몰라본다
음.. 주인을 몰라본다 라기 보다는... 호구를 알아본다, 라고 하는게 정확합니다.
개는 낯선 사람을 보며 짖거나, 으르렁 대잖아요?
토끼는 주인을 물거나 긁습니다.
만만하니까요.
저희집 토끼는 주인 친구가 놀러오면 도망가기 바쁩니다.
구석에 처박혀서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로 째립니다.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괜히 누워있는 제 배에 올라타서 파바박 긁기를 시전합니다.
저는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친구를 방에서 쫒아냅니다.
....... 토끼는 누가 제일 만만한 호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차립니다.
5. 토끼는 적게 먹는다
가방을 뒤진다.
쓰레기통을 엎는다.
침대맡을 서성인다.
안방에 들어간다.
저희집 토끼냔이 심심하면 하는 행동입니다.
좀 더 풀어볼까요?
가방을 뒤져서 과자를 처먹는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과자를 처먹는다.
침대맡을 서성이다가 놓인 과자를 처먹는다.
안방에 들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처먹는다.
토끼놈은 그래도 좀 혈통있는 집에서 왔다고 고상하게 먹곤 했는데,
토끼년이 워낙 무식하게 처먹자 위기감을 느꼈는지 요즘에는 둘다 비슷하게 먹습니다...
* 근데 희안한게 어제 올해차 백신 맞을 겸 해서 병원에 검진 받으러 갔더니
오히려 작년보다 30그램씩 몸무게가 줄었습니다.
.......................................
6. 토끼는 돈이 덜 든다
3년간 모은 병원비 내역서입니다.
잃어버린 게 몇개 있어요.
중성화 포함, 대략 $1500 정도 들어갔습니다.
한화 150만원 가량입니다.
다른 일체의 식비, 간식비, 호텔비, 용품 등등을 불포함, 병원비만 토끼 2마리서 3년간 150만원이라고요...
그것도 내역서가 몇개 빠진 게 그렇다고요..
7. 토끼는 개나 고양이에 피해 기물파손이 적다.
... 역시나 이번에도 토끼년...님이 말썽입니다.
제 침대를 하나 해 먹었거든요.
침대 둘레에 철창을 쳐서 그 아래로 못 들어가게 막아뒀었는데,
이 토끼년님이 하루는 무진장 심심하셨었나 봅니다.
어떻게 기어들어가서는 기어코 침대 아래쪽 배 부분을 물어뜯어서,
침대받침대 안으로 기어들어가서 나무랑 스펀지를 죄다 뜯으셨습니다.
침대받침대를 옆으로 세워서 토끼년님을 구출하는 사진입니다.. 만은,
결국 지 발로 안나오고 지랄을 떨어서 매의 손으로 끄집어 냈습니다.
아빠님 불러서 오후 내내 침대수리 한 건 안비밀.
물론 모든 토끼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웹툰이나, 다른 사이트 등에서 토끼 기르는 분 보면
완전 애교있고 사람 잘 따르는 토끼도 많아요.
저희집만 해도 토끼년은 저렇게 성질이 더럽지만 토끼놈은 좀 얌전하니까요.
다만 토끼년에게 물들어가는 현재진행형......
한 마디로 저는 토끼 뽑기운에 패망한 케이스..
.. 어..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 사진으로.
토끼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