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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위해 저는 백수가 되려고 합니다 (웃대 펌)
저는 올해로 결혼3년차인 34세의 평범한 남자입니다.
박물관이나 전시관의 패널이나 제안서를 디자인하는 그런직업을 갖고 있지요..
저에게는 저보다 한살 많은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습니다.
저보다 한살이 연상이지만 나약하고 겁많은.. 그런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이지요..
저는 그렇게 사랑하며 지켜주고 싶은 아내를 위해 잠시동안 백수가 되려합니다..
돈이 있어야 누군가를 보살피며 지켜줄 수 있는 세상에서 무슨 말도안되는 이야기냐고들 하시겠지만..
그래도 저는 그런 그녀를 위해 잠시나마 백수가 되려고 합니다..
저의 아내는 2년전 임신을 한적이 있습니다.
계획하여 한 임신이었기에 기쁨보다는 기대감이 더 큰 임신이었지요..
아내의 임신소식에 TV에서처럼 뛸듯이 기뻐해주진 못했습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단지 아내가 병원을 다녀온후 보여주는 초음파 사진으로 조금씩 설레임과 기대감이 커져갈 뿐이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유난히 입덧이 심하던 아내가 병원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그날은 저희 부모님께서 몸조차 가누기 힘들어 하던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가셨지요..
그래서 저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회사에서 평소처럼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근무중 저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머니의 전화였습니다.
애기집속의 애기가 보이질 않고, 산모의 상태도 매우 좋지 않으니 다음기회를 기약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사의 권유를 저에게 말씀해 주시더군요..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나중에서야 애기가 보이는 경우도 많다고 하였지만
우선적으로 아내의 상태가 걱정되었기에 아내와 통화를 한 후 의사의 말을 따르자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첫번째 수술을 하였습니다.
모든것이 우리 부부에게는 처음이었기에 낯설었습니다.
다 괜찮을줄 알았습니다.
간단한 수술이며 임신은 다음번에 얼마든지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전 회사에 그런 제 상황을 얘기했지만
강력하게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어필을 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하던일이 있는 상황이고 회사에서도 먼저 가보라고 권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정말 몰랐었습니다.
그런 수술을 하고 난후의 몸상태는 출산후의 몸상태와 같다는것을..
그렇게 아내는 전신마취후 수술을 마쳤고..
제가 병원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후였습니다..
그 후 아내는 집에서 스스로 산후조리를 하며 안정을 되찾았지요..
그리고 몇달 후..
아내는 다시 임신을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아내에게 축하한다며 아내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전에는 하지 못했던 태명도 짓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하기 위해 일도 그만두게 하였습니다.
저 혼자 벌면 생활비가 많이 줄겠지만..
그래도 돈보다는 태어날 아이를 보호하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아내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몸관리를 잘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이아빠가 될 수 있을줄 알았습니다.
남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아이를 잘 낳기에..
집에서 안정을 취하는 아내는 괜찮을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나봅니다..
어느날 병원에 다녀온 아내에게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걸려온 전화너머로는 아무말없이 울고 있는 아내의 목소리만 들렸습니다..
아무말없이 울고 있는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니 어떻게 된 상황인지 한번에 알겠더군요..
그래서 일단 아내를 진정시켰습니다.
그리고 바쁘게 주변인들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다행히 장모님께서 시간이 되셔서 아내에게 달려가 주었습니다.
저는.. 바로 달려가지 못했습니다.
제가 하던일을 다른직원이 대신해주기도 힘들뿐더러,
갑에 속해있던 회사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사람이 저였으니까요..
다른 직원이 제 일을 대신 해줄수 있다고 하여도 마땅히 해주려고 하는 직원도 없었고,
(다른 직원들도 각자의 일이 있기도 했었고요..)
갑에 속하는 회사는 을에 속했던 저희 회사의 그런 개인적인 입장까지 배려해주는 곳도 아니었기에
저는 어쩔 수 없이 현재 하고 있던 일을 마무리한 후에서야 아내에게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내가 퇴원후 집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장모님은 부엌에서 미역국을 끓이고 계셨고, 제가 도착하자 아내의 몸조리를 부탁하며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모셔다 드리려고 하자 아내가 깨어났을때 혼자 있으면 더 우울할테니 혼자
가시겠다고 하시며 가시더군요. 그렇게 장모님이 가신후 아내가 잘 자고 있는지 방문을 열어보았습니다.
아내는 자고 있지 않았습니다.
덮고 있는 이불이 희미하게 떨리는게 보였습니다.
그런 아내를 안아주며 저는 괜찮다고 다독여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웃어보이며 이런 경우들 많다며..
괜찮다며.. 다음번엔 더 건강한 아이를 갖게 해주겠다며 아내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회사를 더 좋은곳으로 이직할 기회가 생겨 어느정도 쉬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마침 아내가 또 임신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함께 병원도 다니며.. 몸조리도 잘 시켜주었습니다.
한번 더 유산을 하게 되면 '습관성유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어 앞으로 더 힘들어 질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더욱 아내에게 많은 관심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주 임신이 잘되었다는 소리도 듣고, 아이의 우렁찬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엔 어쩔수 없는 일도 있나봅니다..
아내가 입덧이 심해서 병원에 입원한지 4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진료를 받기 위해 진료실에 아내와 함께 들어간 뒤
의사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아내는 초음파를 보기위해 커텐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의사선생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아..아이의 심장이 뛰질 않네요.."
침묵이 흘렀습니다..
저의 뒷통수를 누군가 힘차게 때리는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조심하며 병원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아이가 잘못되다니요..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스럽고 슬펐지만 그건 잠시뿐이었습니다.
커텐뒤에서 침묵하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잠시후.. 아내가 커텐을 열고 흐느끼며 나왔습니다..
마음이 진정되면 수술하자던 의사선생님의 말을 뒤로 하고 다른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내가 그러고 싶다고 저에게 말했기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오히려 그 병원에서는 자기네 병원에서 수술하자고..
원하면 일주일뒤에 다시 진료를 받자고 예약날짜를 잡더군요.
그래서 전 일주일뒤에 다시 진료하면 다른 희망을 볼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아니라더군요..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그 상처를 더 오래 갖고 있으라는 말로밖에 안들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예전병원으로 와 바로 수술스케줄을 잡았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저희가 안타까우셨는지 없는 시간을 내서 수술스케줄을 잡아주셨습니다.
그렇게 몇시간 후 아내는 세번째 수술을 하게되었습니다.
수술 후 안정을 취하고 있는 아내를 보기위해 회복실에 들어갔습니다.
아직 마취가 덜깬 아내가 자고 있더군요..
하지만 잠시후..
마취에서 깨기시작한 아내는 계속해서 같은 말 한마디를 반복하며 울었습니다....
"아이가 사라졌어.. 내 배속의 아이가 사라졌어.."
문득.. 몇일전 병원으로 처형네 가족이 병문안을 왔었던게 생각나더군요..
그때 6살의 조카여자아이가 제 아내에게 이런말을 했었거든요..
"이모.. 이번에는 아이가 안없어졌으면 좋겠다.. 그치..?"
아내도 그 말을 듣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겠지요..
저역시도 그렇고 모든 가족이 그러길 바라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 바램은 이루어 지지 않았고..
전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어하는 아내의 모든 모습을 바라보며 위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내를 위로하며 예전 생각을 하니 더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슬픈 상황속에 아내가 혼자있었던 그 순간들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로 달려갔었어야 했는데..
조금이라도 더 오래 옆에서 지켜줬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제 자신이 너무 비참하고 미웠습니다..
그래서 전 백수가 되었습니다.
재산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그렇게 상처가 많은 아내를 보살피기 위해서입니다.
일하기 싫어서가 아닙니다..
혼자서 버티기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전 이직하기로한 회사를 뒤로하고 한동안 아내의 옆을 지켜주었습니다.
아내와 여행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며 아내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그렇게 7개월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이제 어느정도 금전적인 부담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또 아내가 임신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습관성유산진단을 받아 이제 매일 집에서 스스로 배에 주사를 놔야합니다.
겁많은 아내지만.. 아이를 위해서 꾹 참고 매일 주사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병원비도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다시 직장을 찾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다시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이제 괜찮다고.. 자기 걱정은 말고 열심히 일하라고 하였습니다.
매일 주사도 맞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도 먹으니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열심히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아내의 옆을 지키고만 있는다고 해서 아내를 지키는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기때문입니다.
그런데.. 새로 입사한 회사는 전에 일하던 회사보다 더 근무시간이 많았습니다.
야근은 당연하며.. 예고 없는 주말근무까지 수시로 있더군요..
하지만 오랫만에 취업한 곳이기에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또.. 잘못되었습니다..
또 울고있는 아내의 목소리를 전화기 너머로 들어야만 했습니다..
하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제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그래서 전 다시 취업한 이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백수로만 있을 수 없습니다.
아내의 병원비와 미래의 희망을 위해 더이상 저축해놓은 돈을 쓰고만 있을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웬만하면 월급은 조금 더 적을지 몰라도 시간적 여유를 갖을 수 있는 회사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일이 있어도 다른 회사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돈이 있어야 살기 쉽고..
돈을 벌어야 대접받는 이 세상에서..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한다지만..
일을 위해 굶기도 해야하는 이 이상한 사회속에서..
저는 아내를 위해 잠시라도 다시 백수가 되려고 합니다....
저는 돈보다도 아내를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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