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밀레시안이 된건 긴긴 중고등학생 생활을 마치고 신나는 대학생이 되었던 2004년 어느날 즈음이었는데..
그때는 에린에 2시간 이상 있으려면 최소한 9900원이 필요했고..
문게이트를 이용하려면 이웨카가 뜨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고..
염색앰플은 너무너무 비싸서 지향색 같은건 꿈도 못꾸고...
그래도 정말 즐거운 에린이었다..
성인이라는 기쁨으로 처음 시작했던 서버는 당연히 하프!! 하프에서 대학졸업때까지 꾸준히 참 열심히도 했다..
순수미술전공자라 취업이냐 대학원이냐를 두고 진로를 고민하고.. 성적관리다 외국어다 해서 매일매일 더 더 각박해지는 현실에도..
잠깐이라도 에린에 들어가면..
항상 다정하게 맞아주는 가족같은 길드원들과 에린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는 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고..바쁜현실에 못이겨서.. 에린을 떠나게 돼버렸다.. 그게 아마도 2009년 즈음이었던것 같다..
2011년!!대학원을 졸업하고 드디어!! 첫월급을 받았다.. 나는 첫월급으로 평소 바꾸고싶었던 노트북을 샀는데.. 내가 번 돈으로 처음 산 노트북을 받자마자 나도 모르게 한 일은 바로 마비노기에 접속하는 거였다..
하지만 2년만의 에린은 로그인부터가 어려웠다..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문구가 계속 나왔다.. 겨우겨우 로그인을 했지만 이미 나의 5년은 사라져있었다.. 해킹을 당한 계정은 엉망진창이었다.. 아끼고 아끼던 팻들은 모두 인벤토리가 비워진채 쓰러져 있었고.. 금이야 옥이야 아끼던 자캐는 생전 처음보는 얼굴을 하고있었다..
너무 슬펐다.. 사라진 에린의 5년과 함께 내가 위로받고 기뻐했던 기억, 추억들을 모두 도둑맞은 기분이었다..약간의 배신감(?)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날로 그만 두었다.. 계정마저 삭제해버렸다..
그렇게 잊어버리자 생각하고 시간은 흘렀다.
20살에 밀레시안이 되었던 나는 30살이 되었고.. 이제는 직장에서도 제법 모양을 내게 되었고..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그래도 에린은 그리웠다. 얼굴도 몰랐지만 힘든일은 위로해주고 기쁜일은 함께 축하해주었던 길드생활도 그리웠다.. 무엇보다도 평화롭던 에린의 일상과 풍경이 그리웠다.. 그 여유로움이..(라고쓰고 잉여로움이라 읽는건 안비밀...)
결국 나는 2014년의 끝자락에 다시 밀레시안이 되었다..(서버는 류 ㅌ......) 아직은 처음과는 다르게 많이 변화한 에린이 전처럼 익숙하지는 않지만.. 또 엄청 연약한주제에 연금변태의 길로 홀딱 빠져버렸지만..ㅎㅎ
처음 그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우리 길드의 꼬맹이들과..(내가나이젤많...ㅠㅁ ㅠ) 이제는 한명의 어엿한 사회인이어서 엄마눈치 안보고 소소하게 현질(!)을 할수 있다는점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