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안희정, 박원순, 이재명은 '깜'이 아니며 두고두고 지켜 볼 인물이란 거였다.(왜 그런지는 다들 아시리라 믿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런 내가 현재 '결과적으로' (수많은 의혹, 하자가 많은 인물임에도) 이재명을 지지하는 쪽에 서 버렸으니 이 어찌 코미디 같은 상황이 아니겠는가.
먼저 밝혀 둘 것은 시게의 반이재명(이하 '반이') 측의 전략은 실패했다는 거다. 이유는 차차 설명드리겠다.
의견제시와 주장은 다르다. 뭐 내 생각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데 누가 뭐라겠는가. 그냥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싫다는데 뭐라겠는가? '아 그냥 그렇게 사세요' '님이 그리 생각하는데 어쩌겠어요' 라 하면 다툴 일도 없다. 서로의 정신건강에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주장은 다르다. 주장은 타인을 설득시키는 일이다. 게시판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무언가를 강력하게 주장하여 타인의 공감을 얻고자 한다면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대야 한다. 명확한 증거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엤으나 비록 그것이 없어도 합리적 의심이 충분하면 공감을 얻을 것이고 아니면 배척 당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내가 시게 일부 반이, 그러니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는 분들에게 완곡하게 부탁한 건 별 거 아니었다.
1. 이재명을 까되 조중동종편 개쓰레기들이 이명박근혜 시절 이재명에 가한 왜곡된 자료를 주장의 근거로 사용하기 없기.
2. 두 주장 다 일리가 있어 보일 땐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의혹은 의혹으로 남기자.
정도 였다.
한가지 예를들어보자.
드루킹이 경기지사 경선시 다음과 같은 맨트를 회원들에게 남겼다.
"경기도지사는 전해철의원이 친문주자로 나가는건맞음(자의) 따라서 지금먼저 전해철을 우리가 밀면 경쟁상대들이 광화문의 지시가 아닌가 의심하게됨. 따라서 당분간은 중립적으로 이재명을 견제하는 것이 필요하고 전해철의 이름을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함(바둑이의요청)"
"전해철의원을 실명거론하지는 말고 이재명만 살짝 견제하는게 좋겠다는 바둑이측 의견입니다."
"보안유지해주세요"
위 맨션만 가지고 드루킹과 전해철이 합작하여 경기도 경선에 임했다고 한다면 이건 의견제시일까 주장일까.
'충분히 그럴 수 있네' '의심할만 하네'는 자신의 의견제시다. 아니라 해도, 믿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위 맨트를 가지고 '둘이 틀림 없이 합작했다'라 주장을 하게되면 달라진다. 전해철 측의 해명을 들어봐야 한다. (물론 나는 전해철과 드루킹이 합작하여 경기지사후보경선을 치렀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김경수의 그것처럼 닳고 닳은 과대망상증 환자의 일탈로 여길 뿐.)
이재명에 대한 의혹 내지 문제제기는 크게 세가지로 보인다.
전과, 형수에 대한 욕설, 혜경궁 김씨.
전과의 경우 음주운전은 명백한 잘못이나 나머지 건은 시민사회운동을 하며 얻은 이력이다. 이건 이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음주운전외 다른 전과를 가지고 이재명 반대라 외친다면 노통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알기로 '전과 1범'은 확실하다. '음주운전만으로도 나는 안된다'고 하는 분 있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어쩌겠는가.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다른 거 없다. 그 잣대를 다른 후보들에게도 똑같이 대라는 거다. 추미애, 남경필은 처음에는 똑같이 노통 탄핵에 반대하다 결국 표결에서는 둘 다 찬성표를 던졌다. 이걸 두고 내가 싫어 하는 추미애는 표결에 찬성했으니 나쁘고 이재명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남경필은 처음에 반대했으니 게안은 넘이라 하지 말자는 거다.
형수에 대한 욕설, 양측 주장 다 유심히 살폈다. 이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도 살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와 '오죽했으면'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내가 이재명 입장이라면 형과 형수를 존나 팼을 수도 있다 싶었고, 이재선과 그의 부인의 입장이라면 이재명이 공직에 나가는 걸 앞장서 말려야겠다 여겼다. 그러니 이건 양비론일 수밖에 없다. 가정사 깊은 속, 가족간에 어떤 한이 쌓였길래 저 지경에 이르렀나 싶을 뿐. 각자가 알아서 판단하는 거다. 이것도 마찬가지 잣대를 똑같이 대자는 거다. 남경필은 아들이라서 괜찮고 이재명은 본인이라 다르다는 개소리는 하지 말자. 남경필 이혼사유, 가공할 범죄를 저지른 아들에 대한 구제 의혹도 차고 넘친다. 의혹은 의혹일 뿐 밝혀진 게 없으니 입 닫고 있는 거다.
혜경궁김씨, 앞에서 언급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 그렇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온 넘이 아니면 그의 아내가 자당 후보와 노통에 가한 능욕에 가까운 코멘트를 남긴 건 최소한 노통, 문통 지지자로서는 용납이 안 되는 일이다. 다른 건 곁가지. 의견제시의 영역,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만 이 건은 다르다는 거다. 만약, 그 계정이 실지로 김혜경 씨의 것이라면 이재명은 탈당 내지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것도 마찬가지. 제기한 의혹만큼 이재명 측의 해명도 수긍이 가며 무엇보다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다. 룰에 의해 당선 된 후보, 정당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 후보를 끌어 내리고자 한다면 그건 의혹을 제기한 쪽의 몫이다. 미치고 환장할 일일 지라도. 룰이 민주주의가 언제나 합리적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틈이 있고 그 틈새를 파들어 기생하는 놈들이 존재한다. 그 어떤 룰도 그 어떤 민주주의도 이를 막을 수 없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기로 한 이상 감수해야 할 비용이다. 이걸 부정하는 자, 박사모나 일베나 다름 없다.
모든 정치커뮤니티는 다양한 인물들이 드나든다. 여러 주장이 부딪힌다. 때문에 해당 커뮤니티의 정체성은 조회와 추천수로 규정된다.
오유시게 예전엔 이러지 않았다. 내가 싫어 하는 놈, 설사 그놈들이 발정당 소속 국회의원일지라도 빈약한 근거를 갖고 와 공격하면 유저들이 재제를 가하는 편이었다. 지금도 주렁주렁 달린 댓글들이 선명히 떠오른다. '싸우면서 닯아가지 맙시다.' '일베는 되지 맙시다'
'언제나 마음'이란 닉네임의 유저가 경기도출마의원 출정식에서 찍힌 사진 한장을 가져 왔다. 그러면서 '자유당이나 이재명이나'란 멘트를 달았다.
언듯 보기엔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재명이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단결투쟁'이란 글자가 보인다.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 입는 빨간색 쪼끼였던 것이다. 출정식에 안가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어떤 사안으로 사측과 싸우고 있는 분들이거나 어떤 회사의 노조원들이 집단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분들이 이재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 이런 사진을 갖고 이재명이 자유당과 친한 것처럼 몰고 가지 말자는 거다. 그러니 어떤 분은 드래스코드가 안맞느니, 문자를 다 보냈는데 행사 망치려 빨간쪼끼 입고 왔다는 둥 주절주절 거린다. 묻도 싶다. 그렇게 살고 싶나?
이전 시게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면 비록 이재명을 반대하나 이러지는 말자는 댓글이 달렸을 터였다. 추천수만큼이나 반대도 있을 터였다.
이것이 지금 오유 시게의 현실인 것이다. 나같이 이재명 미워하는 넘 하나 설득 못시키는 당신들이 무슨 큰일을 도모하겠나. 누가 당신들 편에 서려 하겠나. 다시한번 말한다. 당신들의 전략은 실패한 것이다. 현재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