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 처음 유치원에 가고 나서 선생님이 엄마한테 전화를 했답니다... 아이가 다른 애들하고 잘 어울리질 못한다고 엄마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대요. 제가 그전에는 어디가서 휘젓고 다니면 다녔지 기죽고 말 못하는 성격이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또 외톨이가 됐어요. 처음에 전 친구가 없다는걸 싫어하지도 않았고 어릴때니까 거의 인식도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워낙 어릴때니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집에서는 저보고 친구 좀 사귀라고 성화였어요. 아예 내일까지 짝하고 말하고 오라고하고 숙제검사하듯이 그날 물어보고... 사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말하는게 당연한거긴 한데 전 무슨 문제인지 그걸 못했어요. 친구 좀 사귀라고 하는 가족들이 엄청나게 스트레스였단 말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도 나아지지 않고 부모님은 멀쩡한게 대체 왜그러냐는 소리하고...
부모님도 집에서는 까불까불하고 말도 많은 애가 학교에선 제대로 친구도 못사귀고 힘들어하니까 그랬던 거겠죠. 저도 다른 애한테 말 못걸고 혼자 지내는게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지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정도였으면 정신적으로 어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게 맞지 않나요? 자라면서 점점 말도 자신감도 없어지고 학교 다니는게 정말로 지옥같았어요. 만약 학교에 수업도 공부도 시험도 없었대도 죽어도 가기 싫었다고요. 학년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반에 적응할 자신 없어서 한숨만 나오고 짝꿍 바꾼다고 하면 다른 애들은 좋아하는데 저는 제일 싫었고 그런데도 주변에선 네가 먼저 마음을 열어라 먼저 친구를 사귀어라면서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요. 초등학교 5학년때는 전학을 갔는데 전학간 학교에선 더 심했어요. 12살에 정신과를 갔어요. 결국 이전에 있던 학교로 도로 전학을 가게 됐죠.
그렇게 중학생이 됐는데 달라진건 없었어요. 또 반에서 혼자 됐죠. 여전히 담임선생님이나 부모님이나 저보고 성격을 고쳐보라고 말하고. 저도 그때까진 그냥 제가 소심한 성격이려니 했는데 염병할 성격이 소심한 사람이 세상에 널렸는데 그 사람들이 전부 이래요? 그때쯤 되니까 진짜로 이건 다 내 문제다, 내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평소 제 모습을 버리려고 했고 다른 애들이 하는대로 따라하려고 어떻게든 다가가보려고 애써봤죠. 그런데 결과는? 2학년때 반에서 엄청나게 놀림받았어요. 제가 뭘 하든지 무슨 말을 하든지 지들끼리 웃기다면서 자지러지고 그때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서 다섯명 이상 한꺼번에 저 바라보면 벌벌떨어요. 중학교때 제일 하고 싶었던게 뭔지 알아요? 친구랑 문자하기, 미니홈피란거 한번 해보기.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는 1년이 됐지만 후회하고 있어요. 다시 17살로 돌아간다면 망설임없이 학교를 관둘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에서 얻은건 한개도 없어요. 고통스런 기억만 빼고요.
지금에와서도 정말... 겉으로 보기엔 정말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데 여전히 어디서나 겉도는 느낌이고 전부 털어놓고 기대고 싶은데 그럴만큼 의지할 사람도 없고... 여전히 사람들이 무섭고...
애초에 뭔가가 결여된 상태로 태어난게 아닌가 싶네요. 저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내가 정말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젠 다 필요없다고 생각돼요. 사람은 근본적으로는 못변해요. 제가 아무리 저를 변화시키려고하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고 싶어해도 물고기가 물밖에서 적응하려고하는거나 다름없어요. 이젠 진짜 지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