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단으로 만들어진 토끼가 있었습니다. 톱밥으로 채워진 가슴속은 진짜의토끼가 되고 싶은 소망으로 들끓었습니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날엔 그렇게 될 수 있지."
지혜로운 가죽말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세상 어떤 것이라도 사랑을 받게 되면 으뜸으로 귀해져서 "진정한 그것" 으로 탈바꿈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토끼는 그 집 소년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몇 해 후, 우단은 낡아지고 털이 빠졌는가 하면 두 눈마저 망가졌지만 토끼는 조금도 슬프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사랑받음으로 하여 자랑스러운 그 진짜였기 때문에...
그러나 병을 앓게 된 소년이 건강을 되찾기 위해 바닷가로 휴양을 떠나게 되었을 때 장난감 토끼는 병균이 묻었다는 이유로 헌 책과 낡은 장난감들을 불태워 없애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고 뒤 뜰에 던져졌습니다.
토끼는 난생 처음으로 차가운 흙바닥에 누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눈물에서 꽃송이가 돋아나고 그 속에서 작고 어여쁜 요정이 나타났습니다.
" 나는 버려진 장난감들을 돌보는 요정이란다. 이제 너를 진짜로 만들어 주겠어."
" 나는 진짜가 아니었나요? " 토끼가 물었습니다.
" 그 애한테만 진짜였지. 앞으로는 모든 이에게 진짜가 되는 거야."
그리하여 그 우단 토끼는 갈색의 부드러운 털을 가진 살아있는 진짜 토끼가 되었습니다.
- 마조리 윌리엄스의 동화.
부드러운 털을 가진 살아있는 진짜토끼...
우단으로 된 사랑받음으로 진짜인 우단토끼..
나는 우단토끼가 되고싶다.
" 그 애한테만 진짜였지. 앞으로는 모든 이에게 진짜가 되는 거야."
키르케의 저주가 생각난다...
키르케의 저주.
"아름다운 자손을 얻으셨군요.
특별한 축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황녀님을 위해 제가 준비한 두가지 축복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축복은,
황녀님이 원하시는 단 한 분에게서
평생동안, 그리고 죽어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받도록 해드릴 겁니다.
두 번째 축복은,
황녀님이 원하시는 단 한 분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평생, 그리고 죽어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받도록 해드릴 겁니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황제?"
허영심이 많은 황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두 번째 축복을 선택했습니다.
..
그렇지만 키르케가 가지고 온 것은 축복이 아닌 저주였습니다.
키르케는 하나의 축복과 하나의 저주를 가지고 왔다..
절 망
아무도 눈 뜨지 못할 고요의 시간에
내 손가락은 날카로운 절망에 베어버린다.
아껴둔 무언가를 창조해 내었을 때,
내가 가진 절망이 가차없이 베어버린다.
스미는 나의 피조차 절망 앞에 분리되고,
떨어진 한방울은 대지에 물들어버리고,
선혈의 자욱속에 아득히 떠오르는
잔잔한 두 글자의 형태만이
아껴둔 무언가가 창조됨으로써
내가 가진 상처를 위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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