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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과 한창 만나던 때, 그녀가 말했어요.
- 내 친구들 보면 남친들이 술먹고 전화와서 땡깡부리고 애교부리고 그러던데
자긴 왜 한 번을 안그래?
유전적인 건지 내성이 생긴건지 저는 술이 꽤 쎈 편입니다.
자랑할것도 아니지만, 자랑할만큼 잘 마시는 건 아니여도 제 인간관계 내에서는 먼저 취하는 일도 거의 없고,
술먹으면 잠이 든다거나 운다거나 폭력적이 된다거나 하는 주사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그녀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진심이 섞인 투정임을 알았어요.
저는 술자리에서는 다른 이들이 핸드폰을 만지거나 TV를 보거나 다른 짓하는 게 용납이 안됐거든요. 그 시절엔.
그런 제가 여자친구에게 술자리에서 연락을 하는 일은 없었죠.
핸드폰을 만지는 게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막상 그녀에게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너무 미안해서 늘 마음속에 생각했어요.
다음 술자리에서는 꼭 연락해야겠다고.
그리고 실행에 옮겼죠.
새벽4시는 됐던것 같은데 잠깬 목소리로 받으면서도 좋아하는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때부터였어요. 제 주사가 전화하는 게 된 건.
처음엔 억지로 시작한 전화였는데
그녀와 헤어진지도 벌써 6년은 지났는데
여전히 그대롭니다.
이젠 좋아한다느니 그립다느니 하는 감정같은 건 찾아보기도 힘든데
술먹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그녀 생각이 납니다.
고쳐보려고 노력해본 게 이제는 문자나 카톡을 하고 답이 있으면 전화를 거는 수준인데
민폐도 어지간한 민폐가 아닌데다 다음날 확인하면 왜그러나 한숨만 나오네요.
오유인들의 주사는 어떠신가요?
술을 끊으라고 하신다면 사양하겠습니다.
술마저 없으면 너무 재미없네요 요놈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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