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갈아댄 이빨치료 덕분에,
온 몸이 파김치가 되어 지금 잠시 누워있었습니다.
약간만 딱딱한 것을 먹어도 이빨이 시리고..
맹물을 한컵 마셔도 온몸이 으실으실...
해서, 종일 굶다시피 했더니..
침대에 누워 있는데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것이,,,,,
불현듯 빙글빙글 도는 천장을 보니,
대학시절 집 나와서 허구헌날 친구 자취방에서 술먹고,
골골 거리며 누워 있었던 때가 생각 났습니다.
친구는 군대를 면제받아 일찍 취직을 했었기 때문에,
낮시간에는 어떡하던지 저혼자 시간을 때워야 했지요.
물론, 학교는 나가지 않고 계속 빼먹었었고,
돈 안들이고 오랜시간 보내기 좋은 곳은 만화방 만한 곳이 없지요. 아시다시피..
30 여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시간에 만화방으로 가서,
허영만, 박원빈, 고행석, 김철호 이런 사람들의 만화를 보았었지요.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만화만 자꾸보면 상상력과 시각적인 요소에는는 상당히 고무적인데,
어휘력이나 고사성어등의 학문적인 요소에 조금 마이너스일것 같아-_-
2:8의 비율로 무협지도 보곤 했더랩니다.
그런데 어느날, 구석에서 열심히 무협지를 쪼으고 있는(보통 책을
보는것을, 무협지는 쪼은다 그러고 만화는 때린다, 하는 표현을 쓰지요)
나에게 얼마전에 술집에서 만나 밤새 술마신적 있는 선배하나가 다가와서,
몇마디 말을 실실~ 걸더군요.
요즘 학교는 다니느냐,
전공이 적성에 안맞냐,
밥은 먹었느냐,
술한잔 할까.... 하면서 말이죠.
별로 할일도 없던 내가 사람좋은 웃음을 흘리며, 일일이 댓구를 다 해줬더니,
갑자기 나보고 아르바이트 해볼 생각이 없냐는 거에요.
이거 머, 물어보나 마나 아닙니까.
어디가서 딸내미들 등쳐먹는 포주따까리만 아니면 무언들 못하겠습니까.
그래서 무슨 허름한 사무실 같은데를 따라갔는데,
후후~ 세상에 그곳은 무협지하고 만화 대본쓰는 곳이었어요.
와룡강이니, 사마달이니, 와룡생이니, 금강이니 하는,
모든 필명은 전부다 짜집기의 이름이었고,
통상 6권으로 구성되는 무협지의 全권은,
2명내지 3명의 사람들이 쓴다고 그러더군요.
언뜻보니 그 사무실에서 오야봉 같은 사람이 이것저것 물어보더군요.
기본적으로 빙골옥미니 경국지색이니 탈태환골같은 말들은 애 장난이었으니,
몇번의 대화후에 몹시 흡족한 웃음을 흘리는 그 양반이 운을 떼더군요.
이번에 기획하는건 현대성을 가미한 에로무협진데,
그쪽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대한다구요.
여러분들이야 잘 안믿겠지만,
제가 에로쪽이나 포르~ 쪽으로는 원래 일가견이 있걸랑요.
그래서 우습지도 않게 에로무협지 쓰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한 2권정도 쓰면 10만원 정도 받았는데, 어떨때는 15만원도 주고 그러더군요.
그당시 한학기 등록금이 70만원 정도였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꽤 짭짤한 아르바이트였죠.
나를 소개해준 선배와 조를 맞추어 책을 자주 썼는데,
주인공 이름하고 자의던 타의던 주인공한테 몸한번 바치고 계속 등장하는,
여자들 이름 몇자, 그리고 주인공 주위의 호법이나 라이벌 같은 애들
이름 몇자만 정해지면 스토리는 일사천리였지요.
특히, 진한 성행위 부분묘사 등에서 탁월한 필체룰 남긴걸로 기억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제가 쓴 부분을 많이 뻬낀걸로 알고 있답니다.
물론 조잡하고, 유치한건 사실이지만 특이한 경험 이었던건 사실이었어요.
그렇게 받은 돈으로 친구와 밤새 술마시고,
그녀석 출근하고 나면 3시나 4시까지 배고픔을 느낄때까지 누워있고,
주인 아저씨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컵에 계란하나 띄워서 들고오면,
그제서야 부시시 일어나고, 또 사무실가서 몇자 끄적이고,,,,
술마시고 아팠던 기억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인데,
주변시간의 다양했던 일들이 꼬리를 물고 기억나니, 이것참.
인제 30의 말련으로 마구 마구 치닫는 나이에,
불현듯 15년도 전에 일이 슬며시 웃음과 함께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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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런글은 어디다 올리죠?
유머라고 하기엔 말도 아니고...
좋은글 게시판에 올리자니 그것도 말 아니고...
그것참.....
뭐, 사람들 왕래가 비교적 뜸한 좋은글 게시판에 올리죠..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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