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서울 정동 공부방에서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이셨던 신경민 논설위원께서 “방송과 언론권력과 한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1시간 20분 가량에 걸쳐 강연을 했습니다. 이번 공부방 강연에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끝까지 진지하게 경청하셨습니다.
신경민 논설위원께서는 언론 문제를 비롯하여 선거, 정치, 교육, 외교, 북한문제, 복지, 정책 등 많은 것을 말씀하시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의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가는 언론장악 및 언론인 탄압과 시사프로그램 무력화에 직면하여 방송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모처럼만의 외부강연에서 언론인으로서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시는 마음으로 하시고 싶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 역시 때아닌 감기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비몽사몽간에 강연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신경민 논설위원의 강연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크게 언론과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화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론과 민주주의라는 화두는 서로 뗄래야 땔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에서 이 두 화두가 언론인인 신경민 논설위원 강연의 주제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언론의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지와 슬로건’화된 언론과 언론 본연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는 ‘진실’의 전달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신경민 논설위원은 한국의 언론이 ‘진실’을 밝히고 전달하는 언론이 아니라 ‘이미지와 슬로건’으로 넘쳐나는 기만적이고 선동적인 언론으로 변했다고 개탄했습니다. 이처럼 언론이 이미지와 슬로건으로 전락한 것은 언론에 종사하는 언론인과 언론을 이용하려는 정치인 등 기득권 세력의 잘못된 행태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언론의 이미지와 슬로건화 현상은 이명박정권에서 가장 극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언론인으로서 개인적인 경험에 입각하여 신경민 논설위원은 엄기영씨와 조중동 그리고 선진국의 언론을 예로 들어 가면서 언론에 종사하는 일부 사이비 언론인들과 언론 스스로가 진실을 외면하고 이미지와 슬로건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자신들의 무능하고 부도덕하며 탐욕의 실체를 감추는 수단으로서 언론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 등 정치인과 광고주인 재벌기업 등 기득권 세력들은 언론을 개인의 사적 이익이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부도덕하고 무능하며 탐욕스러운 실체를 감추고 포장하기 위해 언론을 장악하여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미지와 슬로건을 양산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언론은 언론인과 언론마저도 이미 심각할 정도로 이미지와 슬로건화에 매몰되어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언론이 국민들에게 진실을 전달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진실을 전달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복구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작금의 언론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필연적으로 민주주의는 정치영역의 문제이므로 각 정권의 정책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신경민 논설위원께서는 한국에서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언론은 이미지와 슬로건 중심으로 변해 왔다고 지적하셨습니다. 90년대부터 한국에서 민주화정부가 출범하기 시작했으나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언론의 공영성이 약화되는 반비례하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특히 민주화로 다양한 언론매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경쟁 심화 등으로 심각한 존립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입니다.
광고시장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상업성과 공영성이라는 서로 상반된 선택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서 언론은 스스로의 존립을 위한 상업성을 우선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부동산광고와 부동산기사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언론이 진실을 전달하기 보다는 이미지와 슬로건을 내세워 투기를 선동하거나 국민들을 기만하는데 앞장 섰다는 것입니다. 특히 정권이 언론의 공영성을 보장해주지 않을 경우에는 언론이 심각한 위기적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명박정권의 언론장악과 언론인 탄압 그리고 정치적 재집권을 위해 추진한 종편 4개사 허용은 언론 전체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언론이 정치권력에 의해 악용될 경우 국민의 삶과 생명에 직결되는 중요한 정책문제들에 대해 국민들이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잘못된 이미지나 슬로건에 현혹되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4대강사업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대통령의 거짓말과 선거공약 뒤집기 등에 대해 언론이 진실을 전달하지 못하고 올바른 여론형성을 하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이 입는 피해는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언론이 진실의 전달을 통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공영성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공영성 확보의 핵심은 돈과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언론의 상업화를 막기 위해서는 언론이 자립할 수 있는 재정기반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 언론이 이미지와 슬로건을 배척하고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언론인을 양성하고 선별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희 연구소는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오래 전부터 다양한 분야에 걸쳐 끊임없이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주의 시장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과 건전한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언론과 민주주의 간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란 형식요건(필요조건)으로는 행정, 입법, 사법의 3권 분립과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한 참정권 보장 그리고 다수결 원칙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형식요건만으로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보장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명박정부나 한나라당도 민주주의 정부라고 주장합니다. 분명히 형식요건으로만 보면 그렇습니다. 형식적으로 3권분립이 이루어져 있고 만 2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으며 다수결에 의해 권력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을 가장한 기만에 불과합니다. 3권 분립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경관언사법 유착에 의한 기득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투표할 수 있지만 정경관언사법 유착에 의해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와 진실이 크게 왜곡되어 있습니다. 이미지와 슬로건에 의해서 말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올바른 정보와 진실에의 접근이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다수결 원칙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표결 전에 온갖 정치비자금 등과 거짓공약 및 특혜를 통해 금권 내지는 금력에 의한 선거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건전한 발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언론의 건전한 발전이 없이는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건전한 발전 없이는 시장경제의 건전한 발전 또한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건전한 발전은 민주주의 시장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한 필수요건(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언론을 행정, 입법, 사법에 이은 제4부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권력기관인 3부를 견제하고 감시하여 국민들에게 진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언론의 존재이유는 진실의 규명과 전달에 있습니다. 또한 언론이 진실을 핵심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권력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진실은 제도화된 권력에 우선하는 최고의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언론을 통하여 진실을 알기를 원하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진실’이란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사실인지 아닌지 또는 형식요건에 위배되는지 아닌지의 이분법적인 좁은 개념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사건사고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전통적 의미의 '특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종을 내기 위해서는 언론인 선후배간에 짬밥적인 경험관계와 인간관계가 필요하며 저돌적으로 밀어부치는 끈기가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문제를 올바로 파악하고 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진지한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까지를 포함합니다. 또한 형식요건의 충족 여부를 넘어 실질적인 의미와 목적을 충족하고 있는지를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진실이란 단순한 진위 여부를 넘어서 문제의 실체를 규명하고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해가는 과정까지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언론과 언론인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특종을 파헤치는 범위를 넘어서 문제를 규명하고 올바른 여론을 조성해갈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대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더이상 진실을 규명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론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3부 권력과 모든 자본적 이해관계로부터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언론은 어떤 외부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진실이 왜곡되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헌법에 의해 3부 권력의 진실에 대해 알 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처럼 언론이 국민들의 진실을 알 권리를 최고의 사명으로 한다는 점에서 언론의 공영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진실을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언론의 공영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근거인 것입니다.
언론의 중립성은 언론과 언론인 스스로가 결사적으로 지켜야 합니다. 언론의 중립성은 언론과 언론인 스스로가 입증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그 입증과 증명 과정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는 언론과 언론인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가차없는 채찍질을 하고 퇴출시켜야 합니다.
또 언론의 공영성은 언론과 언론인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함께 지켜야 합니다. 국민들이 언론의 공영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언론은 상업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상업화가 언론의 공영성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여기서 상론할 수는 없지만 상업화와 언론의 공영성이 양립할 수 있는 조건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완전히 권력에 종속되고 자본에 예속된 상업화된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라 이미지와 슬로건으로 넘쳐나는 광고 전단지에 불과합니다. 완전히 상업화된 언론의 폐해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영성이 보장되지 않는 언론의 이미지와 슬로건 보도나 기사를 믿고 국민들이 재테크든 무엇이든 투자를 할 수는 없으며 더욱이 자신의 삶과 운명을 결정할 수는 결코 없는 것입니다.
언론의 중립성과 공영성 문제는 한두 마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또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닙니다. 많은 경험과 연구와 제도적 법적 정비가 필요합니다. 저희 연구소는 이 문제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진지한 고민과 연구를 통해 올바른 대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저희 연구소의 이러한 노력은 자식세대를 위한 희망을 창조해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사다망하신데도 불구하고 시민대학인 서울 정동 공부방에서 일반시민들을 위해 아낌없이 진지하게 강연을 해주신 신경민 논설위원님과 공부방 강연회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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