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중 절반 이상을 주말근무와 야근으로 도배되는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이보다 더 심하고 더 그지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분도 많이 계시겠죠..
근데, 제가 이직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급여가 너무 낮은듯 합니다.
제가 경력 7년차. 초봉 92만원 시작해서 지금 140만원 입니다.
나이도 내년이면 40이네요.
일단, 직장부터 밝히는게 낫겠군요.
제가 다니는 직장은 세무회계사무실 입니다. 비슷한 서비스업계중에서 가장 페이가 낮은 직업군이죠.
뭐~ 그게 어쩔수 없는것이 들어오는 수입 자체가 적기 때문에, 더 이상 급여를 올릴 수 없다는게 맞는 말입니다.
이 직업군은 평균 6개월~1년 정도마다 직원들이 물갈이가 됩니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적은페이때문에
버티질 못하는거죠.
저도 몇번이고 그만두고 다른곳으로 이직해볼까 했지만, 나이가 너무 많은지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넘어온게 벌써 이리 되버렸습니다.
근데, 이젠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군요. 아이를 키우며, 매달 적자를 대출로 매꿔 넣기에도 한계가 옵니다.
작년에 친구녀석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점심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애들키우는데 돈이 너무많이 든다는둥 이야기 중에
연봉 말이 나왔습니다.
넌지시 물어봤죠. 넌 얼마 정도 받냐? 라고요.
친구녀석은 연봉 4200만 받는다는군요. 경력은 8년 넘었고.. 저와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죠.
나에대해서도 물어보길래, 솔직히 말해줬습니다. 나 월급 140이라고..
안믿더군요. 옥신각신하다가, 그냥 핸폰으로 은행거래명세 열어 보여줬습니다.
그러니까 친구녀석이 하는말이, 넌 왜 이렇게 사냐. 왜 다른곳으로 이직 안하냐. 등등...
이런일이 한번은 아니구요. 거래처나, 다른 친구나, 친한형동생들이나...
모두 놀랩니다.
그런데, 그중에 제일 웃겼던건
거래처중에서 월기장료(세무사사무실은 월기장료로 운영됩니다)가 너무 많다고 깍고 또 깍고, 다른업체보다 3~4배 많은 업무량 요구에
심심하면 '돈 많이 버는새끼가 이딴거 하나 제대로 못하냐?' 라고 하는 사장이 있었는데, 그 사장님에게 미수금된 기장료 요청하다가
월급이야기를 했더니, (수금 안되면 제 월급도 못받아간다고..) 화를 버럭 내더라구요.
'내가 세무사사무실이 돈을 때로 긁어모으는걸 아는데! 어디다가 거짓말이냐? 이 병신새끼가 날 병신으로 보냐?' 라며 한참을 욕지거리
하더군요.
그냥 네네 하다가 전화 끊고, 우리 사무실 약식재무재표과 은행급여거래내역서 뽑아서 팩스 넣어드렸습니다.
밑에 글로 이게 제 월급이고, 이게 우리 사무실상태 입니다. 라고 써서보냈죠.
그리고, 그 거래처는 다음달에 다른곳으로 옮겨갔습니다.
울컥한 제 탓이 크겠지만, 그렇게 되니까, 또 깨지고...
강남쪽이나 알짜배기 세무사사무실은 제가있는곳과는 사정이 다릅니다만... 그런종류의 사무실은 정말 1/100,000 정도 될겁니다.
대부분의 세무사 사무실이 이러구요.
그래서, 이젠 이직해보려고 하는데 용기가 안납니다.
이 나이에 어딜 갈것이며, 배운거라면 세무회계일밖에 없는데, 어디에서 나이든 아저씨를 써줄것이며...
만에하나 이직할곳을 빨리 구하지 못한다면, 부양해야할 가족은 또 어떻게 할것이며...
매일 고민합니다. 이 나이에 갈곳이 있을까요?
아니, 그보다 이직하는곳이 더 나은 급여 조건이 될려나요............
오늘도 거래처에서 '돈많이버는사람이 뭘 일이 힘들다고 징징거리냐' 라는 말 듣고 울컥해서 글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