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어린이집 하원하는데 이마에서 열이 난다
며칠전부터 콧물은 조금씩 흘렀는데 열이 안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열이 난다.
어린이집에서 체온계를 빌려 열을 재어보니 38도다.
동네 소아과에 갔다. 아이들이 많다.
평소에는 두세명 대기하면 진료를 받았는데 40분을 기다렸다.
목도 많이 부었고, 갑자기 기침도 많이 하고, 코안에도 많이 헐었다. 몰랐다.
의사선생님도 총체적 난국이라 표현할 정도였다. 순간 아이에게 많이 미안했다.
이것이 엄마의 빈자리인가 싶었다.
사실 콧물이 나기 시작한다 했을때 아내는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열이 나지않는다는 핑계로 대수롭지않게 여긴게 후회되긴 했지만
일하는 도중에 하원시키랴, 밥 먹이랴, 씻기고 재우랴 시간에 쫒기다보니 잔소리하는 아내에게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인다.
아프다면서 씩씩한척,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투정부리는 아이에게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 날은 약먹고 자기전에 엄마를 조금 찾았으나 잠은 잘 잤다.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저녁에 짜증낸것이 괜스레 미안해 왔다. 그런데 나도 나무 힘든 하루였다.
토요일
오늘은 어린이날 쉬는 날이다. 4살박이 아이는 어린이집에 간다고 투정을 부린다.
결국 어린이집 앞으로 가서 문이 닫힌것을 확인 시키고 일터로 함께 데리고 갔다.
일하면서 같이 놀다아주다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보냈다.
처음에는 안따라간다고 울고불고 하더니
좀 있다가 점심 많이 먹고 잘 논다는 할머니의 전화를 받고 안심이 되었다.
저녁 즈음에 할머니아 아이를 데리고 일터로 오셨다.
엄마를 찾다가 아빠를 찾아서 감당을 못하시겠다 하셨다. 그래서 일하면서 같이 아이랑 있었다.
여전히 미열은 있고, 코는 헐어 있었지만
다행히 감기 증세는 많이 나아보였고, 저녁도 많이 먹고, 약도 씩씩하게 잘 먹었다고 한다.
덕분에 내가 저녁을 못 먹었다.
퇴근하고 같이 집에 왔다. 너무 배가 고팠다.
목욕을 시키면서 나도 씻고 허기를 달래려고 생각 없이 냉장고를 열었는데
먹을게 없다. 밥솥을 보니 밥도 없다.
아내가 둘째를 낳고 조리원에 들어간지 10일이 지난걸 깜빡 잊고 있었다.
라면을 끓여 먹으려는데 아이가 자기도 뭐를 먹어야겠다고 한다.
4살짜리가 못하는 말이 없다. 요플레를 좀 먹어야겠단다.
내가 라면을 먹는 사이 요플레를 먹고, 같이 블럭 쌓기를 하다가
열이 조금 있길래 해열제를 다시 먹이고 재웠다.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단다. 그 말을 들으니
요며칠 엄마 없이 시간에 쫓겨 너무 못놀아준거 같아 미안하다.
근처에 우리 아이랑 또래가 비슷한 아들을 둔 친구가 있는데,
종종 휴일이면 엄마 없이 우리끼리 아이랑 나들이 다니곤 한다.
내일 별 일 없으면 점심먹고 아이들이랑 가까운데 나들이 가자고 전화로 약속을 했다.
내일은 조금 늦게까지 자고, 청소하고, 엄마한테 갔다가 갓난 동생도 보고
친구 아이와 나들이갈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모처럼 밀린 티비를 두어프로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가 막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일요일
자는데 옆에서 아이가 자꾸 안아달라 한다.
보통은 오줌을 뉘면 자는데, 화장실을 안가려고 한다.
그래서 안아서 방안을 이리저리 았다갔다 했다.
이제 체중이 16kg가 넘어가니까 잠시만 안고있어도 힘에 부친다.
조금 진정이 되길래 침대에 눕히고 나도 누웠다. 시계를 보니 2시 30분이다.
갑자기 아이가 토를 한다. 깜짝 놀라 아이를 안고 화장실로 갔다.
이미 내 어깨부터 아이 온몸에 토사물이 범벅이다. 아이는 놀라서 울고있다.
나는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옷을 갈아입히고, 내 몸도 잠시 씻었다.
그 와중에 아니는 계속 울고 있다.
이불과 침대 시트도 이미 토사물 범벅에, 방안에 냄새는 코를 찌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아이의 몸에는 열이 펄펄 끓는다.
일단 더러워진 옷, 이불, 시트를 세탁기에 넣고 다시 아이에게 물을 먹였다.
다행히 진정이 되었는지 바닥에 깔아놓은 이불에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곧 다시 잠이 드는 듯 했다.
세탁기를 돌리고 해열제 부작용인가 싶어 검색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방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놀라서 가보니 아까 마신 물도 다 토를 했다.
눈앞이 깜깜하다. 다행이 물을 적게 마셔서인지 양은 많지 않아 이불만 조금 더러워졌다.
놀라서 우는 아이를 안았는데 열이 많이 난다.
일단은 침대에 새 이불을 깔고 다시 눕히고 더러워진 이불을 세탁실로 치우고
또 해열제를 먹었다. 곧 진정이 되는듯 했으나 쉽게 잠들지는 못했다.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잠시 화장실에 앉아있는데 거실에서 아이의 신음소리가 난다.
나와보니 쇼파에 누워있는데, 5cc 먹인 해열제도 토를 해 놓았다.
갑자기 좀 무서워졌다.
일단은 아이를 침대에 다시 눕히고 응급실에를 가야하나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미 새벽 4시가 넘은 시각에 어디 전화로 묻지도 못하고, 응급실 검색을 하다가
일요일에 문을 여는 병원을 검색하다가, 머리가 백지가 된 채로 한참을 있었던 것 같다.
방에 와보니 아이는 금방 잠 든 듯 했고, 마침 이불 빨래가 다 되어서 널고
아침에 일찍 일요일에도 진료하는 소아과로 가기로 하고 참을 청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5시를 카리키고 있었다.
눈을 떠보니 7시 30분이다.
일요일 진료는 조금만 늦어도 한두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기에
씻고 옷입고, 준비하고
일어나지도 못하는 아이가 자는채로 옷을 입혀 안고 소아과로 행했다.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8시 40분 경에 병원에 도착했다. 9시 부터 진료 시작이라 조금 여유있게 간다고 갔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경악했다.
대기실에 넉넉잡아 200여명은 있는 듯 했다.
아픈 아이와 그 부모 형제들이 그 넓은 병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접수 대기 번호표만 66번이다. 진료대기 아니고, 접수 대기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주위에는 아픈 아이의 울음소리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각종 만화의 소리들과 대화가 엉켜 나도 머리가 아파 올 지경이었다.
구토와 발열로 힘들어하던 아이는 축 늘어져 촛점없이 tv속의 타요만 보고 있다.
대기 순번이 되어 일어나 접수를 하혀는데 아아의 울음소리가 들려 볼아보니
일어서서 토를 하고 있다.
전날부터 물 한잔도 먹은게 없어서인지 누런 가래 같은 액체들을 토한다.
마치 콧물같은 느낌이다. 다행이 옷에 묻지는 않았으나 놀란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휴지를 얻어 달려갔다. 토하고 기침을 하는 아이의 앞에 흥건한 토사물을 닦았다.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이 쳐다보고 있다. 부끄럽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냄새나는 토사물때이 아니라
아이를 이지경이 되도록 뭐하냐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에게 또 미안하다.
토사물을 다 닦고, 접수를 하고 좀 앉아있으려니 화장실에 가고싶다고 한다.
화장실에 가봐야 먹은게 없어서 오줌은 찔끔 누고 만다. 다시 대기실로 나왔다.
물을 마시고 싶다고 한다. 물은 마시면 안된다. 나고 장염에 걸려봐서 아는데
먹는만큼 토를 하고나 설사를 할 것을 알기때문이다. 물을 주지 않았다.
다시 안아달라 한다. 좀 안고 있는데 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무언가 따뜻한 느낌이 들어 아이를 보니
또 토를 했다. 가래색깔 같은 토사물이 내 어깨에서 흘러내리고 있다.
티셔츠가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다행이 아이의 옷은 깨끗하다.
바닥에 내려놓으니 또 토를 한다. 바닥에다 뱉어내니 바닥이 온통 엉망이다.
또 휴지를 얻어 닦았다. 이미 휴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속이 상한다.
이제 10명안 더 지나면 우리 진료 순서다.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는데 아이들이 많다.
기침하는 아이, 우는 아이, 링거 꽂고 다니는 아이, 깁스하고 다니는 아이...
그래도 축 처져있는 우라 아이가 제일 안쓰럽다.
물을 달라고 보챈다. 안된다 했다. 더 괴로워질 것 아니까
안겨서 계속 보채는 아이와 안된다는 나와 계속 승강이를 벌인다.
마음이 아프다. 새벽부터 아무것도 못 먹은걸 안다.
기다리는 한명 한명의 1분 채 안되는 진료시간이 1시간 처럼 느껴진다.
드디어 우리 차례다. 처음보는 의사선생님은 너무 차갑게 느껴진다.
간단히 증상을 설명하고, 입 안을 보고 청진기를 대고 끝이다.
병명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왜 물어보지도 못했을까..
수액을 맞을까 하다가 그냥 약으로 처방해달라 한다.
수납하고 처방전을 받았다.
약국에도 역시나 사람들이 많다. 역이 제조되길 기다리는 동안
앞에 진열되어있는 음료수를 사달라 한다. 안된다고 했다. 계속 보챈다.
안된다 했다.
식전약, 지사제, 해열제를 처방 받았다.
그렇게 약국을 나오니 11시 30분이 막 넘고 있다. 힘들다.
차에 타니 갑자기 어젯밤에 2시간 밖에 못잔 사실이 떠올라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오늘 약속했던 나들이도 생각난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약속을 취소하고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죽과 보리차를 끓여놓는다 하셨다.
아이는 여전히 힘이 없다.
할머니댁에서 밥을 먹었다. 피곤해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꼭 생쌀을 집어 넣는 기분이다.
역시 아이는 죽과 보리물은 먹지 않는다. 쇼파에 엎드린채로 티비만 보고 있다.
나도 잠이 밀려온다. 나도모르게 잠이 들었다 깨보니 두시간이 지나있다.
아이도 자고 있다가 곧 따라 깼다. 먹지 않는 아이가 걱정이 된다.
식전 약을 먹였다. 죽은 안먹는다. 돈까스가 먹고 싶단다.
돈까스를 사왔다. 몇조각 먹더니, 금세 토한다. 청소를 하는데 또 속이 상하다.
결국 엄마가 있는 조리원에 데리고 갔다. 아이는 여전히 힘이 없다.
내 품에 안겨서 잔다. 엄마 침대에 눕히고, 깨면 연락하라고 하고 집으로 왔다.
오늘 타온 약도 함께 전해줬다.
집에와서 가득쌓인 빨래를 하고, 청소도 했다. 집안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는것 같다.
막 냉장고 정리를 하려는데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자다깼는데 열도 내리고 밥도 반공기 먹어서 약도 먹였다 했다.
수화기 너머로 활기를 찾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쁘다. 마음이 놓인다. 역시 엄마의 힘인 것 같다.
조리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평소처럼 잘 논다.
몸으로 치대기도 하고, 블럭 쌓기도 열심히 잘 한다. 열도 없다. 기침도 없다.
그냥 일상으로 돌아온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아이를 재우려 같이 누웠다. 남은 집안일은 아이가 자면 하려고 했으나
나도 따라 잠들어버렸다.
월요일
눈뜨니 아침이다. 정말 피곤했나보다. 아이는 평소와 같다.
열도 없고, 기침도 없고, 콧물도 없고, 모든 증상이 거짓말 처럼 없어졌다.
배고프해서 밥도 챙겨주니 잘 먹는다. 이제 다 나았나보다.
그리도 혹시 몰라 어린이집에 늦는다 전화를 하고 병원에 갔다.
어제 먹은 지사제때문인지 변비 증세가 있다고 했다.
그것말고는 별 증상이 없다. 고비는 넘긴 듯 하다.
결국 어제 간 병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장염증세라는 것은 오늘 아침에 동네 소아과에서 들었고, 어제의 약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고
오히려 변비만 만들었다.
한심한 생각도 들지만, 어린이집에 간다고 신나있는 아이를 보니 기분이 좋다.
엄마의 빈자리는 아이가 아플 때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제 병원에서의 일도 나중에는 추억의 일부분으로 남겠지만,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며칠 후면,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동생과 함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정말 힘들었던 100일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야한다.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지만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