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지하실이 생겼습니다.
25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아주 정감어린 모습입니다.
본래 기름탱크와 물탱크용 창고로
1500 리터짜리 기름통 2개와 직경 2미터짜리 물탱크가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곳을 제 방으로 꾸며보려 합니다.
내 방은 내가 사수한다.
셀프 수방사 - 내방사.
전세집이라
집주인분에게 인테리어에 대해 먼저 문의를 하니
본인들은 안 쓰는 공간이라
지지든 볶든 무너지지만 않으면 상관은 없으나
뭐 고치겠다고 해도 돈은 못 보태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지지고 볶기로 했습니다.
먼저 산소절단기를 이용해 기름통을 분해합니다.
다행히 한쪽면에 구멍을 내놓아서 내부는 바짝 말라있었습니다.
물탱크도 해체합니다.
FRP 재질이라 분해는 수월하지만
특수폐기물로 처리해야 합니다.
녹이 부슬부슬 떨어지는 문짝도 떼어냅니다.
벽이 같이 부숴지긴 했지만
나중에 천천히 메꿔보기로 합니다.
청소까지 마친 상태의 지하실입니다.
폭 5미터, 길이 9미터에 높이 2.7 미터 입니다.
이곳을 홈바 겸 홈씨어터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구글스케치업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안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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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공자인 처남을 불러다 같이 페인트칠을 합니다.
역시 미술 전공자답게 똑같은 무광검정을 바르는데도
수묵화를 그리는 것 같은 정갈함과 역동성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좌측 본인, 우측 처남)
밑칠 작업 후엔 집중조명을 이용해 결함 부분을 보수 해 줍니다.
벽칠을 마친 후엔 에폭시를 이용해 바닥을 코팅해 줍니다.
에폭시 작업의 핵심은 경화제와 주제를 충분히 섞어주는 것으로
교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영원히 끈적끈적한 바닥을 보게 됩니다.
전동드릴에 믹서기 날을 끼워 2분정도 돌려주면 손쉽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작업 자체는 페인트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좀 더 끈적끈적하고,
좀 더 냄새가 많이 나며,
좀 더 허리가 아프고,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바닥 공사가 끝나면 전기 공사를 시작합니다.
원활한 배선 작업과 자유로운 조명 설치를 위해
레일부터 설치합니다.
아직 에폭시 냄새가 빠지지 않았으므로 방독면을 착용합니다.
안전을 위해 분전반 설치 등 전기계통 작업은 기술자분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설치된 레일에 조명을 걸어줍니다.
녹슨 철근이 인테리어로 거듭나는 순간입니다.
녹슨 철문 대신 묵직한 방음문을 달아줍니다.
깨진 벽도 열심히 레미탈로 메꿔줍니다.
직사각형 공간이라 소리 울림이 심해서
미네랄울을 이용해 베이스트랩을 만들어 코너마다 설치해줍니다.
코너용 베이스트랩 8개와 모서리용 베이스트랩 8개를 설치했습니다.
미네랄울을 작업할 땐 자극적인 먼지가 발생하므로
일회용 작업복과 코팅장갑, 방진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습니다.
기본 작업이 다 마무리되었으니 가구를 설치해 줍니다.
선반과 테이블은 x케아,
바의자는 x션에서 구입했습니다.
그냥 선반은 너무 심심해 보이니
유리 밑에 T5 조명을 넣어줍니다.
술병을 올려놓습니다.
생각보다 널널하네요.
술을 좀 더 사도 될 것 같습니다.
바 옆엔 수제맥주로 채워진 슬림형 냉장고를 놓습니다.
처음 맥주를 만들 땐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싶었는데
그 짓도 벌써 스물 한 번째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터를 설치합니다.
벽체가 전부 콘크리트라 뭘 메달고 하는 일은 정말 수월했습니다.
소파와 오디오를 설치합니다.
스크린을 걸어야 하는데 주문한 스크린이 도착할 생각을 안 하고 있습니다.
스크린 도착할 때까지 노래방으로 써야겠습니다.
치킨이 땡기는 밤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