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 싱크탱크 검열”…워싱턴이 발칵, “문 정부의 블랙리스트”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키로 한 걸 두고, <조선일보>가 4월9일치 1면과 3면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보수 진영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구재회 한미연구소 소장 등을 교체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며 대서특필한 제목들이다.
강인선 워싱턴 지국장이 쓴 이 기사는 미국 워싱턴의 외교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가 ‘코드에 맞지 않는’ 연구소 관계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데 충격을 받고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기사의 내용 중에는 워싱턴 전문가들의 발언을 <조선일보>의 논조에 맞춰 과장해 인용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기사는 대북제제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가 ‘한국의 진보 정부가 미국의 대북 정책 토론을 검열하려 하다’라는 글에서 “KIEP가 부적절한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점에서 고발을 해야 한다.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고 썼다. 하지만 스탠턴은 직접 트위터로 이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
스탠턴은 조선일보 영문 계정에 “내 freekorea.us.(스탠턴의 트위터 계정)에 관심을 가져준 것에 감사한다”면서도 “당신 기사에서 잘못 인용된 다음 사항을 수정해 줄 것을 편집자들에게 부탁해도 될까요”라고 했다. 스탠던은 잘못 인용된 두가지로 “첫째, 나는 키에프(대외정책연구원)의 고발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둘째, 누구한테도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홈페이지에서 이 부분을 뒤늦게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는 지면과 달리 스탠턴 변호사가 지적한 부분이 빠져 있다. (▶관련기사 : [강인선의 워싱턴 Live] "한국 정부가 美싱크탱크 검열"… 워싱턴이 발칵)
<조선일보>가 같은 기사에서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소장이 “학문의 자유를 지키려는 갈루치(USKI 이사장)와 나살(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을 응원한다”고 했다며 그가 한국 정부의 이번 조처를 비판한 것처럼 쓴 것도, 글의 전체 맥락을 보면 오히려 논지를 거꾸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누지 소장은 같은 트위터에서 “맨스필드에서도 학문의 자유를 주장한다. 조슈아(스탠턴)가 경고음을 울리는 것을 칭찬한다. 그러나 한국정부든 다른 누구든 나한테 학문을 할 돈을 지원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나는 ‘검열’이라고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썼다.
자누치의 트위터 글의 전반적인 내용은 스탠턴의 ‘한국의 진보 정부가 미국의 대북 정책 토론을 검열하려 하다’는 글에 대한 반박 성격인 데도 앞부분만을 떼어내 한국 정부의 검열을 비판하는 맥락으로 인용했다.
(▶스탠턴 변호사의 글 : SOUTH KOREA’S “LIBERAL” GOVERNMENT IS TRYING TO CENSOR THE NORTH KOREA POLICY DEBATE IN AMERICA)
한미연구소(USKI)의 예산 집행에 대한 문제제기는 보수 정부 때부터 계속되어 왔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블랙리스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처럼 비난하기 위해 미국 학자들의 글을 입맛에 맞게 재단해 인용했다는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