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에선 지난해 11월 한겨레21 제1186호 <어떤 영수증의 고백> 표지기사를 두고 대표이사와 편집인의 편집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바(관련기사 : 게이트키핑 vs 편집권 침해...한겨레 표지기사 논박) 있다. 해당 기사는 LG가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단체에 1억 원을 직접 지원했다는 물증을 한겨레21이 입수, 공개한 것이었다. 기자들은 이 보도에 경영진이 부당하게 개입해 편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왔고, 한겨레 노동조합 등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감사 결과에선 편집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겨레 기자들은 “대표이사는 경영의 책임자이면서 인사권자다. 기사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나름의 ‘선의’가 광고주 등 자본의 이해와 맞물리면, 개별기사에 대한 대표이사의 의견 제시는 기자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해 편집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편집인이라는 직제를 두어 콘텐츠를 관장하게 하는 등 경영과 편집 사이에 방화벽을 둔 건 그래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서 대표이사는 편집인을 통해 대기업의 기사 수정 요청을 전달받았고 편집장을 직접 불러 기사 축소수정 지시를 했다. 담당 기자와 편집장이 압박을 받은 일련의 과정은 ‘건전한 토론’이 아닌, 특정 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훼손하려는 편집권 침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기자들은 또 대표이사와 편집인,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이 참석, 보도될 주요 기사를 평가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대편집회의’에 대한 감사보고서 해석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1일 대표이사와 편집인, 출판국장이 참석해 표지기사에 대해 논의한 ‘대편집회의’와 관련 “참석자의 범위나 회의내용이 대편집회의 관행 수준에 그치는 정도였다”며 “표지이야기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회의결과 표지이야기 교체에 대한 결론을 편집장에게 전달하도록 한 행위는 편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는데, 기자들은 복수의 전임 편집국장들은 “대편집회의는 개별 기사, 개별 콘텐츠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했다”며 반박했다. 이어 “그들은 오히려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향후 대편집회의가 대표이사가 개별 기사의 배치 등을 권고하고 평가하기 위한 자리가 될까 우려’했다. 그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기자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한겨레 기자들은 성명 말미를 통해 대표이사에게 요구하는 바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재감사를 요구할 생각은 없다. 애초부터 감사와 같은 절차를 밟을 생각은 없었다. 대표이사가 편집권 침해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의 의지를 보여달라는 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요구사항이었다”며 “경영기획실은 3월22일 감사 결과의 후속조치로 제도와 시스템 정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이사의 인정과 재발 방지 약속이 없는 제도 개선은 위기를 모면하려는 태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울러 재차 “거듭 요청한다. 대표이사는 편집권 침해를 인정하고,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 바란다. 우리는 새로운 편집국장이 임명되기 전에 이 문제를 마무리하고, 그 과정에서 신뢰를 회복한 뒤 창간 30주년을 기회삼아 더 발전하는 한겨레의 일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