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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103479
    작성자 : 별링
    추천 : 448
    조회수 : 41059
    IP : 203.232.***.191
    댓글 : 4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3/22 18:41:38
    원글작성시간 : 2013/03/22 16:56:33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03479 모바일
    우울증과 반려동물의 상관관계


    (아침에 씻으러 내려오면서 찍은, 어머니 주무시는 옆을 지키고 있는 니코입니다.ㅎㅎ)


    저희 어머니는 약 20년 전부터 우울증이 오셨고, 그게 정도가 엄청 심하셨어요.

    뭐 다 집안사정 때문이지만 아무튼 저희 어머니는 매일 일정량 이상의 술을 드시지 않으면 잠을 못 주무실 정도로
    우울증과 불안증세가 극도로 심하셨었고 그로 인한 알콜중독까지 야기되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해선 안 될 생각도 자주 하시고.. 실제로 시도도 하려 하시고.. 항상 가슴을 치며 우시고..

    사정이 있어 일을 그만두시고 홀로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지시면서 그 증세는 더 심해졌어요.

    그러던중 제가 1년 반의 자취생활을 접고 집에 들어오면서 저와 같이 살고 있던 길냥이 출신 니코를 데리고 들어오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조부모님과 어머니의 반대가 좀 있었어요.
    다들 동물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아니지만 제 어릴적 병력도 있고.. 고양이라는 동물 특성상 털도 많이 날리고.. 

    옆집에서 개를 키우는데 시끄럽고 냄새나고.. 그러니 니코는 그저 밖에서 데려온 천덕꾸러기, 짐꾸러미에 불과했었죠..
    결국 어머니가 따로 기거하시는 방에다가 친정에 아이 맡기듯 니코를 맡기고
    저는 본격적인 대학원생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엔 엄니가 많이 힘들어하셨어요.고양이는 변냄새가.. 무지 심하니까요..
    게다가 사료며 병원비며 간식에 놀잇감에..
    뭐 사람 아이 키우는것도 아닌데 다달이 몇만원씩 심하게는 몇십만원도 깨지니..
    그리고 고양이는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는 어른들의 고정관념과
    개와는 조금 다른 양육법도 낯설어하셔서 실수도 많이 하셨구요
    니코도 처음엔 우리 집의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의기소침했어요.
    문 열어놓으면 얼른 튀어나가기도 일쑤라 맨날 찾아다니고 차밑 다 돌아보며 다니고...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고 니코가 엄니를 '밥 주는 사람'으로 각인하면서 엄니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슬쩍 다가와서 부비고 벌렁 눕고
    지 오뎅꼬치 물고와서 놀아달라 하기도 하고
    밥달라고 와서 냐앙~하고 울기도 하고
    냉장고 열면 간식주는 줄 알고 냉장고 열 때마다 따라가서 옆에 서 있고
    화장실 가면 따라가서 씽크에 앉아 변보는거 쳐다보거나 옆에서 틀어주는 물 마시고..
    물론 여전히 만지는 건 일정시간 이상을 허락하지 않지만, 고양이잖아요 ㅎ

    그러면서 점점 어머니의 증세도 호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젯밤, 지도교수님과의 의견충돌과 3일간의 밤샘으로 지치고 짜증나서 울고 들어온 제가
    어머니 방문을 여는데 니코가 안에서 저보고 이제 왔냐는 듯 냐앙~? 하고 우는데
    그게 참 어찌나.. 행복하던지 ㅎ 간만에 웨딩촬영 준비로 인한 다이어트고 뭐고 다 잊고 먹자! 란 생각으로 

    엄니와 치맥토크를 했습니다. 어제 평소 다니시는 병원에 상담을 갔다가 피를 뽑으셨는데 

    간호사가 바늘을 잘못 꽂는 바람에 멍도 들고 아프셨다면서 팔을 보여주시는 겁니다. 
    그걸 보니 좀 언짢았기도 하고.. 신경정신과에서 피를 왜 뽑냐고 이상하게 여겨져서 여쭈어봤습니다. 어머니가 약물치료도 병행하고 있었으니 처음엔 약물임상실험차 그런건가 싶었죠. 


    알고보니 상담하면서 어머니가 니코이야기를 하셨답니다.

    이전에는 아침마다 눈을뜨면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고통스러웠던 하루를 보내셨었다면, 이젠 눈을 뜨면 바로 앞에서 커다란 눈을 호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니코가 있고,
    이 세상에서 본인이 너무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마다 니코가 와서 밥 달라고 간식달라고 놀아달라고 화장실 치워 달라고 냥냥거리면, 그래 나 아니면 누가 너에게 이런 걸 해주겠냐 싶어 일어나 움직이시며 니코의 요구를 들어주고 같이 노시다 보니 어느새 그런 생각이 싹 잊혀진다고 하십니다.
    그 무심한 듯 하면서도 깊은 눈을 바라보는 것도, 잠들기 직전의 깜빡깜빡 가물가물하는 눈도, 잘 때 꼭 몸 어디 한 부분을 엄니한테 대고 자는 버릇도
    어디서 익혀왔는지 모르지만 엄니한테 뭘 요구할때 '엄망! 엄망!' 하고 우는것도 정말 너무 예뻐서 그 순간순간마다 엄니는 한없이 행복해지신다는 겁니다.
    의사선생님께서 다른 이야기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들으시다가 그 이야길 듣고 뭔가 흠칫 하시더니 자기 프로젝트 때문에 그러는데 몇가지 검사를 해도 되냐고 물어보았답니다. (그 분은 네이버에 이름만 치면 뉴스와 각종 연구성과가 한바닥이 나오시는 분이더라구요.)

    꼭 반려동물이 효과있어 보인다 라기보다는, 약물처방까지 하면서 치료중이었던 환자가 빠른 시일내에 심리적으로 개선되고 밝아져서 약도 곧 끊을 수 있게 된 요인이 뭘까 생각하던 중에 그 중 하나가 반려동물일거라 생각하셨겠죠.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반려동물이 있는 집 아동들이 뭐 더 정서적으로 어쩌구저쩌구.. 가정이 어쩌구 저쩌구.. 이런걸 더 심도있게 증명하고 싶은 것일수도 있고.. 아무튼 저희 어머니를 하나의 케이스로 삼으신 듯 해요.

    제가 의학은 아니지만 다른 분야의 임상이론쪽 전공을 하는데, 엄니도 제 생각이 나서 그 제의를 받아들이셨다고 합니다.

    반려동물이 뭔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건 알지만 사실 그 영향력이 어느 영역에 어느 정도로 미치는지에 대해 밝히는 부분은 국내에서는 아직 막연한 수준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 안타까운 것은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부작용들에 대해서는 온갖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방송에서도 다루고 루머나 괴담이 되어 확산되니까 그걸 보고 지레 겁 먹은 사람들은 방금 전만해도 그렇게 이뻐 죽겠다던 반려동물들을 몰래몰래 버리게 되더라구요. 뭐 다른 이유로도 버려지곤 하지만 어쨌든 달면 삼키고 쓰면 버려지는 식의 문화가 그저 사람들을 좋아하며 믿고 따르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반려동물들에게 상처와 아픔을 준다는 사실이 참 가슴 아픕니다.


    그 교수님께서 꼭 좋은 연구성과를 발표하시고, 그것이 널리 알려짐으로써 사람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많이 심어져서,  유기견, 유기묘, 그 외 유기 소동물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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