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숯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나무가 자신을 온전히 태워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가야 숯이 된다고 합니다.
횡성으로 와봤습니다.
여기서 숯을 굽고 계시네요.
50년 넘게 숯을 구워오셨다는 할아버지.
숯가마 쪽으로 데려가는데요
숯을 굽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는 추운 겨울에도 훈훈 합니다.
숯가마 내벽에는 진흙을 발라줍니다.
숯을 굽는 분들은 숯을 뺄때 삽겹살을 자주 드신다고 하는데요
삽에 고기를 얹고 10초도 안되는 시간동안 넣었다 뺍니다.
그리고 뒤집어서
굵은 소금을 뿌려주고
다시 들어갔다 나오면
30초도 안되는 시간에 삼겹살 숯불구이가 완성이 됐습니다. 빠른 시간에 구워 육즙도 온전히 보전되고, 노릇노릇하게 아주 잘 익었네요.
목초액을 정제해서 삼겹살에 살짝 찍어 익혀먹으면 숯불 향이 더욱 풍부해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 같이 모여 고기 한점에 술 한잔 하노라면 숯을 굽느라 생겼던 피로가 달아나는 느낌입니다.
이제 다시 거처로 발을 옮겨 봅니다.
한 켠에서는 아들이 밥을 짓고 있는데요
이게 곤드레입니다. 숯을 굽는 분들은 산에 주로 계시기에 산나물을 많이 드신답니다.
곤드레에 들기름과 달래를 넣고 버무려 준 다음
씻은 쌀에 올려서 밥을 짓습니다.
숯에 얹어 놓으면 은은하고 꾸준한 화력 덕에 맛있는 냄비밥이 됩니다.
이제 뚝배기에 막장과 물을 풀어봅니다.
파와 달래 마늘과 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끓입니다.
완전한 장도 찌개도 아닌 뽀글장이 완성이 됩니다.
막걸리가 빠질 수 없죠.
나물밥에 구수하고 짭짤한 뽀글장을 척 얹어서 슥슥 비벼먹고, 막걸리 한잔 하노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을 맛입니다.
이 손으로 자식들을 먹이고 가르치고 키우셨던 아버지...
나물밥과 뽀글장은 투박하지만 정겨운 그리고 눈물겨운 아버지의 손을 닮았습니다.
이제 삼척으로 와봅니다.
나무를 캐고 계신데요
오래전부터 지게를 지신거 같네요.
이제 집으로 돌아와 무언가 씻고 계신데, 이게 조입니다. 쌀을 구하기 어려운 강원도에서 많이 해먹었던 밥입니다.
쌀이 흔해진 요즘이지만 가끔 생각이 날때면 조밥을 짓곤 하신답니다.
오징어 배를 갈라봅니다.
오징어 내장을 따로 버리시지 않고 모아 두시는데요.
이 곳에선 오징어 이리라고 부르신답니다. 삼척에선 이걸 따로 시장에서 팔 정도로 즐겨 드신다고 하네요.
청국장을 뚝배기에 담고
파도 송송 썰어 넣습니다. 마늘도 넣구요.
오징어 이리도 이렇게 얹어서 같이 끓입니다. 내장에 맛을 들이면 오징어 살은 쳐다도 안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니... 궁금해지는 맛입니다.
밥을 짓고 난 숯을 아궁이에서 화로로 옮겨 담습니다.
화로에 뚝배기를 얹어 은근하게 보글보글 끓여내면
오징어 이리 청국장이 완성이 됩니다. 구수한 맛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소금간이 짭짤하게 밴 고등어도 화로 위에 척 올려놓습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 혹시 여기까지 들리시나요?
짭짤한 자반구이가 숯불향을 머금게 된다면 어떤 맛이 나는지 다들 상상이 가십니까? 밥도둑으로 이만한 것도 찾기 힘들거 같습니다.
삼굿구이를 하기 위함이랍니다.
이렇게 돌을 달궈서
감자와 고구마도 준비합니다.
돼지고기도 준비하구요.
고기는 이렇게 한지에 싸서 굽는데요. 고기의 기름을 흡수해서 담백하게 구워진다고 합니다.
닭고기도 한지에 싸봅니다.
그 다음 솔잎을 얹어서 솔향이 가득베어나게 합니다.
이제 돌이 잘 달궈지면 불 구덩이도 흙으로 꼼꼼하게 덮습니다.
이제부터 땅을 열고 물을 빠르게 부은다음 다시 땅을 덮습니다.
불 구덩이에서 증기가 삼굿 구이를 하는 구덩이로 들어가 익히는 그런 원리라고 하네요.
자 이제 시간이 지났으니 열어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게 아주 잘 익은거 같은데요.
잘 익었나 확인을 해봅시다.
속까지 아주 잘 익었습니다.
고기도 꺼내서 썰어봅니다.
맛있게 익었네요.
닭고기도 잘 익었으니 죽죽 찢어 상에 내놓습니다.
고구마에 김장김치 척 얹어서 먹는 맛이란... 겨울에 이만한게 있을까요?
옛 어른들을 생각하면 목이 메이신다는데요. 그렇게 그렇게 죄송스런 마음과 눈물로 간을하여 먹는 삼굿입니다.
장을 담그시는데, 메주를 장독에 넣습니다.
장을 담그는데도 숯을 넣구요.
밥을 지을때도 숯을 이용하면 맛있게 지어진다고 합니다.
튀김을 할때도 숯을 쓰신다는데요.
기름이 쉽게 탁해지는걸 막아준다고 하니 정말 신통방통할 따름입니다.
노릇노릇 잘 튀겨졌네요.
고기를 다져서
양념을 한다음
숯불에 올려서 구우면 맛있는 떡갈비가 완성되구요.
불고기도 숯불에 구우면 아주 맛있죠
소고기를 꿰어 산적도 해먹습니다.
신선로는 탕기 가운데 화통이 달려있습니다.
그 안에 숯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주면
고급스러운 신선로가 완성이 됩니다.
전골을 해먹을때도 숯 만한게 없습니다.
밥상 옆에 화로를 두고 전골을 끓여 오순도순 먹는 맛이란...
이 곳은 홍천에 있는 한 오지마을. 화전민들이 터를 일구었다고 합니다.
마을 분들이 모여 얼음을 깨고 계신데요.
일자로 된 구멍에 기다란 나무를 집어 넣고
그 나무에 그물을 매달아 놓습니다.
그러고는 넓게 서서 나무로 얼음을 두드리며 자고있는 물고기들을 몹니다.
이렇게 걸려서 나옵니다.
계속 나오네요.
이놈은 정말 팔뚝만합니다.
어휴 꽤 많이 잡았네요.
고기를 들고 마을에 솜씨 좋으신 어르신께 부탁을 드리러 갑니다.
이 생선이름이 누치랍니다.
누치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굵은 소금을 뿌려 숯위에 얹어서 구우면
노릇노릇하게 누치 숯불구이가 완성됩니다.
아주 잘 익었네요.
약간 조그마한 녀석들은 냄비위에 시래기를 깔고 얹은다음
양념장을 끼얹어 쪄내면
누치시래기찜이 완성됩니다. 밥이 술술 넘어갈거 같습니다.
수리취떡도 숯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면
이만한 간식거리도 없습니다.
화로 옆에 두런두런 모여앉아 떡을 구워먹는 모습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죠.
빨갛게 몸을 태워 자기자신은 새까맣고 볼품없어 졌지만, 은은하고도 단단한 불을 내놓는 숯은 힘든 세월, 자식들을 위해 달려온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있습니다.
숯쟁이들의 밥상편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