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gop에서 군생활을 했다.
나는 오빠의 군대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
행군하고 왔을때 사진을 제일 좋아하는데,
나는 그게 피곤한 표정인지 모르고 그냥 사진기 보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좋다.
아직도 빳빳하게 다려져 있는 군복을 내가 여름에 한번 세탁기에 돌려 빨아본 적이 있다.
참 기분이 이상하더군.. 군화도 갖고 있다. 예비군 아직 안끝났다며(난 아직 아저씨가 아니라는 듯이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군화를 챙겼다.
예비군 갔을때 그렇게 아쉬워했다. (내가?그가? 누가그랬을까.)
핸드폰 챙겨가지고 가서 점심시간마다 전화를 했다.
음.....
나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적이 없다.
대학교1학년때 1년 사귄 남자친구는,
면제다.
그뒤로 없었다.
연하를 사귈 일은 없다.
24살이 되어서 20살을 사귈 일은 더더욱 없다.
나는 기분(?)을 내보고 싶어 예비군 가는 오빠를 끌어안고,
편지할께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며 개드립을 쳤다.
(개드립은 오빠가 주로 내게 쓰는 말이다. 내가 장난좀 칠줄 안다.)
아무튼 오빠는 군대를 강원도의 gop에서 보냈다.
gop에는 집채만한 돼지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짬밥을 주러 가면 와서 먹는다한다.
멧돼지 눈이 손바닥만하다고 한다.
상상을 해봤는가?
동물의 눈이 사람 손바닥 만해서 꿈뻑이며 당신 앞에서 밥먹고 있는 모습을....
나는 뻥치지 말라고 했다.-_-
근데 진짜란다.
그 멧돼지 나오는 영화 거기 나오는 돼지만 하다고 한다. 그거보다 더 크던가.
에이~ 말도 안돼.
라 해도... 봐야 안다고 그런다.
다른 군대다녀온 남자들한테 이 얘기를 하면,
다 뻥이라고 한다. 군대 갔다온 남자들이 다 자기군대가 제일 힘들다면서 하는 이야기일 거라고 한다.
근데 인터넷 보다가 gop 근무한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
전부다 그 멧돼지 이야기를 한다.
gop의 멧돼지는 진짜일까....?
철책선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북한이 보이고, 제일 최전방, 우리 외삼촌이 백령도에서 해병대 직업군인을 하고 계시는데, 백령도보다 더 최북단이라 한다.
엄청 춥고, 네이버 지도로 엄청난 거리를 다 걸었다고 한당.
음, 학교나 동아리에 보면 학교사람들은 주로 의경을 많이 가고, 동아리 사람들은 운전병, 행정병 등을 가서 자격증도 따고 운전실력도 늘려오고,
군대는 참 좋은 곳이구나;; (잘만 이용하면...)
생각했는데
오빠는 그런거 건질 시간도 여건도 안되는 곳에 있었다. -_-
오빠가 제일 힘든 군생활을 했구나ㅠㅠ
싶어진다.
나도 처음엔 멧돼지 말을 잘 안믿었는데(지금도 긴가민가)
듣다보면 고생한 것 같다.
특히나 내가 추위를 많이 타서; 추운 곳에 있었다하니까 으~ 소름이 전해진다. 추위 뿐만이 아니겠지...
오빠는 군대에서 자격증을 따거나 운전을 하거나 기술을 배울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을 얻은 것 같다.
신기하게도, 오빠가 한번 거쳐간 곳마다 오빠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군대 제대하고 나서 후임과 함께 같은 회사에 같이 취직을 하고,
군대 선임을 노량진에서 만나고, (오빠의 군대 선임이 경찰준비를 하신다.)
처음 취직한 회사의 동료와 같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였다.
gop 생활이 아직도 많이 궁금하다.
군대에서 견딘 것도, 군대에서 그렇게 따르는 사람이 생긴 것도,
그리고 군대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안하는 것도,
춥고, 먼 거리 행군하고, 북한이 보인다는 것 외에는 못 들었다.
내가 장난치면서 오빠에게 잘못했을 때 "시정하겠습니다." 이러니까 그 말 무슨 뜻인지 알고 쓰는거냐고 - 맞고 안하겠습니다. 라는 거라구 하지 말라그래서 안했던 것 외엔, 아는 게 없다.
시정하겠습니다. 가 군대에서 어떤 뜻으로 쓰이는 것일까.
아무튼 내가 느낀 바로는, gop가 해병대 다음으로 힘든 곳 같다.
해병대는, 우리삼촌이 뭐 틈만 나면 핸드폰이 안되니까.. (우리 삼촌 그래서 아직도 장가를 못가고 있다 ㅜㅜ 천안함, 연평도 꼭 우리삼촌 선 보고 나서 발발;해서 여자분과 연락을 할 수가 없다.ㅠㅠ)
자, 억울하면 이 밑에 리플을 달아라!
어느 군대가 더 힘들었는가!;;;;;;
내 생각인데,
군대가 청년의 2년이란 시간을 빼앗고, 매일 힘든 훈련을 시키고, 고난과 역경을 주어서 가기 싫은 곳이라기보다,
그 2년동안 모르는 사람들과 지내면서 그 안에서 눈치밥 먹고, 구타와 갈굼을 견뎌 내고, 그 속에서 인간성을 간직하며 제대를 하는 게
힘든 일이라 생각된다.
군대 다녀와서 성격 변했다는 사람 이야기도 몇몇 들어봤다. 고약해진 쪽으로...
나는 남자가 군대를 다녀오든 안 다녀오든 상관없는데,
(내 친구들 중에는 귀가 안좋아서 공익, 눈이 안좋아서 공익인 친구들이 몇몇 있다. 공익인 친구들은 자신이 공익인 것을 굉장히 창피해하는데, 자신의 몸이 선천적으로 안좋은 것이 왜 창피인가 싶어진다.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조작해서 공익이 되는 일이 더 창피한 일이 아닌가 싶다. 왜 그들이 자신의 신체를 가지고 창피해해야 하는지...)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걸레질, 청소, 빨래 등 기본적인 것은 다 할줄 안다. 나는... 잘한다.;
무엇을 깨끗하게 닦는 것,(내 친구 남자 중 한 명은 싱크대를 기가막히게 반질반질하게 닦을 줄 안다.) 여성성(청소를 과연 여성성이라고 해야할지...)과 남성성을 모두 갖출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오빠도 다림질은 잘 할줄 안다. 물론 나도-_-
문제는 빨래 할 줄 알고 청소할 줄 알아도
천성이 남자라 안치우는게 문제-_-
gop얘기보다 보통 군대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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