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후폭풍] “젊은이들 한나라 그냥 싫어하니… 이유 찾기도 쉽지 않아”
서울신문 기사전송 2011-04-2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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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8일 오전 5시 45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주택가. 골목 막다른 집의 남색 대문이 열리더니 서류가방을 손에 든 이재오 특임장관이 걸어 나왔다. 이 장관은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후 매일 같은 시간 집에서 나와 연신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40여분 동안 동행한 이 장관의 출근길은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분위기였다. 얼굴에는 트레이드 마크인 '함박웃음'보다 쓴웃음이 더 자주 스쳐 갔고, 가라앉은 목소리에서는 전날 재·보궐선거에서의 뼈아픈 패배감이 묻어나는 듯했다.
이 장관은 이번 재·보선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초반에는 '정운찬 분당을 출마설'의 배후로 지목됐다. 막판에는 친이계 모임을 주도해 선거전략을 논의하고, 경남 김해을 지역의 동향을 파악한 특임장관실 직원 수첩이 발견되면서 선거개입 논란에도 휘말렸다.
그런 이 장관에게 "선거 결과가 생각대로 나온 것이냐."고 어렵게 첫 질문을 던졌다. 대답 대신 한숨만 내쉰 이 장관은 "참, 우리 기초단체장은 어떻게 됐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전날 격전지 결과를 주시하느라 다른 지역은 신경 쓸 여유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김해을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의 '나홀로 선거운동'을 언급하자 "나처럼 선거운동을 한 사람만 됐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당색'을 뺀 덕분에 당선될 수 있었던 아이러니를 지적하자 이 장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특임장관실 수첩과 관련해 김 후보의 당선으로 책임론을 빗겨간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나도 이야기가 나온 뒤 출장부를 가져오라고 해서 확인하고 알았는데, 시민사회팀장이 원래 현안이 있는 곳에 가서 민심을 듣고 오는 일을 하는 자리"라면서 "선거에 개입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야당에는 충분히 호재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분당을에서의 패인은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분당의 주민 구조가 옛날 같지가 않다. 전에는 강남에 살던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살았는데 이제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용인 수지 쪽으로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이렇듯 지역구 유권자 구조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40대 이하 젊은 사람들이 68%를 차지하게 됐다. 그 사람들 절반만 투표한다고 해도 34%인데, 못 당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서울도 40대 이하 유권자가 많다."는 설명에서는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도 느껴졌다.
이에 한나라당의 '젊은층 공포증'을 꼬집자 "당연히 같이 안고 가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싫어하는 이유가 있으면 그 이유를 찾아서 없애면 되는데, 젊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은 그냥 싫다고 하니…."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분당을 후보로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진 이 장관에게 강재섭 후보가 인물론에서 뒤진 것 아니냐고 '유도심문'을 던졌다. 수차례 질문에도 묵묵부답이던 그는 "분당을은 토박이 이런 것도 없으니까…."라고만 답했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자 "지도부에서 적절히 알아서 대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선거의 승자는 역시 손학규 대표인 것이냐."는 질문에 이 장관은 "손 대표가 이제 완전히 민주당 사람이 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대권구도 변화에 대해서는 "대선이 아직 2년이나 남았고, 그 사이 또 정치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면서 "이번 선거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출근길 내내 이 장관은 "한나라당이 잘해야 한다. 정말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든 지든 민심을 정말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되뇌이듯 같은 말을 몇번씩 반복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우리가 깨지고, 내가 들어온 선거에서 우리가 확 뒤집지 않았느냐. 그런데 1년 만에 또 이렇게 뒤집히고…. 민심이 참…."
이 장관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푸념하듯 내뱉은 '민심'의 무게는 어느 때보다도 무거워 보였다.
유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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