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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눈을 떴다.
잠에서 깬 그는 이 상황에 외마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남자의 주변이 쥐로 가득 차 있었던 거다. 모래가 모두 쥐로 대체되어있는 사막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시선이 닿는 저 끝까지 모두 흐리멍텅한 쥐 소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쥐와 맞닿아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급하게 발을 일으켰다. 죽어있는 것인지 살아있는 것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쥐들 사이에서 남자는 빨리 빠져나오고 싶을 뿐이였다.
사람이 있을만한 마을을 찾기위해 발을 옮기던 그는 물컹물컹한 쥐들을 밟으며 걸어가는 기분이 퍽이나 좋지 않았다. 이렇게 걸어가는 시간이 얼마나 이어질지도 모르고 끝없는 사막을 걷는 기분에 남자는 문득 두려워지기만 할 뿐이였다. 거기다 걸음을 하나 하나 내딛을 때마다 죽은 시체 위를 걷고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만큼 지났을까.
쥐들 사이 백합 모양의 유리가 보였다. 걸어다닌지 ㅡ시간 만의 성과였다.
남자는 급히 달려가 그것을 집어들었다. 자세히 보니 일자의 긴 막대기에 백합 모양의 전구 두 개가 양쪽에 달려있는 모양새였다. 언뜻 전화기처럼 보였다.
그 순간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남자는 직감했다. 사람이다! 내가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겠구나! 남자는 이쪽으로 걷기로 선택한 과거의 자신을 칭찬하다가도 다시금 급히 전화를 받았다.
“ 여 ,여보세요. 거기 사람인가요? 제 소리가 들리세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직,,, 지직 지,
주변에서 아주 아주 작지만 소리가 들려왔고 전화기가 없을땐 신경 쓸만한 이상한 일 이였지만, 지금의 남자에겐 그저 자신과 다른 이의 연결을 끊을 수 도 있는 노이즈일 뿐이였다. 불안해진 남자는 백합 모양 전구의 끝으로 끝으로 귀를 아주 가깝게 밀착시켜 그 작은 소리하나 놓치지 않고 들으려 했다. 제발 이 전화가 끊기지 않길 빌며. 그 순간 전보다 선명한 목소리가 남자에게 전달되었다.
“사람, 거기, 사람 인가”
남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내가 살았어 살았다고,, 엇”
***
남자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그 많던 쥐 사막은 어디가고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말이다. 사막과 비교되는 이 집은 좋은 아일랜드 식탁과 고급 물건들로 가득했고 그 보다 남자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건 지금 앞에 있는 이 사람들이였다.
아니 그보다 사람이 맞나? 녹색에 매끈하고 탱글한 피부 새까맣게 차 있는 눈. 외계인 그래 외계인이라고 하면 그럴 듯 했다 딱 우리가 생각하는 외계인의 모습 그 자체로 보였다.
남자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으려 노력했다. 자신이 놀란 듯 행동하면 이 생물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 같아서 였다. 눈치를 보던 남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 생물은 너무 친절했다.
“ 이곳이 어딘지 궁금하시죠? 여긴 당신이 들고있던 그 물건 속 안입니다. 매번 물건이 바뀌기 때문에 저희도 당신이 어떤걸 통해 여기로 들어오셨는지 모르겠지만 괜찮습니다!
당신은 행운이니까요!“
“무슨 소리죠? 일단 제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건가요?”
“당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 보내 줄 수 있습니다! 급할 것 없어요. 그 전에 저희 집에서 쉬다 가시면 되는 겁니다 저희는 모두 최첨단 이거든요 사시던 곳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요!”
이들의 말에 남자도 안심했는지 이제 급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쥐가 가득하던 사막에 비하면 여긴 천국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남자는 이 집에서 먹고 놀고 눕고 먹고 또 먹었다. 이젠 남자는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생물들과도 친해져 이제는 자신도 그들과 가족으로 이 곳에서 게속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활이 익숙해졌을 무렵 외계인이 말했다.
“이젠 돌아갈때가 되지 않았나요? 예전 생활이 그립지 않나요?”
남자는 너무 아쉬웠다. 이 즐거운 나날에 예전 생활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옛날일이 되었다. 그렇지만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냐는 이들의 말에 남자는 더 있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다. 괜히 민폐가 되고 있지 않나 하고 계속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였다.
그래도 남자는 마지막으로 한번 얘기해 보았다. 마지막이니 가족이 되고 싶다고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전하고 싶었다.
“나는 이곳에 있고 싶어. 너희와 가족이 되고 싶어.”
.
.
.
“ 죄송해요. 그렇지만 당신과 저희는 가족이 되기엔 너무 다르게 생겼잖아요. 당신도 당신과 같은 사람들과 함께인게 더 행복할 거예요.”
남자는 외계인의 말에 절망했다. 그렇다 남자와 외계인은 달라도 너무 다르게 생겼었다. 녹색에 매끈한 피부를 가진 이들과 달리 자신은 까만 털을 가졌기 때문이였다. 아무리 비교해 봐도 남자는 이들과 같아질 수 없었다. 남자는 수긍했고 드디어 남자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 그리울거예요.”
한마디. 이 한마디를 남기고 남자는 돌아섰다. 외계인은 남자를 돌려보냈다.
***
흐릿한 눈을 떴다. 백합 모양 전구가 눈에 보였다.
, , , 말하려 해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온 몸이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주변은 여전히 쥐로 가득 차 있었다. 까만 털의 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남자가 처음 봤던 그 쥐들보다 훨씬 큰 크기의 쥐들이였다. 남자는 두려웠다.
뭐지? 그들이 날 속인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주겠다고 했으면서!! 남자는 두려웠다가 분노했다가 체념했다. 그 끝에는 다시 그들을 보고 싶었다. 왜 날 다시 이곳으로 보냈는지 자신들의 곁에 있을 수 없게 할 거라면 적어도 나의 원래 가족들 곁으로 보내주어야 했던 게 아닌지. 날 싫어했는지. 남자는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였다. 이젠 쥐들 곁에 있어도 두렵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다시 보고 싶었다.
백합 모양 전구가 눈 앞에 있어도 눈 앞에 있는데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그들을 부를 수 없었고 몸이 움직이지 않아 그들에게 갈 수 없었다.
그때 백합 모양 전구가 위로 들어올려 졌다. 남자였다. 남자가 백합 모양 전구를 들어올렸다.
안돼 안돼 안돼
남자는 직감했다.
저 남자가 백합 모양 전구로 들어가는 순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저곳에서 살아갔던 것처럼 오랜 시간 나오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았다. 남자는 그것만은 막고 싶었다. 말 할 수 없어도 찾아갈 수 없어도 적어도 그들에겐 자신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자신이 그들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그들도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했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기에 더 더욱 그를 백합 모양 전구 속으로 들여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필사적이였다.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외쳤고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움직이려 했다. 가지말라고 그 자리는 내 것이라고.
직 ,,, 지직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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