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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10316
    작성자 : 자아여러개
    추천 : 15
    조회수 : 2873
    IP : 219.249.***.59
    댓글 : 112개
    등록시간 : 2016/09/06 07:23:54
    http://todayhumor.com/?love_10316 모바일
    4살 연상 누나와 썸타고(?) 사귀게 된 이야기 (2)+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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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귀게 된 당일, 갑자기 점장 누나가 웃기 시작했다.

    아, 혹시 머리 쪽이 아픈가? 그럼 전에 보여준 해맑은 웃음은 혹시...? 라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하며 물었다.

    -왜요? 뭐 웃긴 생각이라도 했어요?
    아니, 생각해보니까 우리 완전 웃기잖아.
    -어디가요?
    본지는 고작 1주일 조금 넘었지, 제대로 대화한지는 3일째인데 사귀고 있잖아. 너무 빠르지 않아?
    -그건 그래요. 
    넌 어제 무슨 생각으로 바로 고백한 거야?
    -어... 그냥? 그냥 고백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거든.
    근데 그거 알아? 니가 만약에 고백 안 했으면 그때 내가 고백했을 거야.
    -진짜요? 근데 왜 도망쳤어요?
    내 마음 들킨 것 같아서 놀래서 그랬어.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고.

    역시나 우리는 특이한 커플이었다. 며칠 되지 않아 서로 고백할 마음을 먹고(난 정말로 고백을 했고), 관계는 무려 고용주의 딸과 일개 알바생이 아닌가! (이것도 따지고 보면 사내 연애 아니냐며 점장 누나는 또 자지러지듯 웃었다)

    데이트는 매일 같은 곳에서 시작해 다른 곳을 들리고, 같은 곳에서 끝이 났다.
    데이트의 시작은 언제나 편의점, 퇴근 후 근처를 돌아다니다 누나 집까지 데려다주는 코스였다.
    점장 누나는 일정한 시간마다 편의점에 들려 일을 도와주는(사실 집에서 빈둥댈 바에야 누나 얼굴이나 보러 가자는 마음이었지만) 나에게 항상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맨날 이렇게 나와서 어떡해? 피곤하진 않아?
    -걱정하는 사람 치고는 표정이 너무 밝은 거 아니에요?
    헤헤... 니가 일을 다 하니까 내가 할 일이 없어서 좋아서 그래.
    -........?

    이 누나 혹시 공짜 알바생을 쓰려고 일부러 고백 받아준 건 아닐까? 호구 알바생 등극은 아니겠지. 쓸데 없는 잡념이 머릿 속을 잠식했지만 점장 누나의 볼 뽀뽀에 잡념은 톰과 마주친 제리 마냥 저 멀리 달아났다. (나중에 월급을 확인해보니 데이트 겸 해서 나갔던 시간도 모두 근무 시간으로 취급되어 있었다)

    고마워, ㅇㅇ아
    -내가 더 고맙네요.

    누나 일을 도와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손님들 중에 점장 누나에게 관심을 보인 손님이 상당히 많았다.
    내가 있을 때에 본 것만 해도 양손발가락을 다 세도 힘들 지경이었으니까.
    점장 누나는 그런 손님에게 하나하나 남자 친구가 있다고 말을 했고, 손님들은 충격을 받으며 편의점을 도망치듯 벗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솔로였던 사람이 갑자기 커플이라 선언을 해버렸으니 충격을 받을 만도 했다.

    손님들 중 일부는 믿지 못했는지 편의점에 하루 종일 있으면서 어떻게 남자 친구가 생겼냐고들 묻곤 했는데, 점장 누나는 그럴 때마다 나를 슬쩍 쳐다봄으로써 손님들을 다시 한 번 좌절케 했다. 

    난 졸지에 미녀 알바생을 뺏어간 도둑놈이 되어 있었고, 좁은 동네답게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혼자서나 친구들끼리나 근처 식당만 들어가면 연애 잘 되냐, 니가 바로 그 도둑놈이냐(진짜 이렇게 물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4살이나 어리니까 누나가 도둑 아니에요? 라고 누나한테 물었다가 옆구리 뜯길 뻔했다) 등등... 마치 내가 엑소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이래서 연예인이 안 된 거야.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얼마나 피곤한지 아니까. 

    내 말에 친구들은 하나 같이 똥씹은 표정과 함께 독설을 날려댔다.

    미친 새끼. 연애하더니 가뜩이나 제정신 아닌 병신이 상병신이 됐네.
    안 된 거랑 못 된 거랑 구분 못하냐 병신아? 니가 그러니까 언어 영역 2등급이지.
    한 번만 더 개헛소리하면 내 앞에 있는 국밥 고기가 니 혓바닥 고기로 바뀔 줄 알아라.

    평소라면 발끈하며 같이 욕설을 날리며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을 나지만 지금은 세상 만사 아름답게 보이는 커플. 난 인자한 부처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래, 커플인 내가 이해해야지. 커플복음 3장 11절에 보면 '네 이웃 중에 솔로인 사람이 있다면 사랑과 배려로 대하라.'라는 말이 있다더라. 
    씨발 내가 저새끼한테 왜 그 향수를 선물해줬지....

    실신 KO를 당한 친구들은 묵묵히 고개를 처박고 오늘따라 소주과 왜 이렇게 쓰냐며 국밥을 퍼먹을 뿐이었다.
    평소에는 시키지도 않던 수육까지 시켜서 소주를 먹는 친구들의 모습에 절로 연민의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솔로라서 서럽네요. 계산은 세상이 핑크빛일 저 놈이 할 거예요. 

    식사를 마친 친구 놈들은 그 말을 끝으로 각자의 길을 떠났고, 난 눈물을 머금고 계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려고 수육을 시킨 거였구나...이제야 깨달았네. 시벌ㅋ)

    사귄지 일주일이 지난 8월 어느 날, 점장 누나는 이런 연애 처음인데 참 좋다고 했다.
    나 역시 좋았다. 무엇보다 편의점에서 몇 시간 동안 있으니 돈 나갈 곳도 없고, 서로 얼굴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간간히 스킨십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좋았다. 

    잘 맞는 사람과 연애하는 기분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걸 몸소 경험하며 느낀 건, 사람 일은 모른다는 것이었다.

    세상 어느 누가 면접 보러 갔다가 사귈 거라고 예상했을까?
    세상 어느 누가 말 튼지 3일만에 사귈 거라고 예상했을까?
    취객 진상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다시는 편의점 일은 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내가 무슨 바람이 불어 편의점에 지원했을까?

     
    결론은 이 글을 보고 있는 무적의 솔로 부대 오유인들도 언제든 커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저처럼요.(찡긋)

     

    -

    이전 글에서 향수 종류를 묻는 분들이 꽤 있더군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불편하지만 않으시다면 반응 보고 댓글로 향수 찍어서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점장 누나가 첫 글 반응을 보더니 이러더군요.
    "여기 사람들은 다 츤데렌가봐. 다들 툴툴거리는 걸 보면ㅎㅎ"
    -.......누나가 여기 사람들을 몰라서 그래. 저거 다 진심이야...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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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6 07:50:23  218.52.***.221  샛별의꿈  25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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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6/09/06 08:37:43  223.33.***.30  AllieWay  250953
    [4] 2016/09/06 08:46:06  123.228.***.92  Hinazen  645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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