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린 '엘롯기', 야구팬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단어일것이다. LG와 롯데, KIA를 합해 부르는 이 말은 가장 열광적인 팬들을 보유한 인기구단이자 2000년대 초중반 암흑기를 겪었던 세 팀의 애환이 녹아있는 단어다.
야구판에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지만 LG와 롯데, KIA 팬들 사이에서는 애증이 켜켜이 쌓여있다. 순위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지만 '우리가 안 되면 너희라도 잘 해라'라는 동질감이 있다.
그 런데 엘롯기 트리오가 올 가을에는 함께 쓸쓸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다. 20일 현재 롯데가 6위로 밀리면서 엘롯기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권 밖으로 밀렸다. 롯데가 6위, KIA가 7위, LG가 9위다. 롯데가 9경기, KIA가 12경기, LG가 10경기를 각각 남겨둔 가운데 5위 SK와 격차는 각각 반게임, 1.5게임, 5.5게임이다.
현실적으로 LG는 올해 포스트시즌 자력진출이 무산된 상황이다. 만약 SK를 잡을 수 있다 하더라도 롯데와 KIA, 한화까지 모두 부진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롯데와 KIA는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당장 롯데만 하더라도 20일 경기 전까지는 2주 동안 5위 자리를 지켰었다.
2000 년 이후 엘롯기 트리오 중 우승을 경험한 팀은 KIA가 유일하다. 대신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년 연속 최하위는 롯데와 KIA, 그리고 LG가 돌아가면서 경험했다. 그래서 가을야구에 대한 열망은 더욱 크고, 길지 않은 10월의 날들이 더욱 간절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2000년대 후반 이후 엘롯기 트리오는 각각 전성기를 맞이했다. 먼저 롯데는 2008년 프로야구 흥행을 주도하며 붐을 일으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09년 KIA는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11년 만인 2013년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해 2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그래서 현재 순위표에서 5위 위로 LG와 롯데, KIA 모두 보이지 않는 게 낯설다. 이들 3팀이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건 2007년이 마지막이다. 만약 올해 SK나 한화가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다면, 8년 만에 엘롯기 동반 비극이 재현된다.
여전히 롯데와 KIA는 기회가 남아 있다. 이제부터 시작될 10경기 안팎의 잔여경기에 모든 걸 걸고 힘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SK는 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