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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밥상을 후다닥 헤 치우고, 동생 영숙이와 함께 OO 국민학교 냇가 다리로 갔다.
한창 가을로 접어 들던 때라 날씨는 추웠지만, 따뜻한 햇살이 비춰서 그런지 포근하기도 했다.
일단 영숙이에게 어젯밤 꿈 이야기를 하고, 냇가 다리 밑 수풀들이 우거진 모래톱을 두 갈래로 나눠 어젯밤 꿈에 선생님이 이야기한 수첩을 찾기 시작했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영숙이는 꿈 이야기를 가지고 그러나며 미신이네 뭐네 투덜투덜 대었지만, 그래도, 꼼꼼하게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찾던 중 선생님의 시신이 발견된 곳과는 너무나도 동 떨어진 곳에서 영숙이가 물에 젖어 퉁퉁 불은 수첩 비슷한 걸 찾아냈다.
몇 일 내린 비에 젖어 그랬던 것 같았다. 글씨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데, 일부는 글씨가 번지기도 했고,일부 페이지는 서로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일단은 집에 서둘러 돌아왔다.
읍내로 나가 외사촌 형님이 운영하는 미곡상으로 갔다. 형님은 이 시간에 무슨일 이냐며, 눈이 휘둥그레 지셨다.
난, 두서없이 꿈 이야기를 했다.
“야~~좀 천천히 이야기 혀 봐.”
“야. 형님”
“제가 어젯밤 꿈에 선생님을 만났슈~~ 그리고, 선생님이 나더러 냇가 다리밑으로 가서 수첩을 찾으라는 거에유. 그래서, 아침에 영숙이랑 가서 찾으니 이게 나왔어유.”
“이게 뭔데?”
“수첩이유.”
“이게 어젯밤 꿈에 그 수첩이란 말이여?”
“야…형님”
“그게 선생님 것인지 어찌 안데?”
“안에 내용이 다 번지긴 했는데, 이게 거기 있는게 이상하잖아유?”
“음…”
“형님, 이거 어덯게 방법이 없을까유?”
형님은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갑자기 다짜고짜 신을 신고는 어디론가로 나서셨다. 나도 형님을 부지런히 쫓아갔다.
형님의 목적지는 김노인의 약방 이었다. 연륜도 연륜이겠지만, 워낙 아는 것이 많고 현명하신 분이라 사람들이 어떠한 해답을 얻고자 할때는 김노인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형님이 수첩을 내려 놓고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자. 김노인은 돋보기 너머로 형님을 물끄러미 하번 보시고는 다시 수첩을 조심스럽게 살펴본다.
돋보기 너머로 매서운 눈빛은 수첩 이곳 저곳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더니, 펴지지 않는 페이지 몇 장을 보다가
“이거 보라고…이거.”
라며, 형님과 나에게 무언가를 보여준다.
붙어있던 한 페이지가 펴져 있었는데, 그 안의 글씨들은 물에 번지지 않아 있었다.
“연필이여…연필, 연필로 글씨를 쓰면 물에 잘 번지지 않지.”
라며, 그 페이지를 펼 쳐 든다.
정말로 희안하게 붙어있던 두 쪽은 연필로 무언가가 잔뜩 쓰여져 있었고, 글씨가 번지지 않았다. 형님은 수첩의 내용을 읽어 보시고는…
“영석아!! 경찰서로 가자!”
하시고는 김노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리고, 경찰서로 가는 길에 사촌형님은 운수회사에 들렀다. 사장님은 반가운 표정과 이 시간에 무슨일이냐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형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얼굴이 굳었다.
사촌형님은 사장님께 수첩을 입수한 경위 등을 설명하였고, 문제는 이 수첩을 들고 갔을 때 또 불이익 내지는 누명을 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찾아 왔노라 설명했다.
사장님은 눈을 지그시 감더니, 나에게는 살짝 나가 있으라 하시고 형님과 어딘론가 전화를 걸어 한참을 통화했다.
그리고, 사장님도 양복 윗도리를 걸치시고는
“차기사는 여기서 우리를 기다리시게.”
하고 형님과 어디론가로 가셨다.
저녁쯤 되어서야 두 분은 오셨고, 경찰서에 다녀오셨다고 했다.
사장님은 평소 친분이 있으신 OO경찰서 서장을 직접 만나 이 수첩의 입수 경위와 그리고, 내가 억울하게 치도곤을 당했던 이야기도 곁들여 하셨다고 했다.
일단 수첩은 해당 사건 담당 형사에게 넘겼고, 연필로 쓰여진 부분에 결정적인 단서가 있다고 했다.
사장님께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는 사촌형님과 회사에 서 나와 가까운 대폿집엘 갔다.
막걸리 사발을 단숨에 비우시고는 형님이 한 말씀 하신다.
“크~~~~ 영석아. 수첩에 말이다. 그 선생님을 괴롭히던 놈이 있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더라.
보니까 동료 교사 중에 나이가 좀 있는 놈 같은데, 그 놈이 자꾸 자기에게 추근덕 댄다고 쓰여 있더라고…그래서, 그걸 가지고 갔는데…아마 잘 될 것 같어. 고생 많았다.”
그렇게, 형님과 가볍게 술 한잔을 하고 집에 돌아와 누웠다.
잠이 들은 것 같은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방안에 환한 빛이 비춰진다. 그리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선생님이 들어와 아무 말도 없이 웃으며 나에게 큰절을 했다. 어안이 벙벙하던 차에 잠에서 깼다. 꿈이었다.
이틀 후, 사촌형님이 우리집에 찾아 오셨고, 선생님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냈다고 말씀하셨다. 범인은 같은 학교 동료교사 김OO이었고, 서에 출두하자 마자 몇 시간 안되어 자백했다고 한다. 파렴치한 그 자는 유부남이면서도 선생님에게 연정을 표시했고, 그걸 피하는 선생님에게 잔혹한 짓을 한 것이다.
그날도 퇴근하는 선생님을 쫓아가 치근덕 대었고, 선생님이 거절하자 냇가 밑으로 데려 가서 살해를 했다는 것이었다.
범인도 잡히고 사건도 해결되었으나, 왠지 모르게 입맛이 썼다. 경찰서 안에서 당 한 일들 때문에 분하던 그때, 사촌 형님이 말씀하시길 날 조사하던 형사는 서장에게 구둣발로 조인트를 까이고는 엄청 혼이 났다는 이야기도 건네 주셨다.
형님이 가시고 한참 집에 누워 있는데, 하숙집 할머니와 여선생님의 어머님이 우리집에 찾아 오셨다. 선생님의 어머님은 간밤 꿈에 죽은 선생님이 찾아와 차기사님께 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라고 했다며, 눈시울을 적시며, 한복 품 안에서 봉투를 꺼냈다.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는데, 하숙집 할머님이 거드신다.
“영석아. 그냥 넣어둬라…그게 도리여.”
결국, 그렇게 봉투를 전해 주시고는 선생님의 어머님은 고개 숙여 다시 감사의 인사를 하시고는 그렇게 떠나셨다.
사건이 그렇게 끝이 나고 2주 뒤… 월남에서 편지가 왔다. 실종되었다던 큰 형이 보낸 편지였다. 전투 중 부대원들과 낙오가 되었지만, 무사히 구출되어 원대복귀를 하였다는 것이다.
난 뛸 듯이 기뻤다, 자리보전 하던 작은형도 그 소식에 벌떡 일어났다.
네 형제는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
그리고, 몇 달 뒤 큰형은 무사히 제대를 하셨다.
형님이 귀국하시고 나는 다니던 운수회사를 그만두고 형님과 다른 일을 준비했다.
사장님과 배차계, 그리고, 비서 김양에게 인사를 드리고, 다른 선배 기사 분들께도 인사를 드렸다.
얄미운 김기사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그렇게 나에겐 어찌 보면 너무나도 미스터리한 1967년 가을의 사건이 그렇게 정리되었다.
50여년이 지난 요즘…가끔 술에 취해 아들놈을 붙들어 앉혀 놓고는
“그 때 그 선생님이 감사한 마음에 큰아버지를 구해 주신게 아닌가벼.”
라는 이갸기를 했다.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아들 녀석을 보며 껄껄 웃는다.
시발택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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