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옵션 |
|
김기사님에게 언짢은 소리를 좀 듣고 나서 차를 인계받은 나는 읍내로 가는길에 선생님의 하숙집에 들렀다. 하숙집 할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선생님의 어머님은 날이 밝자 마자 학교로 가셨고, 학교 동료교사의 말에 의하면, 선생님은 분명 어제 저녁 퇴근을 했다고 했단다. 그래서, 일단 읍내 지서로 가서 신고를 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경찰들은 그 심드렁한 반응부터 먼저 보였다고 한다.
“이게 단순 가출일수도 있으니께…조금 더 기다려 봐유.”
외지에 와서 아는 사람도 없는 처지의 선생님 어머님은 결국 하숙집으로 돌아와 딸의 빈방에서 아무것도 못한 채 가만히 앉아만 계신 상황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너 어제 선생님 태우고 온 거 확실한 겨?”
라고 물어봤고,
“아 참말로 태우고 왔어요.”라고 대답한 나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이 상황이 너무도 답답할 뿐이었다.
하숙집에서 나가기 전 선생님의 어머님께 인사를 드렸다.
반쯤 넋이 나간 어머님은 어제 선생님을 태운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냐 하셨고, 일단 일을 마치고 와서 모셔드리겠다고 하고는 일을 나갔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집중력도 떨어져 평소보다 더욱 피곤함을 느끼는 하루였다.
야간에 배정된 일을 마치고, 차를 회사에 세워 두고 퇴근을 했다. 다음날은 비번이라 쉬는 날 이었지만, 낮에 선생님의 어머님과 한 약속 때문에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아침상을 내온 동생에게 밤새 잠도 안자고 또 어딜 그렇게 나가느냐는 핀잔을 들으며, 하숙집으로 향했다.
하숙집에 도착하니, 선생님의 어머님께서는 이미 외출준비를 다 마치신 상태였다.
자전거 뒤에 선생님의 어머님을 태우고 그 길로 학교 앞 다리까지 달렸다
가을날씨가 선선하긴 했지만, 피곤한 상태에다 뒤에 한 명을 태우고 달리니 도착 했을 때는 온몸이 땀 투성이였다.
그렇게, 선생님을 태운 그 다리근처에서 이곳 저곳을 살폈다.
가을이 한창이라 냇가 주변에는 풀도 무성했고, 잠자리도 많았다.
냇가 이곳 저곳을 선생님의 어머님과 방향을 달리 하여 찾고 있을 무렵…갑자기 찢어질듯한 선생님 어머님의 비명소리가 났다.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그쪽으로 내달렸다. 선생님의 어머님은 뒷걸음질을 치시다가 냇물에 털썩 주저앉은 상황이었고. 난. 보게 되었다.
풀로 덮어두긴 했지만, 그 풀섶을 빠져 나온 희고 고운 손을…말이다.
경찰이 오고 시신은 바로 여선생님으로 확인되었다. 잔인하게도 현장에 있던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확인 되었다.
작은동네에 순식간에 소문이 나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생소하게 처음 보는 앰뷸런스에 실려 시신은 떠났고 그의 어머니도 동승해 같이 떠났다. 난 현장에서 어이없게 경찰들에게 붙들려 서로 연행되었다. 당시엔 경찰차가 부족하기에 시발택시들이 종종 경찰차 역할을 했는데, 어이없게도 김기사님이 몰고 있는 우리회사 택시에 탄 채로 연행이 되었다.
“그럴 친구가 아닌데…다시 봤네?”
“김기사, 뭔 말씀이유??”
“자네 말이여…”
“야?”
“거…차 뒷자석에 묻은 물도 그렇고 말이여…”
“예?”
경찰 : “거…조용히 좀 갑시다.”
…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윽박 지르는 경찰에게 난 당당하게 내가 본 사실대로만 이야기 했다.
“야…그걸 믿으라고 이야기 하는 거야? 임마!”
“지는 참말로 그 것 밖에 몰라유.”
선생님의 어머님이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어떻게 딸의 시신을 찾았냐?’
는 경찰의 질문에 내 이야기를 했던 게 내가 연행된 이유라고 했다. 게다가 차를 타고 오면서 김기사님이 한 이야기 때문에 그 부분을 설명하지 못 한 나는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난 끝까지 내 양심을 지켰다.
난 결국 취조실에 끌려가 구둣발에 밟히기도 하고 두꺼운 서류철로 머리통을 맞기도 했다. 그래도, 난 내가 본 사실만을 이야기 했다. 조사하는 형사들은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날 차가운 구치소 바닥에 던져 넣었다.
사건 현장에서 내가 끌려가는걸 본 마을 사람들에 의해 내 소식이 전해 졌으려나…
난 집에 있는 동생들과 자리에 누워있는 작은형이 걱정되었으나…아무 방법이 없었다. 정강이가 시퍼렇게 피멍이 들다 못해 짖 이겨진 상처를 어루만지며 갑자기 벌어진 내 신세가 처량해 눈물이 났다.
당시 난 20살…만 19세의…어찌 보면 애였다. 베트남에서 실종되었다는 큰형이 떠 올랐다.
“형…나 어떡해요…형…”
소리없이 흐느끼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지루한 조사가 계속되던 중. 난 삼일째 오후 3시가 되서야 풀려났다.
그 이유는 부검의의 부검소견 때문이었다.
부검의의 사망 추정시간과 내가 선생님의 보았던 시간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부검의는 내가 선생님을 만났다고 한 시간보다 훨씬 전…대략 5시간전에 이미 선생님은 살해당했다는 부검소견을 내었고, 난 그 시간에 손님을 태우고 운행중이 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찰들은 밖에 나가서 구타 당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가는 각오하라는 협박을 잊지 않았다.
경찰서 밖으로 나갔다. 외사촌 형님이 어찌 아시고는 날 데릴러 오셨다.
회사사장에게는 잘 이야기 해 두었다며, 형님은 나를 국밥집에 데려가 밥부터 사 멕이셨다.
“근디…너 어쩌다 그런거냐?”
“잘 몰러유, 전 그날 분명히 선생님을 태웠어유.”
“그래…그런디 하숙집 도착하니까 없더라 그 말인겨?”
“야”
“그게 말이 되니?”
“그게 사실인걸 어쩐데유?”
“나…참”
형님은 그렇게 탄식을 하시고는 담배를 빼 물었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우는 동생들을 적당히 위로하고 잠에 빠져 들었다.
꿈을 꾸었다.
난 다시 그날처럼 차로 빗길을 달리고 있다. OO국민학교를 지난다. 내 차를 세우는 누군가. 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브레이크를 밟고…차를 세운다. 옆좌석을 열어 누군가를 태운다. 선생님…그 선생님…
난 아무말 없이 운전을 시작한다.
한참을 달리고 있다. 몇분…아니..몇시간…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기사님”
“야?”
“미안해요.”
“뭐가유?”
“나 때문에 험한 꼴을 겪으셨네요.”
“아…예…”
“다리 밑에요…”
“예??”
“다리밑을 자세히 보세요.”
“어디 다리밑이유??”
“내가 있던 곳…그 다리밑.”
“예?”
“내 수첩을 찾아요.”
“예?”
“내 수첩…”
그러다 갑자기 ….반대편에서 강한 라이트 불빛이 내 눈을 강타한다.
“어!!!!!으악~~~~~~~~~~~~~~~~~~~”
차가 미끄러져 어디론가로 곤두박질 친다.
“으~~~~~~~~~~~~~~~~~~~~아!!!!”
하고 난 소리를 치면서 깼다.
자리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온 몸이 땀 투성이…내 비명소리에 놀라서 들어온 동생에게 물어보니 난 꼬박 이틀간을 잠만 잤다고 한다. 하긴 그렇게 치도곤을 당했으니…
걱정하는 동생을 뒤로하고 무작정 회사로 향했다. 사촌형님이 잘 말씀해 주셨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계속 누워 있을수 만은 없지 않은가?
회사에 출근을 하니, 배차계며 사장님, 그리고, 비서 김양까지 나를 반겨주었다. 특히, 배차계는
“차기사…진짜 뭔일 나는줄 알았당게.”
하면서 살짝 눈물까지 글썽였다.
너무 고마워 별일 없다고 하고는 사장님께 복귀일을 타진 드렸다.
“거…서두를 것 없당게…차기사가 누가 뭐래도 그럴 일 없는 사람인데. 억울한 일을 당한겨. 내 다 아니까…일단은 좀 더 쉬고 오라고. 그리고 이거…이걸로 고기 좀 끊어다 보신좀 하시고…”
라면서 봉투를 꺼내신다.
몇번을 거절했지만, 사장이 아닌 사촌형님의 친구가 준다고 생각하라며 말씀하시는 사장님의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사무실을 나가는데 배차계가 또 커다란 종이봉투에 무언가를 잔뜩 챙겨주려 한다.
거듭된 호의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어 눈시울을 훔치고는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읍내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다가 동생에게 주고는 다음날엔 꼭 그 다리밑을 다시 가보리라 다짐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