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집안 말아먹기 딱 좋은 취미다..
자동차, 오디오와 함께 거덜나기 딱 좋은 3대 악취미중 하나다
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이것은 틀린 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기에 다른 단어를 쓴다면 맞는 말이 될테지만 말이죠.
"사진"을 빼고 "카메라 장비"로 말입니다.
"사진" 그 자체는 비싸기만 한 취미로 간단히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사진에 욕심을 내면 낼수록 돈은 점점 더 많이 듭니다.
저는 이것을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당장 저 자신, 사진 관련 장비에 쏟아 부은 돈이 천만원 넘습니다.
단순히 사진 조금 잘나오게 하기 위해 천만원을 쓰다니!
그나마 돈 좀 적게 썼다는 저사람조차 천만원을 쓸정도니 악취미 맞네!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것은 극히 단편적인 생각이라는거죠.
그래서 이를 한번 논리적으로 증거를 들어가며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사진 잘찍는 법, 때깔 좋게 만드는 법이야 다른 분들이 많이 해주고 계시니
저는 다른분들 안하시는 이런거나 적어볼려구요 ㅎㅎ
위에 보시면 지난 10여년간,
DSLR 관련해서 제 장비를 지르고 내보낸 내역을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장비 구매에 1,305만원이라는 거액을 썼으며...
중간에 방출한 장비들로 회수한 금액을 감안하면
순수하게 나간돈만 무려 1,020만원이나 됩니다. 말 그대로 사진 장비에 천만원도 넘게 쏟아부은거죠.
와....이렇게 보니 사진은 돈 많이 드는 취미 맞네!! 라고 하셔도
할 말이 없을.....것 같으면 제가 이 포스팅 시작도 안했죠 ㅋ;
제가 10여년을 사진을 찍었으니 연간비용으로 계산하면 한해 102만원꼴인거고
일 비용으로 계산하면 보시다시피 하루 2천7백원꼴입니다.
하루 2천 7백원. 딱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값이네요.
이 비용으로 저는 10만장이 넘는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여자친구가 그동안 와이프가 되었고, 두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찍었으며
그 사이사이에 100일, 200일, 300일, 돌잔치, 성장동영상등을
모두 셀프로 제 카메라를 써서 제가 촬영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어지간한 수도권 스튜디오에 아이 성장 앨범 패키지 하나 하려면 100만원 우습게 듭니다.
둘이니 300만원 거뜬히 들죠.
그러나 셀프였기 때문에 이 돈 당연히 절약되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사진 찍고 온가족이 보며 즐겁게 웃고 떠들며 얻은 행복은 가격으로 환산조차 어렵습니다.
그래도 굳이 사진 한장당 단가를 계산해본다면....
10만장이라 치고 사진 한장 촬영하는데 102원, (계산의 편의를 위해 걍 100원이라 치겠습니다)
만약 제가 오늘 당장 가진 장비를 다 중고로 팔아버린다 가정하고 그 금액을 제하면
여태까지 찍은 사진 한장당 39원(역시 편의를 위해 40원이라 치죠)씩 낸겁니다.
그것도 똑딱이나 폰카 화질이 아닌, 아웃포커싱도 맘대로 시키며
당대 최고 레벨의 퀄리티로 언제 어디에 가져다 써도 괜찮고
심지어는 캐논 코리아가 사다가 광고사진을 쓸만한 사진을 찍는데 그랬단 소립니다.
또한 제가 10년 사진생활 했으니 10년으로 나눴기에 이런 값이 나온건데
만약 제가 이 장비 그대로 아이들 찍으며 사진생활을 10년 더한다면?
하루 장비 유지비는 1300원으로 떨어집니다.
사진을 연평균 만장씩 꾸준히 더 찍길 10년 더했다면 사진 장당 단가는 50원으로 하락합니다.
그리고 모르긴 해도 저 라는 인간, 실제로 그렇게 할 공산이 대단히 큽니다.(.........)
자,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죠.
공학적, 기능적으로 만들어진 카메라와 렌즈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장비를 사서 모으신다던가,
뛰어난 기능성과 화질 퀄리티, 한계스펙을 경험하는 것이 취미이신....
다시말해 "카메라"가 취미이신 분들은 별개로 놓고
말 그대로 "사진"이라는 취미가 정말로 비싼 취미인가 하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 증거가 바로 이와 같은 수치들이라는 거죠.
그리고 여기에 더해 수치화 할 수 없는 즐거움과 행복을 얻었으니
비싸기는 커녕 저렴하기 짝이 없는데다 오히려 삶에 득이 되기까지 하는 취미라고 봅니다.
특히 마음에 드는 몇몇 아이들 사진 몇장은 제 자뻑이긴 합니다만
한장에 수백만원을 줘도 아깝지 않은 사진들도 많습니다.
저희 큰애가 엄마배속에서 나와 처음으로 세상을 보며 일성 울음을 터뜨리는 사진?
이런거 누가 찍어주겠습니까.
방금 태어나 엄마 옆에서 잠든 둘째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첫째를 담은 사진?
다시는 찍을 수 없는 천금과도 같은 사진입니다.
제가 사진을 취미로 하고 모든 상황을 상정해
연습을 거듭하고 필요한 장비를 구매해 두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즐거움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취미, 이렇게 저렴한 취미, 이렇게 오래토록 할 수 있는 취미도 저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사진, 결코 비싸기만 한 취미는 아닙니다.
사진이라는 취미가 저렴하면서도 좋은 취미가 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진을 오래토록 하면서 많이 찍는것입니다. 아주 단순해요.
이것 하나만 충족시킴으로서 비록 비싼 카메라와 비싼 렌즈를 쓰면서도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취미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상은 참으로 길고 긴 자기합리화이자
비싸고 좋은 카메라와 렌즈 사고싶은데
부인에게 들이댈 논리가 없으신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