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상에 안계신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의 태그를 보니 2011년 7월 27일에 찍은 영상이네요. 돌아가시기 6개월쯤? 전에 찍은 동영상입니다.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항암치료를 받기 전의 모습입니다.
저의 유년기 사진 대부분에는 아버지가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그걸 자각했던 것도 어딘가에서 왜 어린 시절 당신의 사진엔 아버지가 없는지 생각해봤냐는그런 CF였나... 거기서 보고서야 자각했습니다.
정말로 제가 있는 사진에는 어머니와 제가 대부분이었고, 아버지가 안계셨지요.
제 어린 시절 모습의 사진은 앨범이 서너권이 나오는데, 아버지가 나온 사진은 다 모아봐야 반권이 될까말까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버지도 사람인데, 사랑하는 아들과 사진을 찍고 싶으셨을텐데.
트럭으로 날품팔이 일을 하셨던 아버지셨고, 돌아가시기 10여년 쯤 전에는 레미콘 운전을 하셨었습니다.
매일매일 땀에 절은 모습이었고, 언제나 땀냄새가 함께하는 아버지셨지요.
냄새난다며 가까이 오지 말라 하셨었지요.
가끔 제가 아주 일찍 일어나 다녀오세요 아버지 하고 인사를 하면, 늘 오늘은 아들 인사를 받으니 하루가 힘이 난다고 서투른 문자가 오곤 했었지요.
공부 잘하는 아들 다 필요없다. 그저 사람만 되면 되니라. 인두껍 썼다고 다 사람인 게 아니여.
의사 검사 판사 나부랭이 다 필요없어. 니는 그저 니 하고싶은 일 해라. 거 사람은 지 할 거 하고 살아야 사람 사는 맛이 나는기여.
이 애비 말 예사로 듣지 말고 귀담아 들어둬라 이눔아.
술도 안하시던 양반이 간혹 아주 간혹 소주 한잔 드시는 날엔 늘 저렇게 말씀하셨었지요.
아버지.
그렇게 키우신 아들이 지금은 하고싶은 일 하면서 가정도 꾸리며 그럭저럭 사람 구실 하며 삽니다.
며칠 뒤면 아버지 첫손녀도 태어날겁니다.
내 꼭 손주는 한번 안아보고 갈기라. 첫째는 딸이 좋은거여. 니가 아들놈이라 참 아쉽구마. 딸이 하나 더 있었으면 참말로 좋았을긴데.
하시던 아버지.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첫째 손주, 그것도 그렇게 원하시던 손녀인데.
며칠 있으면 태어날텐데...
아버지는 어딜 가셨습니까...
힘들어서 찾아가면 언제나 아들 니가 생각하는 대로 하면 다 되는기라고 용기를 돋워주셨던 나의 아버지.
아버지...
어디 가셨습니까 아버지...
이렇게 영상 속에서나마 뵐 수 있어서, 잠깐동안은 참 좋았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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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4/03/09 01:19:46 1.177.***.68 팅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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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994[10] 2014/03/09 01:29:26 223.62.***.110 peBpapr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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