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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영화처럼 짜잔 하고 극적으로 무섭고 재밌게 쓰고 싶은데 너무 일상 썰 푸는 느낌이라..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암튼 공포영화처럼 이번엔 할머니 이야기랑 제가 죽을뻔하다 돌아온 이야기를 써 볼게요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놀이터가 있고 벤치가 있고 바로앞에 3차선 도로가 있는 평범한 공원인데
어느날 내가 그 공원을 지나가다가 죽었다.
우리 학교 교실 책상위에 국화꽃이 놓여져 있고 아이들이 내 자리를 빙 둘러싸고 울고 있는 걸 주마등으로 봤음.
내가 죽었던 같은 시각, 나는 그 공원에서 견딜 수 없이 오른쪽 다리가 아파서 다리를 질질 끌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시도를 하고 있었음. 근데 너무 아파서 혼자 걸을 수가 없는거야. 당시엔 핸드폰도 없었고, 엄마에게 전화하려면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수밖에 없어서 열심히 걸어가려 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엉엉 울다가 공중전화박스가 하나 있는 걸 발견했다.
사실 공중전화박스라고 하기엔 좀 미묘했던것이 낡고 썩어가는 나무트럭 위에 공중전화가 놓여져 있었고 여러모로 기괴했지만
일단 급한 상황이니 안 움직여지는 몸을 질질 끌고 거기를 기어 올라가서 수화기를 듬.
그리고 갑자기 배경이 확 바뀌더니 기차가 엄청 화려하고 예쁜 꽃밭 위를 달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던 기차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기차는 달려서 모퉁이만 돌면 도착인 것 같았음. 옛날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안내양 언니가 "곧 도착입니다~!"하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아팠던 다리가 갑자기 멀쩡해지고, 학교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도 몸이 가볍고 기분이 날아갈것처럼 신이 남.
"여기 어디에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에요?" 하고 물어보려던 순간 깨달았다. 이 기차 안에서는 내가 제일 어리고, 같이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였다는 것을. 한 할머니가 나를 보고 "네가 어디라고 여길 와!!!!"하고 화를 내고, 이때까지 싱글벙글 상냥한 얼굴이었던 안내양 언니도 날 보고 얼굴이 사색이 됨. 순간 평화롭던 기차 안이 웅성거리고, "여길 왜..와?"하는 웅성거림이 가득했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기분이 좋았던 나는 "..왜요??"하고 물었고, 그 순간 할머니가 내 등을 퍽 밀어서 기차에서 떨어트렸다.
나는 꽃밭에 멍하니 앉아서 기차가 떠나는 걸 지켜보았고..기차는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나는 발이 심하게 삐었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다리가 아파서 잘 뛰지 못해.
나았다 안 나았다 하고 있지만 병원에 가도 이유를 못 찾고, 몇번 더 삐어서 깁스도 하고 각종 검사도 하고 침도 맞았지만 낫는건 그때뿐.
지금도 다리가 저려서 하루종일 집에 앉아있었다. 문제는 다친 데가 원래는 발목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타고 올라와. 종아리, 무릎까지.
요즘엔 휠체어 타는 꿈을 그렇게 꾼다. 아까전에도 전동휠체어 타는 꿈 꾸다가 깨서 생각난김에 쓰고있음.
이걸 신병내린다고 하고 조만간 다리를 아예 못 쓸 거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일단 아직까진 잘 쓰고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생기면 또 소식을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편은 엄마 앞에서 귀신한테 홀린 내용인데 일단 좀 쉬고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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