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를 써놓고 본인이 성폭력을 해? 하! 역시 과거에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좋은 작품을 썼다고 늙어서까지 같다는 법은 없군요ㅠㅠ 사실 고은은 5.17 쿠데타 때 부당하게 잡혀들어간 사람 중 하나죠. 만인보도 그때 감옥에서 처음 구상했다고 하고, 그래서 5.18에 대한 시가 만인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죠. 자그마치 367편!!(직접 세어봤음;;) 아마 오월시를 가장 많이 쓴 시인 아닐까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다시 5월 19일>
그날 오후 금남로뿐이 아니라 금남로 골목뿐이 아니라 시가지 어디 다리 밑이나 다리 위나 그 어디 대학생들 여대생들 고교생들 중학생들 두들겨 맞아 꽁꽁 묶여 두 팔 뒤로 묶여 끌려가 엎어져 있다 엎어져 있다가 군용트럭에 시청 청소차에 한뭇 한뭇으로 한 다발 한 다발로 쓰레기더미로 어디론가 실려 갔다
대인시장 장사꾼들 그 아낙들 그 아범들이 일어섰다
저 죽일 놈들 벌건 대낮 저 개만도 못한 놈들 저 짐승만도 못한 놈들 내 자식 끌려가는데 네 자식 죽어 가는데 어디 뒷짐만 지고 있느냐 어디 한숨만 쉬고 있느냐 어디 땅바닥만 치고 있느냐 울고만 있느냐
이윽고 일어섰다 일어서서 달려가 각목으로 몽둥이로 돌멩이 던지며 대들었다 집 밖에서 뒷골목에서 가게 앞에서 공수와 맞서 돌멩이를 던졌다 달아났다가 숨었다가 다시 달려들었다 흩어졌다가 다시 뭉쳤다 아낙들은 돌을 날랐다 남정네는 돌을 던졌다 불 질렀다 공수의 차가 불탔다
이 개 같은 놈들 이 개만도 못한 놈들 이 살인마들 이 전두환 졸개들 이 천인공노할 흡혈귀들
이런 천박한 분노의 말들이 얼마나 거룩하냐
산수동 구멍가게 주인 앉은뱅이 아낙 나씨도 벌떡 일어섰다 ]
[<대폭발>
더이상 숨어 있을 수 없다 더이상 벌벌 떨며 낮이 밤일 수 없다 총 맞아 죽는 진압봉 맞아 죽는 피범벅 쓰러지는 피범벅 끌려가는 그 잔인무도의 거리에서 더이상 나 혼자 비명만 담고 주저앉을 수 없다 다 죽어간다 다 잡혀 쓰레깃더미로 실려간다 더이상 몰래 바라볼 수 없다 돌아설 수 없다
트럭 고속버스 시내버스 스리쿼터 지프 덤프트럭들 떼거지로 잇대어 죽음의 사슬 죽음의 벽 뚫고 한바퀴 한바퀴 나아갔다
최루탄 우박이 쏟아졌다 숨막히는 최루탄 가스가 깔렸다 최루탄 안개 속 아수라판 거기에 공수의 몽둥이 공수의 총검에 수숫대로 삼대로 쓰러졌다 풀섶으로 뒤엄으로 밀렸다 다시 밀어붙였다
그 에미애비 없는 공포의 공수가 밀려갔다 드디어 전남도청이 시민의 차지였다 그것은 맨주먹의 대폭발이었다 그것은 맨몸뚱이의 대승리였다
자 이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대명시장 아줌마 김밥 광주리 이고 오다가 가톨릭쎈터 앞에서 엎어졌다 김밥 흩어졌다 다시 담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거짓말>
KBS가 MBC가 처음으로 광주사태를 방송했다 5월 22일 오후 일곱시 계엄사 발표를 방송했다 그 학살과 고문 그 만행을 극비에 부치다가 처음으로 방송했다
민간인 1명 사망 군경 5명 사망 군경 30명 부상
이 어이없는 거짓이 처음으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거짓은 계속되었다 서울을 이탈한 소요주동 학생들 깡패들이 대거 광주로 내려가 유언비어 날조 선동으로 광주 소요사태가 일어났다고
이 터무니없는 날조 선동이 처음으로 방송되었다 계엄사 합동수사본부는 또 하나 거짓을 방송했다 김대중이 조직적 배후자라는 수사 중간발표를 했다
청천백일의 거짓이었다
광주는 이 방송으로 분노했다 이 학살만행과 이 거짓에 분노하여 봉기했다
전남대 교수 송기숙 술잔 꼭 쥐었다 술잔 깨져 손바닥 피범벅]
[<학살풍경화>
매어놓은 중송아지야 너한테 물어보자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인가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이 아닌가 똥개야 누렁이야 너한테 물어보자 인간이란 무슨 놈의 짐승이냐 광주의 어제도 광주의 오늘도 광주의 죽음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말살하는 죽음의 시간이었다 한밤중 기러기야 너한테 물어보자 인간이란 무슨 짐승의 쓰레기더냐
붙잡힌 것들 이미 피범벅 뒤집어쓴 것들 트럭에 끌어올리면 트럭 안에서 다시 한 번 개머리판으로 짓이겨져 뻗어버린 것들 인간이란 이런 것이냐
금남로 YMCA 앞 양서조합 광주지역 독서방 앞에서 붙잡힌 것들 죽어가고 있는 것들 다친 자 피 흘리는 자 실어 나르던 택시기사도 붙잡혀 곤봉 한방에 즉사해버렸다
길가 자갈 너한테 물어보자 인간이란 무엇이냐
인간의 몸은 몸이 아니라 보릿자루였다 쌀자루였다 소금자루였다 대검으로 푹 찔러버렸다
광주 시외버스터미널 총소리가 시작되었다 tv는 마구 미스코리아 엉덩이 일렁여대고 스무살 가수 간드러져 노래하는데 월산동에서 임신부가 배 찔려 죽었다 뱃속의 태아 죽었다 광주역전 여학생들 발가벗겨 젖가슴을 뭉텅 도려냈다 칠십 노인 진압봉 한방으로 어이쿠 소리 모르고 죽여버렸다
이제 인간은 없다 죽이는 인간 죽어가는 인간 그 어디에도 인간은 없다
인간이란 무엇이냐 저 무식한 하늘에 묻지 않겠다 저 무지막지한 전두환한테 묻지 않겠다 더 이상 누구에게 묻지 않겠다]
[<김경철>
여섯살 때 뒷산 너럭바위 위 비탈바위 위 거기 올라갔다가 무서워 진땀난 손 놓자 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죽지 않은 다행 산 불행이었다
3개월간 통원치료 아이도 어머니도 금세 지쳐버렸다
어머니가 주사 놓는 법 배워 집에서 치료하였다 그런데 하루에 한 번 반 병씩 놓을 것을 어서어서 낫게 하려고 하루에 두 번 한 병을 다 놓아버렸다 낫기는커녕 더 도져 뇌막염이 되어 청각마저 잃었다 말도 잃어버렸다 가까스로 입언저리 엄마 엄마만 남았다 그렇게 온귀머거리로 온벙어리로 자랐다
듣지 못하는 세상 말하지 못하는 세상 어느새 스무살을 넘었다
하필 그날 골목 샅샅이 뒤지는 공수부대에 잡혀 이 새끼 이 빨갱이새끼 라는 욕도 듣지 못하자
이 벙어리새끼 이 귀머거리새끼 하고 마구 때리고 밟았다 뒤통수 깨지고 눈두덩 터지고 어깨 바스러지고 엉덩이 허벅지 발가락마저 으깨어졌다
5월 18일 금남로 골목 식당에서 밥 다 못 먹고 나오다가 첫번째로 맞아죽은 사람
그 김경철]
아, 정말...만인보 읽으면서 오월시들 보며 정말 얼마나 울었는데ㅠㅠㅠ 내 감동을 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