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후 충격을 받은 사람이 있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그분은 내 멘탈을 흔들어놨다. 인터폰을 누른 후 저쪽에서 ‘누구세요’라고 물으면 질문해야지 하고 계산을 했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그분이 걸어나왔다. 그래서 깜짝 놀라서 ‘맞으시죠?’ 하니까 ‘이러지 맙시다’ 하고는 들어갔다. 계산에 없던 상황이라 당황해서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주저 앉아서 ‘나 이 프로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동네와 집들이 너무 예뻤다. 산타클로스가 굴뚝으로 들어갈 것 같은 동네 분위기였는데 그분은 나쁜 사람이라는 게 혼란을 준 것 같다. 권성동 의원에게 “몇명 꽂으셨어요” 할 때는 차가운 시선을 받는데 온몸의 세포가 다 깨어나는 경험을 했다
-함께 방송을 하면서 가까이 본 김어준 총수는 어떤가. 회차가 거듭되면서 가끔씩 얄미울 때가 있다. 너무 전쟁터에 나를 혼자 보내니까. 그런데 미워할 수가 없는 게 그분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바꾸는데 공을 세운 사람이다. 인간으로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진행자로서는 워낙 대본대로 안하기 때문에 내가 애드립 능력을 키우고 있다. 또 리액션을 잘해준다. 그 리액션에 용기를 얻는다.
-보통 멘탈로는 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힘들텐데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을까. 고민을 했다. 내가 이걸 계속 해야 하나. 한다면 왜 해야 하나. 나는 ‘정알못’이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이란 것은 없다. 다만 코미디언으로서 의미를 찾았다. 과거 코미디를 할 때 이건 안되고 저건 되고 그런 지시들이 있었다. 그런 상황을 바꾸려고 안하고 순응했다. 그런데 지금은 시민들의 촛불로 세상이 바뀌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내게 힘센 사람도 풍자할 수 있는 코미디 판을 깔아준 것이나 다름없다. 무서워서 그만두는 것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코미디야’ 하면서 두려움을 떨친다. 나는 인터뷰를 통해 블랙코미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또다른 코미디 무대다. 요즘은 정치인들이 코미디언 보다 웃기니까 정석대로 하면 그분들을 못이긴다.
-앞으로 꼭 만나보고 싶은 인터뷰이가 있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절대 만나고 싶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통령보다 더 힘이 센 사람 같다. 여전히 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 사람, 정권이 바뀌어도 아무도 건드릴 수없는 사람. 김어준씨도 녹화 때 나에게 ‘이재용 부회장 만나러 가라’고 했지만 녹화 후에는 ‘그런데 절대 못만날거야’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