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는 어떻게 좀 해보라며 재촉을 하는데.. 한밤중에 바닷가에 들어가는게 쉽지가 않잖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평일이라는 특성상 관광객들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라는거지.
할수없이 외삼촌은 외숙모한테 아까 그 횟집에 가서 사람들을 좀 불러오라고 하고 모래사장쪽으로 내달렸다고해..
달려가면서 조금만 참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바닷가로 뛰어들었는데.. 의외로 깊지 않은곳에서 그 사람이 발버둥을 치고 있더래..
외삼촌의 어깨까지 오는 높이에서 발버둥치는 사람의 목을 뒤에서 걸고 빠져나오는데..
그 사람이 꿈쩍도 안하더라는거야..
우리외삼촌이 키도 크고 풍채도 좋아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조폭인줄 알고 말도 잘 안거는 그런 스타일인데.. 외삼촌보다 작아보이는 그 사람이 더군다나 물에 빠져서 기운도 빠졌을텐데 전혀 꿈쩍도 안하고 그 자리에서 계속 발버둥만 치더라는거야..
발버둥치는 그사람때문에 주변에 물보라가 일어서 외삼촌 눈에 바닷물이 들어가고 난리도 아닌 상황이였는데 아무리 힘을 주고 용을 써봐도 꿈쩍도 안하니까 외삼촌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였대..
나중엔 입에서 욕까지 나오면서 가만히 좀 있으라고 하는데도 계속 발버둥만 치고 앞으로 전혀 나갈수가 없더라는거야..
그렇게 한참을 실갱이를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기절을 시키고 데리고 나가자라는 생각이 든 외삼촌이 뒷목을 내리치려고 하는 그때..
이상한점이 눈에 띄더라는거야..
외삼촌은 키가 크니까 어깨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그사람은 외삼촌보다 체구가 작아서 목 아래부분까지 찰랑찰랑 물이 차올라있었다나봐..
근데 당연히 그렇게 빠지면 발까지 저어가며 어떻게든 나오려고 애를 써야 되는데..
외삼촌이 잡고 있는 상체부분은 나오려고 허우적 거리는데..
하체부분은 전혀 미동도 안하고 있더라는거야..
상체가 그렇게 허우적 거리면 그 여파로 다리부분도 조금은 움직여야 하는데..
일부러 안움직이는건지 아님 그 자리에 못박힌건지 하여튼 조금도 움직이지 않더라는거지..
깜짝 놀란 외삼촌이 그 사람을 뿌리치려고 하는데.. 그렇게 허우적거리던 사람이 외삼촌쪽으로 눈깜짝할사이에 뒤돌아서 오히려 외삼촌의 목부분을 팔로 감싸더라는거야..
그때서야 외삼촌은 그 사람의 얼굴을 볼수 있었는데 얼굴은 물속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시퍼렇게 변해있었고.. 우리가 주위에서 흔하게 보는 그런 인상이였다고해..
근데 그 작은 체구에서 손아귀힘이 얼마나 센지.. 외삼촌이 목에 둘러져있는 그사람의 팔을 풀려고 애를 쓰는데.. 풀어질 생각을 안하더라는거야...
그리고 외삼촌을 내리 눌르기 시작하는데.. 진짜 그건 사람의 힘이 아니였대..
내려가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버티던 외삼촌이 결국 그 힘에 못 이겨 바닷물속으로 가라앉았는데.. 외삼촌은 그때 보고야 만거야..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그 남자의 하체 부분이 칼로 잘라내기라도 한것처럼 감쪽같이 없었다는거야..
그러니까 상체의 반만 내밀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던거지..
외삼촌은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대.. 위에서 내려누르는 힘이 너무도 강해서..
도저히 밖으로 나올 엄두도 안났고.. 딱 그대로 죽는구나라는 생각만 들고..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더라는거지..
그렇게 반항하던 힘을 빼고 외삼촌이 축 늘어지려는 그때에 갑자기 외삼촌이 몸이 둥실하고 뜨더니 물밖으로 나오게 된거야..
그리고 누군가가 외삼촌의 양뺨을 불이 나도록 세게 쳤는데 실신할것 같은 그 와중에도 너무 아파서 정신이 확 들더라는거야..
그렇게 눈을 떠서 보니까 아까 봤던 횟집 주인 아저씨가 외삼촌을 마구 흔들고 있었고 외숙모는 거기까지 들어오지는 못하고 조금 멀리 떨어져서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있더라는거야..
그리고 횟집 사장이 외삼촌을 업다시피 해서 모래사장으로 겨우겨우 끌고 나왔는데.. 그때까지 울고 있는 외숙모가.. 도대체 뭐하는짓이냐고 울면서 소리를 지르더래..
머리를 몇번 흔들고 정신을 차린 외삼촌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외숙모를 보니까..
저기좀 보라며 왜 저걸 붙잡고 그러고 있냐고 하더래..
외삼촌의 시선이 자연스레 외숙모가 가르킨 곳을 쳐다보니까.. 왠 통나무 하나가 바닷물에 둥둥 떠 있더라는거야..
그 통나무 가지끝에 흰색 천같은게 매달려 있었는데.. 횟집 사람들을 부르러간 외숙모가 달려와서 보니 외삼촌이 그걸 붙잡고 씨름을 하다가 바닷물 밑으로 가라앉고 있더라는거야..
그리고 놀란 횟집 사장이 바다로 뛰어들어서 외삼촌을 구해낸거고.. 분명 외삼촌은 사람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똑똑히 봤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였던거지..
외삼촌을 구해준 횟집 사장은 투덜거리면서.. 바닷물의 한지점을 너무 오랫동안 보고 있지 말라고..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에겐 금기같은거라고.. 툴툴거리며 그 소리를 하고 사라지셨대..
한참동안을 모래사장에서 멍하게 있던 외삼촌은.. 울고 있는 외숙모를 달래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대..
물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더이상 그 바닷가에 한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고해..
그렇게 기이한 경험을 하고.. 외숙모가 외삼촌을 부축해서 짐을 풀었던 숙소로 들어가는데..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외숙모가 운전하는 외삼촌의 어깨에 손을 올렸는데 외삼촌이 기겁하게 놀라면서 소리를 지르더라는거야.. 그 소리에 더 놀란 외숙모가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외삼촌은 그제서야 속도를 줄이면서 차를 갓길에 세우더래..
그리고서 들려준 이야기가..
피곤함에 곯아떨어진 외숙모와는 달리 외삼촌은 악몽을 꾸면서 잠을 설치고 있었는데..
정면으로 누워자던 외삼촌 얼굴에 차가운 뭔가가 똑.. 하고 떨어지더래..
그 소름끼치는 차가운 느낌에 외삼촌이 눈을 떴더니.. 바로 자기 눈 앞에 아까 봤던 그 남자 얼굴이 둥실하고 떠 있더라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