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지병이 있다거나 시한부 인생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감기도 피해갈 정도로 건강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아주 몸이 약한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평범해요.
주위에서 누가 죽었다거나
키우던 애완동물이 죽었다거나 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얼마 전부터 뜬금없이 죽는 게 너무 무서워요.
예전부터 가끔 죽는 게 무섭다는 생각은 했어요..
딱히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환생도 사후세계도 믿지 않아서
죽는 게 무서웠어요. 저한테는 세상의 끝이나 마찬가진데,
그 끝이라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정말 그냥 아무것도 없는 거니까,
그걸 상상만 해도 갑갑하고 속이 아파서 미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예전엔 그냥 가끔 한두 번씩만 생각나고
다음날만 되면 잊어버리고 일상생활엔 아무 지장이 없었는데,
요새는 계속 밤에 자려고 누울 때마다 생각이 나요....ㅎㅎ;
일주일 넘게 지속된 것 같은데, 이젠 예전에 자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잠을 아예 못자는 건 아니고.. 어쨌든 잠을 자긴 자는데..
잠에 들기까지가 너무 힘들어요.
계속 죽음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도 막 느껴지고, 속은 갑갑하고 쓰리고..
그 와중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명이 줄텐데, 하는 쓸데없는 걱정 하면서 더 스트레스 받고..
그리고 오늘은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 걱정이 되더라고요.
오늘도 자기 전에 그 생각이 들면 어쩌나,
그리고 그 순간부터 계속 죽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네요...진짜 미칠 것 같아요;
심지어 밖에 있을 때도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
의식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해도, 자꾸 그 갑갑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정말 상담을 받아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아님 무슨 사이비종교라도 좋으니 날 좀 세뇌해 줬으면 좋겠어요.. 사후세계도 있고 영혼도 있으니까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죽음이 새로운 시작이니까 그냥 안심하고 살라고..
괜찮아, 사후세계는 있을거야, 하고 스스로 생각해 보려다가도
내가 죽는게 무서워서 그냥 꾸며내는 거잖아, 믿고 싶어서 믿는 거잖아, 하는 생각이 들어서 완전히 믿을 수가 없고....
어차피 다 죽는 건데 내가 아무리 두려워해봐야 나만 힘들고 소용없다, 하면서 그만 생각하려고 해도
그게 안돼요;
그 소용없다는 부분만 자꾸 머릿속에 맴돌고, 오히려 더 무섭고 갑갑해져요.
무슨 기억을 지우는 약이라도 있으면 죽음에 대한 모든 생각을 싸그리 지워버리고 싶어요..
갑자기 뜬금없이 왜 이러는 건지;; 정말 모르겠네요..
어젯밤엔 심지어 설마 죽을 때가 되어서 이런 생각이 드나, 하고 문득 생각했다가
또 스스로 무서워져서 거의 패닉에 빠졌었네요.
이 생각에서 좀 벗어나려고 자기 전에 책도 읽어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했는데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어요..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서 수면제라도 먹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아 그냥 미치겠네요. 무슨 조건반사마냥 밤에 침대에 누우면 무조건 생각이 나요. 무서워요.
예전엔 책에서 누가 죽든 뉴스에서 누가 죽든 상관하지 않고, 그 죽음이랑 내 현실을 분리해서 볼 수 있었는데,
이젠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만 나와도 곧장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이어져요;
정말 몸이 쿵쿵 울리면서 눈앞이 하얘지면서 무섭다, 허무하다, 다 끝이다, 죽고싶지 않다 이런 생각만 드는데.. 상담을 받아봐야 할까요....
좀 바빠서 피곤해지면 잡생각을 못해서 덜할까 싶기도 하고..
하 정말 미치겠네요.... 그냥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을 수만 있으면 훨씬 편해질텐데..
유명한 무신론자들한테 당신들은 어떻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냐고 메일이라도 보내고 싶어요.. 좋은 방법 있으면 좀 공유하자고..ㅠ
대자연의 섭리 모두가 죽는다 이런거 말고요.. 모두가 죽는거 나도 알아요, 아는데.. 하 이젠 무슨 말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예전처럼 그냥 잠깐 무섭고 말겠지 싶어서 가만 있었는데..
상담을 신청하든 무슨 교회나 성당에 나가든 어떻게 해야겠어요. 정말 못견디겠네요.
차라리 그냥 미쳐버렸으면 좋겠어요. 이젠 농담으로라도 죽고싶다는 말은 도저히 못하겠어요.
막 죽고싶다는 사람들 보면 그 남은 수명을 전부 다 내가 가져갔으면 좋겠고..
침대에서 꼼짝도 못하고 살든 어쩌든 그냥 죽기 싫어요....근데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미치겠네요 정말..
뭔가에 이정도로 공포를 느낀게 처음이라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