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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기획사 출신 박유리 씨는 우리 회사가 만든 AI연예인이다. 이 한마디에 사람들은 발칵 뒤집혔다. 박유리 씨의 팬클럽은 00 기획사의 사실을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00 기획사에게 모든 비난을 집중했다. 어떻게 팬심을 가지고 사기를 치냐, 이러한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박유리 팬클럽은 일제히 성명을 냈다.
[나는 박유리라는 사람을 좋아했지, 기계를 좋아하지 않았다.]
또한 소속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한다고 발표까지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00기획사가 유리씨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느니, 유리씨가 실존인물이라든가 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었다.
00 기획사는 입장을 발표했다.
‘우리는 유명 연예인 한 명도 없이 운영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노래도 연기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빨리 말하려고 했으나 현실을 외면하기 힘들었다. 오늘 회사는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박유리 연예인에 대한 모든 기록들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어제만 해도 연기를 하고 노래를 하던 연예인이 사라진다. 아니 삭제된다. 이것은 사람들에 많은 반향을 불러왔다. 박유리 팬클럽은 회사에 방문했다. 우리의 팬심이 회사에는 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냐고 항의했다. 어떤 사람은 자리에서 실신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팬클럽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가 가전제품에 슬픔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기계에 불과하다. 박유리라는 사람을 좋아했다던 팬클럽의 발표는 거짓이었는가? 기계에 불과한 그것들을 존중해야 할 이유는 없다. 기업이 사과하고 그에 대하여 후속 조치를 하면 끝나는 일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유리 씨의 존재를 사겠다는 곳도 나타났다. 우리는 박유리 씨가 보여준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 모습은 많은 대중의 마음속에는 살아있다는 것이다. 기계에 불과하다는 박유리 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남겼다. 기계라는 이유로 그들의 존재했다는 것 자체를 잊는 것이 또한 올바른 것인가? 우리는 00 기획사에 묻고 싶다
한때는 그들 모두 박유리 씨를 좋아했다. 아니 응원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아니 누군가의 꿈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었다. 단지 AI라는 하나의 물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새로운 정의 앞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무너져갔다. 인간의 정의 충족되지 못한 그것은 이제는 응원이 아닌 갈등의 대상이 되었다.
00 기획사 발표 후 한 주가 지났다. 점차 사람들의 의견은 폐기 쪽으로 모아 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인간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인간은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공포에 사무쳐있었다. 하지만 서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내 눈앞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00 기획사는 박유리에 대한 모든 데이터의 말소를 시작했다. 소속사 사장이 연구실로 내려왔다. 그 안에는 박유리 씨의 모습이 있었다. 박유리 씨는 인공지능이었지만 실재하고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안내견을 두고 있는 소녀가 먼저 말했다.
“나는 두 발로 걸어 다니고 싶었으며, 세상을 두 눈으로 보고 싶었던, 평범한 삶을 누려보고 싶었어요. 그 꿈은 이뤄주신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아니에요 저희도 하고싶은 일이었는데요... 유리씨가 원하시는대로 오늘 정식으로 폐기가 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늦지 않았어요. 다시 한번 대중들에게 말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사장이 말했다.
유리는 웃으며 답했다.
'저의 진짜 모습을 본다면 사람들은 어떨까요? 저와 AI가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해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정과 연민의 눈빛으로 저를 보겠죠. 저는 그런 관심을 이제는 받기 싫어요. 평범하게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유리가 연구실을 나가기 전에 사장님께 말했다.
’저는 사람이에요. 저기 있는 유리도 저예요. 하지만 사람들은 저것에 불과할 뿐이겠죠. 제가 진실을 말한다면 달라질까요? 그들에게서 저는 이미 인공지능이었어요. 똑같지만 다른 존재들. 그들과는 같이 할 수 없는..‘
유리는 말끝을 흐리면서 연구실 방문을 나갔다. 사장도 한참을 생각하다가 뒤이어 나갔다.
[모든 데이터가 삭제되었습니다.]
화면에 글자만이 남은 공간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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