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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2252
    작성자 : 양냥냥
    추천 : 10
    조회수 : 1678
    IP : 112.187.***.224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21/04/19 01:38:41
    http://todayhumor.com/?panic_102252 모바일
    [공포단편]아마 나는 죽을 것이다.
    옵션
    • 창작글

    아마 나는 죽을 것이다. 내가 행한 행위에 대한 반성을 위해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있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이 글을 남긴다. 

     


    나는 한적한 시골에서 태어났고 딱히 잘난 것 하나 없는 삶이었다. 어렸을 때는 그저 귀엽다는 이유로 사랑을 받았고


    친구들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놀고 뒹구르며 나름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마 그 때가 내 삶에 있어 가장 행복했을 때였을 것이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었을 때는 그저그런 한량이나 다름 없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났다. 


    고향에 남아있는 친구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친했던 우리였는데... 이제는 서로 마주치면 간단한

    인사만 나누는 사이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들에게 갖고 있는 감정은 우정 보단 열등감이 더 컸으니까...


    나이를 먹은 그들은 하나 둘 제짝을 찾고 제법 그럴듯한 터전을 갖게 됐다. 조금 빠른 친구는 벌써 아이가 있는 친구도 있었다. 


    오직 나만이 혼자이며 그저 내 몸 하나 뉘일 2평 정도 되는 공간을 갖고 있을 뿐이다. 


    처음 친구하나가 제짝을 찾았을 때에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해줬다. 그 친구는 나도 금방 제짝을 찾을거라 했다.


    그 다음 친구도 제짝을 찾았을 때에도 난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 친구도 감사를 표하며 나에게 금방 제짝을 찾을거라 했다.


    그렇게 하나 둘 제짝을 찾아갈 때 난 혼자였다... 나의 축하는 점점 진심을 잃어갔다.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은 항상 얘기했다. 내가 덩치도 가장 크고 이쁘고 귀여우니 크면 어여쁜 제짝을 제일 먼저 찾을거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난 친구들보다 훨씬 나은, 마음의 그릇도 큰 존재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한 둘 정도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해줄 수 있었다.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이제서야 돌이켜보면 내가 제일 못난 존재였던 것 같다. 아마 그 때의 나도 그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걸 인정하기 싫었기에 애써 외면했었던 것 같다. 그저 주변의 탓으로 돌리며..


    남은 친구들이 제짝을 찾아갈 때 내 축하인사는 기쁘다는 진심을 점점 잃어가며 속이 텅빈 공갈빵 처럼 변해갔다.


    그 공갈빵이 계속 비어있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까? 다른 감정이 그 속을 채워갔다. 부러움, 분노, 외로움, 슬픔, 배신감...


    나의 더러운 감정이 담긴 그 인사를 받은 친구들도 아마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내 생각보다 배포가 더 컸다.


    오히려 그들의 감사인사와 위로의 말에는 동정심이란 감정이 깃들어 있었으니까.


    그때의 나는 그런 동정심이 조금은 고맙기도 했지만 역겨운 위선일 뿐이라는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나는 그들과 멀어졌고 나를 홀로 고립시켰다.


    그런 생활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나는 드디어 내 인생을 평생 같이 하고 싶은 그녀를 만나게 됐다.


    그녀를 처음 보게 된 날은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평소처럼 내 공간으로 가던 길에 처음 보는 그녀가 내 앞을 지나갔다.


    그녀의 눈을 본 순간 내 사고는 정지됐고, 이 세상의 시간은 멈췄다.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난 움직일 수 없었다.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이 실제로 있을 줄이야! 


    그녀의 걸음걸이는 도도했고, 그녀의 몸매는 신이 내린 걸작이었으며, 그녀의 눈은 그 무엇보다도 밝게 빛났다. 


    그녀가 지나갈 때 까지 난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쉬웠다. 왜 나는 멍청하게 보고만 있었을까 그녀에게 말이라도 걸어봤어야 하는건데... 이 병신 같은.......


    나를 자책하며 내 공간으로 돌아와 몸을 뉘었다. 쉬이 잠이 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계속 그녀가 아른거렸고, 

     

    그녀와 함께 할 날을 상상하게 됐다.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떻게 말을 걸까 정말 아름다운 그녀니까 마음도 상냥하겠지 그렇게 수많은 생각을 하며 밤을 지샜다. 


    그 날 부터였다. 그녀를 처음 만난 그 자리에서 다시 그녀를 만나길 고대하며 그 자리를 지킨 것은 그 날 부터였다.


    나는 식사를 하는 것도 잊은 채 세상이 밝아지면 하염없이 그녀와 마주친 자리에 앉아 그녀가 다시 지나가기만을 기다렸고 


    세상이 어두워지면 집에 가 잠을 이루는 일을 반복했다. 지루하지 않았다. 정말 행복했다. 다시 만날 그녀를 생각하고 상상하는 그 설렘...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은 하염없이 길어졌지만 그에 비례해 나의 행복도 점점 커져갔다.


    드디어... 얼마나 그녀를 기다린 것일까 드디어 그녀를 만났다. 다시 만나게 된 그녀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유독 그녀의 주변만 밝게 빛나는 거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멍하니 그녀만 보다 이내 바보같은 내 자신을 자책하며 정신을 차렸다. 


    그 동안 수십수백수천번을 상상하며 준비했던 말을 그녀에게 꺼낼 순간이었다.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그녀에게 들릴까 걱정됐지만 난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마 그녀는 상냥하게 대해주겠지? 어쩌면 용기를 낸 나에게 반할지도 몰라 같은 생각을 하며 


    말을 건냈다. 내가 말을 건냈을 때 그녀의 눈은 놀랐고 이내 웃었다. 


    나는 절망했다. 


    그녀의 눈은 웃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건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에 담긴 건 경멸 비아냥 아니꼬움 이었다. 내가 상상해왔던 첫 만남의 그녀는 이렇지 않았다.


    내 상상속의 그녀는 나에게 상냥하게 대답을 해줬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의 그녀는 그런 웃음을 띄우고 날 무시한 채 지나쳤다.


    난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 내가 말을 잘 못 꺼냈나? 발음이 씹혔나? 아냐 그녀가 날 경멸할리 없어 상냥한 그녀잖아?


    내가 뭔가 실수를 한게 분명해... 그렇다. 잘못한 건 나다. 내가 뭔가를 잘못했기에 그녀가 날 무시하고 지나친 것이다.


    수많은 자책을 하며 난 내 공간에 와 다시 몸을 뉘었다. 


    괜찮아 그녀를 다시 만나면 먼저 사과부터 하고 다시 내 진심을 건내자. 괜찮아... 


    나는 나를 다독이며 또다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시 세상이 밝아왔다. 난 다시 그녀를 처음 만난 곳으로 갔다. 상상속의 그년 내 사과를 받아줬고 우리의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다.


    괜찮아 이번엔 성공할거야. 괜찮아... 


    얼마나 기다렸을까? 세번째 다시 그녀를 보게 되기 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사과를 건내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을 때 나는 보았다. 


    그녀의 옆에 있던 그 새끼를... 나보다 나을 거라곤 덩치밖에 없는 그 새끼가 나의 그녀와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녀에게 말을 건낸 날 처럼 그녀의 눈은 웃고 있었다. 


    나는 절망했다.


    그녀의 눈에 담긴건 행복함이었다. 나에게 보낸 경멸 따위가 아니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눈이었다. 


    아니야 내가 실수를 했고 그걸 사과하기만 하면 그녀는 나에게 올거야. 상상속의 그녀는 나를 받아줬잖아? 괜찮아.. 


    다시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그 때 그녀의 말이 들려왔다.

     

    웬 병신같은 게 여기서 자기에게 말을 걸었다며 역겨워 죽는 줄 알았다며 몸서리 쳐졌다며 다시는 꿈에도 보기 싫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내 세상이 무너져간다. 아니다 그녀가 그렇게 얘기할리 없다. 상상속의 그녀는 자애로웠고 따뜻했다. 그럴 리 없다. 


    그렇다 저 새끼가 그녀를 억압하고 있다. 그녀의 눈에 담긴 행복은 내가 잘 못 본 것이다. 

     

    저 새끼 때문에 나의 그녀가 그런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그녀를 저 새끼한테서 구해야한다. 상상속의 그녀가 나에게 구해달라 애원하고 있다. 


    내가 저 새끼에게서 그녀를 구원해야 한다. 나의 그녀를 구해야 한다.


    나는 조용히 둘의 뒤를 밟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 둘이 사는 곳이 있었다. 저기다. 저기가 그녀가 억압받고 있는 곳이야!


    그녀를 구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직 세상은 밝았다. 저 새끼는 나보다 덩치가 크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잠들었을 때 저 새끼를 죽이고


    나의 그녀를 구한다. 나는 다시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지 않았다. 상상속의 그녀가 나에게 구해달라 했고, 난 그녀를 구했다. 그리고 그녀는 행복해 했다.


    조금만 기다려줘 내가 구해줄게...


    드디어 세상이 어두워졌다. 지금이다 그녀를 구할 시간이다!


    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여가며 그 들이 사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저 새끼를 죽일 방법은 생각해놨다. 한 번에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심호흡을 했다. 한 발을 내디뎠다. 


    바스락


    젠장 뭔가를 밟았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너무 고요한 어두움이었기에 뭔가를 밟은 소리는 천둥보다 크게 느껴졌다. 


    다행이다


    저 새끼 잠에 곯아떨어져서 듣지 못 한 것 같다. 난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한 발을 다시 내디뎠다. 


    드디어 그 새끼의 앞에 다다렀다. 다시 심호흡을 하는 순간 그 새끼가 벌떡 일어나며 나를 덮쳐왔다.


    젠장젠장! 이미 알아채고 있었잖아.. 젠장!


    난 그 새끼에게 계속 쳐맞고 있었고 그녀도 잠에서 깬 것인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녀의 비명이 뜻하는 걸 알아챘다. 힘내라고 제발 자신을 구해달라고 이 지옥에서 꺼내달라고.


    난 계속 맞는 와중에도 그녀의 응원을 들을 수 있었다. 역시 상상속의 그녀였다. 난 순간 용기와 힘을 낼 수 있었다. 


    그 새끼가 잠시 멈칫한 순간 있는 힘을 쥐어짜내 그 새끼의 목을 물어뜯었다.


    그 새끼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나를 때내기 위해 안감힘을 썼다. 하지만 난 그럴수록 더욱 더 그 새끼에게 들러붙어 목을 물어 뜯어갔다.


    비릿하고 뜨거운 피가 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왔다. 숨을 쉴 수 없다. 괴롭다. 난 개의치 않았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선 이 딴 더러운 피는 몇 바가지라도 마실 수 있었다.


    순간 많은 피가 왈칵하고 내 목구멍으로 넘어왔다. 드디어 그 새끼의 동맥을 잘라냈다. 날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는 걸 느꼈고, 이내 그 새끼의


    몸이 축쳐지는 걸 느꼈다. 드디어! 그녀를 구했다. 저 새끼에게서 그녀를 구한거야! 나도 하면 하는 놈이야!!


    난 그 새끼를 한 쪽으로 쳐내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괜찮아 이제 내가 널 구했어 널 행복하게 해줄게 괜찮아..


    그년은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년은 날 보고 있지 않았다. 그 새끼를 보며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었다. 난 그년을 달래려 했다. 하지만 그년은 내게서 멀어지려 애를 썼다.


    내 상상속의 그녀는 나에게 감사와 안도감을 표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년은 나에게 욕을 했고 살려달라 애원했다. 


    내 상상속의 그녀가 무너져간다. 


    내 세상이 무너져간다


    저년의 응원은 나를 향한게 아니었다. 저년이 구해달라고 한 건 내가 아니었다.


    나는 그년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난 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좌절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좌절은 분노로 바뀌었고, 난 저년을 가져야했다.


    한걸음 한걸음 그년에게 내딛었다. 


    그년은 오열하며 나에게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자기 뱃속에는 아이가 있다고, 어디에 얘기하지 않을테니 제발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안된다. 나의 그녀에 뱃속에 저 더러운 새끼의 씨앗이 있다는건 용서할 수 없다. 그녀는 오로지 나만의 것이다. 내가 정화해야 한다.


    난 그년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 내가 그녀를 정화해야 한다.


    그녀는 이제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그녀의 눈은 나를 향한 경멸을 띄지 않고 있다. 그녀는 정화 되었다. 


    내가 해낸 것이다. 내가 그녀를 구한것이다. 


    난 그렇게 희열감을 느끼고 있었다. 


    희열감에 젖어 있어 주변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와 말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곧 퍽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어두워져갔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사방이 창문하나 없는 벽으로 막혀 있고 작은 철문하나만이 있는 방이었다.


    이따금씩 작은 철문에 난 구멍을 통해 먹을 것을 줬다. 매우 적은 양이었다. 


    하지만 난 먹지 않았다. 


    이따금씩 쇠사슬 소리가 다가왔고 비명소리가 들렸으며 그 비명소리는 멀어져갔다.


    아마 이런 방이 여러 개 있고 곧 죽을 놈들이 있을 곳인가 보지?


    하지만 난 괴롭지 않다. 난 나의 그녀를 구했으니까.


    아마 나는 죽을 것이다. 내가 행한 행위에 대한 반성을 위해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있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이 글을 남긴다.


    난 나의 그녀를 너무 늦게 구한것이다. 


    조금 더 빨리 그녀를 구했더라면... 그녀를 더욱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나를 반성한다.


    그리고 그녀를 구한 나를 누군가 기억해주길 바란다.


    쇠사슬 소리가 점점 다가온다. 뭔가 얘기를 나누는거 같은데... 벽이 두꺼워서인지 잘 들리지 않는다.


    아마 나는 죽을 것이다. 

    .

    .

    .

    .

    .

    .


    "어이 김씨 오늘 처분할 돼지새끼 그냥 땅에 묻어야 되는거 아녀?"


    "잉? 왜 아까운 돼지를 땅에 묻어?"


    "얘기 못 들었어? 저 돼지새끼가 한 밤 중에 다른 우리에 쳐들어가서 수퇘지 목 물어뜯어 죽이고 암놈은 강간... 돼지새끼들도 강간이라는 말을 써야 허나?

    하여튼 그 짓거리 해놓고 암놈 눈깔을 그냥 다 파먹었드만.. 그리고 곧 태어날 새끼들도 다 밟아 짖이겼다는디? 저거 뭐 감염되거나 그런거 아녀? 

    저런거 내다 팔았다가 뭔 일이라도 생기면 워쪄?"


    "아따 진짜여?? 스펙타클 하구마잉. 근디 워짜겄어 사장놈이 처분하라는디.. 하라는대로 해야지 뭔일 나면 알아서 책임 지겄지"


    "하긴 그렇겄지? 하여튼 조심혀 저 돼지새끼 헌티 안물리게"

    .

    .

    .

    아마 나는 죽을 것이다.

     

    -------

     

    와이프가 올려보라고 해서 용기내서 올려봅니다. 처음 써보는 글이다 보니 여기저기 읽어본 내용이 많이 들어간거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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