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몽고에 다녀왔습니다. 한때 대 제국을 만든 민족들의 땅인지 몰라도... 나름 해외 여행 경험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예상외에 놀라운 것들을 많이 보게 되더군요. 오늘 몇가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1. 세계에서 제일 추운 수도. 방문 당시 저녁 평균 기온이 영하 25도. 그래서 업무상 현지 백화점의 냉동창고를
방문한적이 있는데... 냉동창고 온도는 영하 15도. 그래서 냉동창고 들어갔다, 밖에 나오니 추워서 다시 냉동창고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 그런 온도 덕분에 현지에서 저녁에 유목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갈탄을 연료로 많이 사용하심. 근데... 그 갈탄의
연기가 좀 심하다 보니 도시 전체가 뿌얘지고 뭔가 굽는 냄새 같은게 몸에 배임. 한국 귀국 이후 주변 사람들
반응이... 너, 현지에서 훈제가 되서 왔니? 였음...

3. 역시나 추운 날씨 덕분에 저녁 외출이 흔치 않음. 더군다나, 차량없이 도보 외출은 현지 사람들도 금기.
심심해서 저녁에 추운 날씨에도 한 30분 정도 걸어서 도시 중심지에 광장에 다녀와서 다음날 현지인들에게 그 사실을
말했더니... 다들 죽고 싶어 환장 했냐는 분위기. 현지인도 위험한 짓이라고 몽고 날씨 얏보지 말라고 훈계 들음

4. 혹한의 땅이다 보니 야채와 과일이 많이 부족함. 그래서 식단의 대부분이 고기 위주... 특히 양고기가 많음.
그래서인지 몰라도, 현지 젊은 처자들이 왠지 살이 찐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부분들은 대단히
글래머... 거기선 빈유는 사망입니다!!!

5. 젊은 사람들의 역량이 아주 뛰어남. 가진게 없는 나라다 보니 인적 자원의 정부 주도 투자가 좋다고 함. 그래서
비지니스 관련으로 만나는 어지간한 젊은이들이 거진 3개 국어 가능. 특히나 이유없는 한국 사랑 덕분인지 한국어 사용자가
엄청 많음. 못알아들을줄 알고 한국 말로 욕하는거 절대 금지라고... 현지 몽골 직원들이 한국말로 당부함.

6. 자체 생산 공산품이 없다보니, 모든 생활용품과 식품이 전부 수입산. 그래서... 살짝 입맛에 안맞는 러시아산이나
몽골 사람이 보기에도 품질이 별로인 중국산 보다는 한국산의 선호가 높음. 현지 물가로는 상당한 가격일텐데
우리나라 과자나 라면 등을 좋아해주는 걸 보니 은근 뿌듯...

7. 칭기즈칸에 대한 자부심은 강하나, 어설프게 칭찬하면 마이너스. 본인의 경우 현지 직원들에게 칭기즈칸의 성인
보르지긴 집안분들이 여기 계시냐고 물어보니 여러 사람들이 손들면서 상당히 보는 시선이 우호적으로 변함.
그리고 칭기즈칸 보다는 의외로 현지 독립 영웅인 담딘 수흐바타르를 칭찬하면 아마 공짜술 여러잔 먹을수 있을듯.

8.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이 다들 친절하고 예의 바른 편임. 근데 그 내역이 후덜덜한데... 어린 아이나 여자도 수백m밖에서
화살을 쏴서 명중시키는 현지 상황에서... 무례하거나 거칠면 되려 본인이 목숨이 위험해질수도 있어, 절제를 중시하게
되었다나. 그래서 은근 갖춰진 태도 아래에서 사람들 자체는 호전적이라고 함. 그래서... 술먹은 몽고 사람은 절대 주의!!!

9. 출산은 장려되고 있으나, 은근 험한 환경 덕분인지 다산을 선호하는 문화에 의료수준이 발달해도 아직 출산률이
그리 높지는 않다고 함. 한국에서 애를 안낳는 문화가 문제라면 거기서는 애를 더 보고 싶은데 못봐서 고민하고 있음.
그래서 술자리에서 싸움날뻔함.

10. 영토 자체는 정말 광활함. 초원에 길 아닌 곳에 차몰고 나갔다가 고장나서 초원을 헤매다, 혹한을 만나는 바람에
서서 죽어 있는 시체가 종종 발견된다고 함. 덕분에 핸드폰 공급 수준이 동일 GNP 국가들 대비 월등하게 높다나 뭐라나...
초원에서 손님에게 아내를 내준다는 말은... 구출한 동상걸린 사람을 몸으로 녹여주는 것이 와전된 것이라는 설이라고 함.


뭐... 이런 느낌이더라구요. 의외로 멀리서 막연하게 책으로 배운 것과는 달리 직접 체험해보니 새로운 것들이 참
많은 경험이었습니다. 한번들 여유되시면 놀러가보세요. 은근 말도 잘 통하고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