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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중에
키도크고 얼굴도잘생기고 거기다 서울대 다니다가 온 녀석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놈이 뭔가를 수첩에 계속 적다 걸렸다.
선임이 이새끼 이등병새끼가 빨리 안튀어나가고 뭔짓거리하냐며 수첩을 뺏었다.
(당시 이등병이 할수있는 일은 작업과 청소, 그리고 병기본 외우기였고 수첩과 볼펜은 써도 되지만
쓰다 걸리면 좆되는 분위기였다.)
거기엔 빼곡히 적힌 날짜와 함께 중대원의 계급과 이름, 그리고 기막힌 글귀들이 적혀있었다.
05/04/12 최재혁 상병 환복시간이 늦다며 하이바로 등을 쳤다.
05/04/13 손병호 일병 불침번근무때 한번불러서 일어나지 않았다며 근무끝나고 물자창고에서 가슴을 때렸다.
이런 글귀들이 수첩 반 페이지에 빼곡히 적혀있었다.
더욱 놀라운것은 이놈과 나는 자대배치받은지 아직 4개월도 지나지않은 이등병이란 사실이었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소대와 중대를거쳐 온 대대에 파다하게 퍼져나갔고
타 중대 병장아저씨들까지 대대말아먹을놈 구경왔다며 생활관에 얼씬거리기도 했다.
결국 구타유발자로 영창을 간 뒤, 다른부대로 적출됬지만.
부소댐이 알아본바로는 두달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빨간줄 긋고 전역을 햇다고 한다.
너무나 똑똑했던 그놈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가혹행위가 너무나 못마땅했고.
날짜와 시간까지 적어둔 뒤 아마도 수첩 한페이지가 완성되면 마음의 소리를 보내려고 했던것 같다.
대대원 3천여명중 내 동기의 편은 없었다.
다들 그애를 사이코, 혹은 정신이상자, 군대 부적응자로 보았다.
맞는 말이다.
군대는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수없는곳이다
08년쯤에 이등병들의 반란이 시작된걸로 알고있는데
많이배워 똑똑했던 그놈은 너무 시대를 앞서나갔다.
여전히 군대는 못배운 사람을 환영한다.
배우지못한 사람들은 상부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지키는데 충성을 다한다.
이것이 진정한 군의 자세고,
이것이 밖의 사람들이 말하는 개인의 인권은 땅에 떨어트리는 가혹행위다.
나 보단 군이라는 집단을 위해 보내는 2년의 세월은
똑똑한 사람은 절대 이해못하는 손해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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