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저희 숨통 좀 열어 주세요.
1. 갈 대학이 없습니다
밑에 댓글 다신 분들 보니까
'지금 이렇게 인터넷 할 시간에 공부나 해라'
하시던데요,
실례인 줄 알지만 묻겠습니다
「님들 수능 몇 점 받으셨습니까?」
님들 중, 500점 만점에 400점 넘는 분들 몇이나 계셨겠습니까?
(뭐 수능 400점 시절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대학은, 집안 사정이 허락하는 한 다 가지 않으셨습니까?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 화면 보고 계신 분들이 모르는 대학 이름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수능 100점 겨우 나와도 갈 수 있는 곳 많습니다.
많았습니다.
그런데 2008년엔 다릅니다.
지금 고1, 89년생들 대입 때는
중소규모 대학 모조리 통폐합됩니다.
공부, 웬만큼 해도 대학 못 가는 경우가 속출합니다.
2. 실력대로 점수 나온다구요?
저희 학년, 완전 상대평가제도입니다.
상위 4% 1등급 , 7% 2등급……
석차대로 등급이 배분되고,
'원점수 표기'를 원칙으로 합니다.
원점수 표기, 좋습니다.
내신 안 부풀려지니
실력대로 점수 나온다는 말이 그럴 듯하게 들립니다.
노력만 하면 될 거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바로 위 학년까지만 해도 수, 우, 미, 양, 가로
점수에 따른 절대평가였는데
저희 학년은 등수대로 점수가 나옵니다.
경쟁이 안 붙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89년 애들이 고3보다 더하단 말이 나오는 겁니다.
평균은 점점 더 올라가고,
그러니 더 미친듯이 공부해야 하는
악순환이니까요.
더 어이없는 일은,
1등급이 아예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구요?
'동점자가 있을 경우 중간등급을 준다' 는군요.
쉽게 말해, 만점자가 두 명이면
(1등급이 되어야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모두 2등급이 되고 그 이하 점수는
한 등급씩 강등된다는 식입니다.
3. 5등급은 어쩌라고?
제일 문제는 5등급입니다.
9등급으로 나누었을 때,
제일 쪽수가 많은 게 20% 씩이나 되는 5등급입니다.
딱 중간등급이라서 그렇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 아이들이야말로 정말 피가 터진다는 겁니다.
5등급 수준의 대학은 그리 많지 않고,
대학 정원은 정해져 있는데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학생들이 분포된 게
5등급이니 그럴 수 밖에요!
인문계 학생으로서
5등급관을 받고서, 대학에 입학 못 하게 되는 상황은
자살을 권고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4. 학교는 변하지 않았는데……
89년생 여러분 톡까놓고 얘기해 봅시다.
지금, 거의 중간고사를 다 치르신 상태일텐데
중간고사 직전에 수행평가가 산더미 같았죠?
아무리 고등학생이라 지필평가가 더 중요하다지만
총 점수중 4-60% 를 차지하는 수행평가를 무시할 순 없었을 테구요.
(그것도 우린 내신만점 지향으로 사육되고 있는데.)
이게 또 문제라는 겁니다.
눈곱만큼도 배려해 주지 않으면서,
룰만 던져놓고
지금 우리더러 배틀로얄 하라는 건가요?
5. 전인교육이라며……
자살한 아이들 많다는 이야기,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물론 제 주위엔 (아직) 그런 학생이 없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 오싹해집니다,
"걔네가 죽어서 기뻐한 애들도
(분명) 있었을 거 아냐……"
듣자니 죽은 아이들 대부분 성적이 상위권이라더군요.
상위권 아이들이 '없어졌으니',
누군가는 분명 속으로 기뻐했겠죠.
애써 한 수행평가나 과제를 몰래 망치고
반장이나, 각 과목 부장들은 아이들에게 공지하지 않은 채
선생님이 내 주신 과제물을 자기만 해서 내고
친구가 필기한 공책 훔쳐다가 박박 찢어버리고.
아이들이, 제 친구들이
대학가려고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스스로 죽던가,
친구들 손에 서서히 저 아래로 묻혀가던가
이제 곧 둘 중 하나로 죽지 싶습니다.
답답합니다.
제발 89년생들좀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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