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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금요일, 퇴근을 앞두고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침 회의 중이었기에 일단 전화를 끊고, 회의가 끝난 뒤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이 끝난 뒤, 밤 9시쯤.
편의점에서 야식거리를 사는데 다시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전화를 건 것은 아버지였다.
여보세요, 하고 받으니 [오, 나다.] 하고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묻자, 아버지는 낮고 분명치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검사를 받으러 입원했는데, 가족분은 없냐고 그러길래 전화했다. 혹시 괜찮으면 좀 와줄 수 있겠니?]
어디냐고 묻자, 고향 시민병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중학생일 무렵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는 홀로 나를 키워주셨다.
아버지는 내게 단 하나뿐인 소중한 가족이니만큼, [당연히 가야죠.] 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다음날은 토요일이니, 오늘은 고향 집에서 자면 될테니 조금 늦은 시간이더라도 상관 없겠지.
렌터카를 빌려, 현 2개 너머 있는 고향까지 서둘러 향하면 2시간 정도 걸리려나.
여하튼 빨리 가야겠다 싶어, 렌터카 업체로 향했다.
운전하는 도중 생각했다.
아버지가 이런 일로 나를 부르는 건 처음이구나, 하고.
고향 수도국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고향에서 거의 떠나질 않고 평생 거기서만 사신 분이다.
사소한 일로는 좀체 전화도 하지 않으시는데다, 나한테 오라고 하는 일은 여태껏 한번도 없었다.
고속도로는 생각보다도 더 차가 없었다.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휩싸여, 액셀을 밟았다.
한동안 밟고 있자니, 걱정 탓인지 토할 것 같아졌다.
이명도 심했다.
조금 몽롱한 가운데서도, 아버지가 걱정되어 의식을 붙잡으려 핸들을 꽉 쥐었다.
2시간하고 조금 더 걸려서, 드디어 고향에 도착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시민병원 쪽으로 향한다.
인구 수천명 정도의 작은 시골마을이라, 고속도로에서 나오자 금세 길이 어두워졌다.
시계를 보니 11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이런 늦은 시간에, 시민병원에서 면회를 할 수 있는걸까?
당직의사가 있나?
묘한 의문이 들었지만, 그저 아버지가 걱정되어 나는 운전을 서둘렀다.
암이라도 걸린 거면 어쩌지?
아직 제대로 된 효도 한번 못했는데.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사람 없는 시내로 들어서자, 멀리 흐릿하게 본 적 있는 편의점을 발견했다.
곧바로 시민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목이 까끌까끌하게 말라붙은데다, 기분도 영 좋지 않아 시원한 거라도 하나 마셔야겠다 싶었다.
손님 하나 없는 편의점에서 차가운 캔커피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야마다!]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계산대에 서 있던 건 중학교랑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카와다였다.
맞다, 여기가 이녀석네 부모님이 운영하던 편의점이었구나.
카와다는 그립다는 듯 이런저런 말을 건네온다.
[5년 정도만에 보네. 고향으로 돌아온거야?]
[아니, 아버지가 시민병원에 계시다길래 만나뵈러 왔어.]
[시민병원? 저 큰 연못 옆에 있는거?]
그렇다고 대답하자, 카와다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야, 잠깐 좀 괜찮겠냐?] 라고 말하더니, 카와다는 계산대에서 나와 나를 취식대 쪽으로 이끌었다.
다행히도 늦은 시간 때문인지, 나 말고 다른 손님은 없었다.
카와다는 말을 이어갔다.
[그 시민병원 말인데, 거기 얼마 전에 시 재정 문제 때문에 망했단 말이야. 옆에 있는 F시 병원이랑 통합되서 지금은 완전 폐허야. 지금 시간에는 가봐야 아무도 없다고. 폐쇄되서 들어갈 수도 없을테고.]
[어?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되묻자, 카와다는 내게 아버지의 전화번호가 뭐냐고 물었다.
내가 휴대폰에 저장된 아버지 번호를 보여주자, 카와다는 자기 휴대폰으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병원에 계시니까 못 받으실거야.] 라고 말하는 나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왼손으로 제스쳐를 취한다.
[아, 안녕하세요. 야마다군 친구입니다. 지금 옆에 있는데 바꿔드릴게요.] 라고 말하더니, 나에게 자, 하고 전화기를 건넸다.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넘겨받으니, [어, 무슨 일이냐?] 하고 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고 자시고, 아버지가 병원에 있으니까 오라고 했잖아! 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을 꾹 참으며 물었다.
[아니, 별 일 없어. 아버지, 몸은 좀 괜찮아?]
[아아, 머리랑 주머니 사정은 영 좋지 않다면 그거 빼면 다 괜찮다.] 라고 말하며, 아버지는 쾌활하게 웃었다.
목소리 너머로 노래방 반주 소리가 흘러나온다.
12시가 다 되어 가는데, 정말 건강하구만.
적어도 병원이 아닌 것은 확실하고, 최소한 한밤중에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정도 건강은 있어보였다.
[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일 때문에 근처에 좀 왔는데, 곧 돌아가려고. 나중에 전화할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카와다에게 휴대폰을 돌려줬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멍하니 있었다.
[뭐, 이제 된 거 같으니까 커피나 마셔. 지금 시민병원에 갈 것도 아니면 오늘은 그만 돌아가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런데 가봐야 양아치 놈들한테 습격당해서 연못에 빠질 뿐이라니까. 간만에 얼굴 봐서 다행이다.]
카와다는 싱긋 웃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아버지가 무사하다는 건 확인했다.
게다가 수수께끼의 전화를 곧이곧대로 믿고서 자정에 폐병원을 혼자 찾아가기도 싫었고.
석연치 않은 심정으로, 나는 내 아파트로 돌아가기로 했다.
카와다네 편의점에서 나와, 차를 돌려 집에 돌아오니 새벽 3시를 앞둔 시간이었다.
집에 도착하자, 퇴근하고 나서 4시간을 꼬박 운전한 탓인지 지칠대로 지쳐, 샤워도 하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자버렸다.
이튿날 아침, 전화벨에 눈을 떴다.
아버지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하고 받자, [어, 잘 지내냐? 어제는 집에 없어서 미안했다. 무슨 일 있었니?] 하고 아버지가 물었다.
괴상한 일을 굳이 말해야하나 싶었지만,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었다는 것, 병원까지 오라고 했다는 것, 카와다네 편의점에서 진상을 듣고 돌아왔다는 걸 그대로 털어놓았다.
아버지는 곧바로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그 시간에 나에게 전화한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잠시 아버지는 침묵을 지켰다.
[...시민병원은 확실히 문을 닫았다. 그 새벽에도, 지금 대낮에 가도 아무도 없어. 그것보다... 카와다네 편의점에 갔었니? 카와다군도 있었고?]
나는 카와다와 이야기한 내용과, 카와다 휴대폰으로 아버지에게 전화했었다는 걸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음...] 하고, 어딘가 괴로운 듯한 신음을 냈다.
[카와다씨가 운영하던 편의점은 반년 전에 문을 닫았단다. 일가 모두 야반도주라도 했는지 사라져서 연락도 끊겼고... 그 집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해서 아직 찾는 중이야.]
나는 어안이벙벙해서 할 말을 잃었다.
[어제 너한테 걸려온 전화는, 번호가 000-0000-0000 으로 뜨더구나. 나는 내 휴대폰이 고장났나 싶었는데, 받아보니까 왠 젊은 남자가 너한테 바꿔주는거야...]
나도 아버지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지만,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사정은 알겠다. 너 지치거나 하지는 않았니? 일에 문제는 없고? 교통사고 조심해라. 또 전화하마.]
카와다네 가족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실종 상태다.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1438?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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