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무상급식·기초연금·반값등록금 등 ‘복지 4종 세트’에서 지금과 같은 보편적 복지 체계가 유지되면 막대한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 매일경제와 조경엽·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연구팀 공동 분석에 따르면 이들 복지정책에 투입되는 금액만 3년간 84조7325억원에 육박한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3개 구간(총사업비 11조8500억원) 7개를 건설하는 비용과 맞먹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편적 복지는 특정인을 배제하지 않은 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하지만 선별적 복지는 특정 대상을 선별해 필요 수준에 따라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무상보육은 2015년 8조1590억원, 2016년 8조6280억원, 2017년 8조6407억원으로 지출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3년간 투입되는 총액만 25조4277억원에 달한다. 이번 분석에서 무상보육은 보육료와 양육수당의 정부지원 단가를 고려해 예상 소요비용을 산출했다.
만약 무상보육을 전 소득 계층이 아닌 소득 하위 50%에만 적용하게 되면 비용 15조5950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중산층·고소득층에 제공되는 혜택을 절감해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만 집중한다면 3년간 기존 예상 지출의 40%에 해당하는 비용 9조8327억원으로도 정책 수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무상급식은 올해 4조4623억원, 2016년 5조563억원, 2017년 5조6502억원으로 해마다 10% 이상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는 2017년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 확대를 가정한 데 따른 것이다.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3년간 15조1688억원에 달하는데 만약 소득 하위 50%에 선택적 복지를 적용한다면 절감되는 비용은 8조4881억원에 육박한다.
현재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기초연금을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건복지부 자료를 인용해 분석해보면 앞으로 3년간 32조4000억원의 비용 투입이 예상된다. 만약 이를 소득 하위 50%로 대상자를 축소하면 비용은 28조1642억원으로 4조2358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가 공약한 소득 연계형 반값등록금(소득 하위 80% 대상)은 올해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2015년 예산안에 반영된 금액이 매년 필요하다는 상황을 가정해 소요비용을 예측한 결과 3년간 모두 11조736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를 소득 하위 50%에 선별적으로 적용했을 때 8조9106억원으로 비용이 축소된다. 기존보다 2조8254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복지 4종 세트를 소득 하위 50%에 한해 선별적으로 적용했을 때 투입되는 비용은 2015~2017년 3년간 53조5882억원이다. 복지정책 변화 없이 현행대로 투입됐을 때에 비해 31조1443억원가량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선별적 복지 기준을 소득 하위 70%에 맞춘다고 해도 3년간 13조501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이때 무상보육은 7조1966억원, 무상급식은 5조129억원, 반값등록금은 8406억원씩 비용이 감소하게 된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선별적 복지 대상은 소득 하위 40~70% 선에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방향이 옳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현재 복지정책이 유지됐을 때 정부의 직접 지출뿐 아니라 기금이나 공기업 지출 등 간접비까지 포함한 복지지출 총액이 2015년 124조2000억원, 2016년 131조1000억원, 2017년 137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복지지출의
GDP 비중은 올해 8.2%, 내년 8.7%에 이어 2017년에는 9.1%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경연 연구팀은 “정부의 복지정책은 소득분배 불평등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전면적 복지는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 고소득층에 혜택이 더 많은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 복지가 오히려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크다. 지니계수를 활용해 소득분배 불평등도를 추정한 결과 전면적 무상복지를 시행했을 때 지니계수는 0.3864였다. 복지정책이 없을 때 지니계수가 0.3940이었음을 감안하면 0.0076포인트 정도의 소득 불평등도가 개선되는 셈이다.
보편적 복지는 소득 불평등도를 개선하지만 선별적 복지의 개선 효과가 더 컸다. 소득 하위 50%까지 혜택을 제공할 때 지니계수는 0.3838, 하위 70%는 0.3830으로 추정됐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2분위가 혜택을 받는 금액보다는 중산층·고소득층에서 받는 수혜금액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다”며 “무상복지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혜택이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고소득층에 집중돼 복지정책이라는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 재정의 형편은 갈수록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나마 재정적자를 메워주고 있는 기금수입마저 줄어들면서 통합재정수지(국가 총수입-총지출)가 6년 내 적자로 돌아선다는 분석이다.
25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2060년까지 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은 연평균 각각 3.6%, 4.6% 증가해 2021년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0.8% 흑자에서 2021년 적자로 전환한 뒤 2060년에는 11.4%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산정책처는 내다봤다.
김대철 예산정책처 재정정책분석과장은 “늘어나는 지출 규모를 국세 등으로 메우지 못하면 국채를 발행해야 되는데 2033년 이후부터는 국채 발행으로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2009년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처럼 한국이 파산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