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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807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13
    조회수 : 2103
    IP : 220.76.***.55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20/09/15 02:01:00
    http://todayhumor.com/?panic_101807 모바일
    귀인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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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귀인의 방문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들의 모습에

    부부는 무척이나 만족했습니다.

     

     

    늘 풀이 죽어 있던 부부의 아들은

    어느 날부터인가 얼굴에 생기를 띄기 시작하더니

    어눌하던 말투도 크고 또렷해져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너무나도 달리진 아들의 모습에

    부부는 아들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고

    아들이 대답하길…

     

     

    앞으로 다가올 14세가 되는 날

    자신을 찾아올 귀인을 맞이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부부는 아들이 말하는 귀인이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옆 마을로 심부름 갔다 만난 누군가겠지…

    우수에 젖은 아들의 반짝이는 두 눈을 보며

    진심으로 아들의 변화에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달라진 모습이

    이웃의 눈에는 영 불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마을의 지주라도 된 양

    아들은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니며 훈계를 일삼았고

    명령조로 말하는 크고 당당한 아들의 목소리에

    이웃들은 마치 하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아들은 마을에서 기피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건 아들 자신뿐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을 찾아온다는 그 귀인이라는 자가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기에

    모두 겉으로는 아들의 비위를 맞추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약속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아침 일찍 호숫가에서 몸을 씻고

    단정한 차림으로 마을의 입구에 나타난 아들은

    정오가 되자 마을로 다가오는 한 남자를 보았습니다.


     

    시종을 거느리며 다가오는

    화려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의 귀인을…


     

    그날 이후

    아들은 한동안 마을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마을에 다시 나타났을 때

    예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어느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들은 땀에 절어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밭을 일구었고

    말랑하던 손바닥은 굳은살로 가득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귀인이 찾아왔던 그날

    귀인 앞에 엎드려 절한 아들의 손에

    귀인은 쟁기를 쥐여주었습니다.


     

    아들은 영문을 몰라 두 눈을 깜빡였고

    그런 아들을

    귀인과 시중들은 먼지가 나도록 두드려 팼습니다.

     

     

    한편

    수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부부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들을 찾아온 이들은

    아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귀인이 아니었습니다.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고

    거드름을 피우며 한량으로 지내는 아들을

    더는 보기 힘들었던 부부는

    아들이 망상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옆 마을에서 배우를 고용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한동안 충격에 휩싸인 아들은

    침대에 누워 시름시름 앓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을 깨닫고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남은 평생 아들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없었고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대부분 시간을 창밖의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지냈습니다.


     

    별이 무수히 빛나는 밤이면

     반짝이는 별들이 아들의 눈동자에 비추었지만

    밀려오는 잠결에 무거워진 눈꺼풀은

    아들의 눈동자에서 별들을 치워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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