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영화 불법 배포 저작권법 위반 … “10만∼50만원 내면 고소 취하” 메일 받아
대입 재수생 이 모씨는 지난 1일 모 법률사무소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인터넷에서 영화를 불법으로 유통했으니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것.
법률사무소는 이씨가 무단 유포시킨 영화 OOO에 대해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씨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법률사무소측에서 밝힌 손해배상액은 초· 중· 고등학생은 10만원, 대학생은 30만원, 직장인은 50만원이었다.
이씨는 얼마 전 인터넷 P2P 서비스를 이용해 영화를 다운받았고 자신의 공유폴더에 영화를 저장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이씨는 불법자료를 공유한 잘못은 인정했지만 손해배상액 명목 합의금 50만원은 너무 많다며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한 입장이다.
만일 이씨가 손해배상을 하지 않을 경우 법률사무소는 이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검찰에 형사고소할 방침이다.
◆P2P 사이트 빠르게 확산 = 영화 음악 만화 등 각종 자료를 P2P방식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자료를 공유한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이 잠정적 범죄자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17일 법률사무소 동녘이 P2P를 통해 가수 백지영의 뮤직비디오 ‘성인콘서트’ 영상물 등을 무단 복제 유통시킨 네티즌 20여명을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형사고소할 방침을 밝히면서 네티즌 범죄자는 ‘잠정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법률회사동녘탄핵모임’ 으로 인터넷 포탈사이트 ‘다음’ 카페에 문을 연 ‘인터넷 문화발전을 위한 네티즌 모임’은 9일 현재 회원수가 80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카페는 “P2P사이트 이용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며 회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인터넷 모 사이트(자료공유 커뮤니티)는 아예 ‘저작권관련 공유금지’ 자료목록을 명시했다. 목록에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맨 온 파이어’ 등을 비롯, 개봉 예정 중인 ‘콜레트럴’ 등도 포함돼 있다.
◆무더기 고소사태 이어질 듯 = 검찰은 영화 파일을 무료 배포한 혐의로 고소된 네티즌 1명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인정, 지난 7월말 벌금3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고 네티즌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 벌금형이 확정된다.
동녘은 최근 (주)한맥영화, 이클라이언트주식회사, (주)애니엠 커뮤니케이션 등의 저작물에 대해 법률 위임을 받아 30개가 넘는 P2P사이트와 웹하드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동녘은 지난 5월 3500여명의 저작권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바 있어 위반 혐의를 받는 네티즌들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한국음악산업협회도 지난해 12월 10일 P2P 서비스인 ‘소리바다’ 이용자 50명을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으며 지난 8월 음악파일을 불법복제 및 배포한 150명의 네티즌에 대해 추가로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처벌대상 어디까지인가 = P2P 서비스를 이용해 본 네티즌의 경우 어디까지 사법처리 대상일까.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6부는 영화수입 배급업체가 김 모씨 등 일반 네티즌 72명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영화 수입업체가 P2P 서비스 운영회사와 합의하면서 소를 취하해 공범관계인 네티즌들에 대한 고소도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이용한 P2P 서비스의 운영자가 합의를 하면 본인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네티즌 1명에 대해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를 하면서 “동영상 파일을 단순히 내려 받아 감상한 일반 네티즌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즉 동영상 파일을 받아 감상만 했을 뿐 타인에게 배포하지 않았다면 처벌이 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대체로 웹하드나 P2P서비스를 이용해 파일을 내려 받으면 자신의 파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공유폴더’를 지정하도록 돼 있다.
내려 받은 파일을 공유폴더에 넣으면 다른 네티즌들이 이를 복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무단배포’에 공범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려 받은 파일을 공유폴더에 넣지 않거나 감상 후 삭제하는 것이 ‘무단배포 공범’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형사고소’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합의금을 요구하는 법률사무소의 태도가 부적절한다는 비판과 함께 법률사무소를 사칭해 ‘협박성’ 메일을 보내 돈을 갈취하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P2P 업계 관계자는 “P2P를 이용한 네티즌들을 무작위로 고소하거나 위협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며 “P2P를 통한 자료 전달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처벌 범위를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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